머리와 목 부위에 생기는 암 -방사능 치료
암은 누구에게나 무서운 병입니다. 암 진단을 받고 나는 순간 환자의 삶의 완전히 뒤바뀌어버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암 환자들이랑 얘기를 해보면 하루아침에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어느 순간 이 땅에서 소중히 여기던 것들이 보잘것없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암을 진단받고 나면 암과 투병하는데 모든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때 많은 암 환자들이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이 바로 구강건강입니다. 하지만 입안도 우리 몸에 일부이며 암 치료에 많은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암에 걸릴수록 더욱더 챙겨야 하는 것이 구강건강입니다. 그래서 저희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암에 걸리면 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치과에서 검진과 상담과 필요한 치료를 받습니다. 하지만 많은 병원들에서는 암 환자들이 구강건강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암 치료 후 치아가 완전히 망가져서 저한테 오는 환자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암과 투병하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암에 관련된 치과정보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머리와 목 부위 (Head and Neck Cancer)에 생기는 암과 치과치료에 대해서 환자가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머리와 목 부위 (Head and Neck Cancer)에 생기는 암은 종류가 정말 다양하지만, 그 치료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습니다. 방사능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능 치료 (Radiation Therapy)가 있고, 약물을 사용하는 항암치료가 있고 (Chemotherapy), 암이 있는 부위를 잘라내는 절제수술이 (Surgical Resection) 있습니다. 암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서 위 세 가지 치료방법들을 섞어서 병행 (Concurrent Treatment)을 하거나 연달아 (Neo-adjuvant/Adjuvant Treatment) 치료를 할 수가 있습니다.
머리와 목 부위에 생기는 암은 방사능 치료를 많이 합니다. 방사능 치료를 머리와 목 부위에 받고 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입안이 아주 건조해질 수가 있습니다. 침을 분비하는 침샘이 방사능에 노출이 된다면 침이 걸쭉해지거나 더 이상 분비가 안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구강건조증 (Xerostomia)로 이어지게 됩니다. 치아는 산성 pH 가 약 5.5 보다 낮을 때 녹기 시작합니다. 음식에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보통 식사를 한 후에 입안의 산성이 pH 5.5 보다 낮아집니다. 침은 이때 입안의 산성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버퍼 (buffer) 역할을 해서 평소에 치아를 보호합니다. 하지만 침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는 방사능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입안의 산성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보호하는 침이 없기 때문에 치아가 녹아내리고 금방 썩게 됩니다. 이 상태를 post-radiation caries라고 하는데, 입안의 대부분의 치아가 급속도로 한꺼번에 썩는 현상입니다.
방사능에 노출이 된 침샘은 회복이 더디거나 평생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방사능 치료 후에 입안 건조증이 있다면 평생 충치가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방지할 수가 있습니다. 날마다 불소 (Fluoride)를 하루에 한 번씩 입에 바르는 방법인데, 불소는 치아를 단단하게 하고 입안에 산성이 높아져도 치아가 녹아내리지 않도록 보호를 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머리나 목 부위에 방사능 치료를 앞두고 있는 환자들이 불소를 바르기 쉽게 불소 장치 (Fluoride Tray)를 만들어 줍니다. 불소는 pH 가 중성인 Neutragel을 많이 사용하지만 국가와 지역에 따라서 상품명은 다를 수 있습니다. 매일 저녁 이를 닦고 5분 정도만 불소를 바른 장치를 착용하고 있으면 불소가 치아를 보호하게 되고 실제로 꾸준히 불소를 바르는 환자들은 아무리 입안이 건조해도 충치가 생기지 않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방사능 치료를 받고 나면 입을 벌리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입을 벌리기 힘들어지면 불소 장치를 만들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방사능 치료를 받기 전에 미리 본을 떠서 장치를 만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방사능에 의한 부작용으로 입안이 아프거나 입을 벌리기 어려워서 불소 장치를 착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칫솔로 불소를 직접 치아에 바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구강건조증 말고도 방사능에 의하여 생기는 구강 내 점막염 (Mucositis)이나, 궤양 (Ulcers) 같은 많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중에 환자가 꼭 알아야 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데, 바로 방사선에 의해서 뼈가 괴사 하는 방사선 골괴사 (Osteoradionecrosis)의 위험입니다.
뼈에 어느 정도 양의 방사능이 노출이 된다면 (방사능의 정량은 보통 Gray (Gy)로 측정하는데, 보통 50 Gy 이상의 방사능이 가해지면) 뼈에 외상이 가해졌을 때 더 이상 회복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 말인즉슨, 방사능에 노출된 부위의 뼈가 감염이 되거나, 발치를 하거나 임플란트나 잇몸 수술 같은 치료로 뼈에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뼈가 회복되지 않고 괴사 해버릴 수가 있습니다. 괴사 해버린 뼈는 치료하기가 정말로 어렵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사능 치료를 시작하기 전, 감염된 치아, 썩은 치아, 그리고 심지어 미래에 문제가 될 것 같은 치아들을 (예: 사랑니) 미리미리 치료하고 제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방사능 치료 후에 치과에 관련된 수술이나 치료를 하기 전에는 저와 같이 암환자를 주로 다루는 치과의사 (dental oncologist)와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방사능이 어느 부위에 정확히 얼마큼 주어졌는지 확인을 하고, 치과 치료가 안전한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계획을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들에게 너무도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알려드리면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시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머리와 목 부위에 방사능 치료를 앞두고 있는 환자들께 최대한 간략하게 중요한 요점 3가지만 정리해서 말씀드립니다:
(1) 방사능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충치와 다른 감염에 위험이 있는 치아들은 미리 치료를 하거나 제거를 해야 합니다.
(2) 방사능 치료에 의해서 생기는 구강건조증을 대비해 불소를 바를 수 있는 Fluoride Tray를 미리 만들고, 매일 불소를 발라서 충치를 예방합니다.
(3) 방사능에 노출된 뼈는 치과치료 후 괴사의 위험이 높아서, 발치, 임플란트, 잇몸 수술같이 방사능 치료를 받은 부위에 외상이 가해질 수 있는 치료를 하기 전에는 꼭 의사와 충분히 상담을 합니다.
이 세 가지 수칙을 지키기만 하여도 방사능 치료 후 대부분의 치과 질병을 예방할 수가 있습니다. 예방을 통해서 환자의 삶의 질과 건강이 좋아지고, 치과치료로 인한 금전적인 부담도 줄일 수가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항암치료에 관련하여 치과정보를 나누겠습니다.
References:
Beech N, Robinson S, Porceddu S, Batstone M. Dental management of patients irradiated for head and neck cancer. Aust Dent J. 2014 Mar;59(1):20-8. doi: 10.1111/adj.12134. Epub 2014 Feb 4. PMID: 24495127.
Sroussi HY, Epstein JB, Bensadoun RJ, Saunders DP, Lalla RV, Migliorati CA, Heaivilin N, Zumsteg ZS. Common oral complications of head and neck cancer radiation therapy: mucositis, infections, saliva change, fibrosis, sensory dysfunctions, dental caries, periodontal disease, and osteoradionecrosis. Cancer Med. 2017 Dec;6(12):2918-2931. doi: 10.1002/cam4.1221. Epub 2017 Oct 25. PMID: 29071801; PMCID: PMC5727249.
사진출처:
Post-radiation caries - https://pmhdentaloncology.ca/health-professionals/head-neck-cancer/post-radiation-caries/
Fluoride trays - https://jcda.ca/article/a31
Osteoradionecrosis - https://bmjopen.bmj.com/content/10/9/e03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