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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샴페트르 Jun 08. 2023

꽃사업을 접은 이유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꿈꿔왔던 꽃 사업을 접은 이유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어느덧 1년 반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뭘 이뤘나 생각하면 이룬 것이 딱히 없다. 원래 계획했던 플라워샵 사업도 계약 직전에 엎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제일 큰 건 갑자기 높아진 이자 때문에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꽃을 웬만큼 팔아서는 돈이 되지 않는다. 꽃과 식물을 사랑하지만 돈이 되지 않으면 유지하기가 힘든 게 비즈니스다.


파리 꽃학교에서 배웠던 수업 중 정말 유용한 수업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gestion'수업이다. 이 수업 동안 어떻게 하면 꽃 판매 가격을 정하는지 또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꽃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배웠다.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사업계획서를 작성했고 아무리 계산기를 열심히 두들겨도 결국엔 남는 게 없는 장사였다.

은행의 높은 이자도 이자지만 아래 세 가지 이유가 더욱 부정적으로 꽃 소매업을 바라보게 했다.(개인적인 견해입니다.)


1. 한국에서는 소비자도 도매시장에 자유롭게 갈 수 있다.(프랑스에서는 꽃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꽃 시장에 갈 수 있다.) => 한국 소비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꽃 도매가격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직접 시장에 가서 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 그래도 많지 않은 꽃 소비 고객층이 더 작다. 그렇다고 이런 꽃 도매 시스템을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과일, 생선, 심지어 고기까지 요즘은 고객들이 직접 농부, 어부, 축산업체에서 직접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대이다.

2. 한국에서 꽃 도매가격이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내가 프랑스에서 소매로 사던 가격을 도매로 살 수 있었고 심지어 때에 따라서 그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도 판매를 했다. ) => 월세,전기세,물세 등 기본 고정비용을 감당하려면 이 도매 가격에서 최소 3배 이상은 더 해야 살아남는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가격이... 정말 예쁘게 풍성하게 내가 원하는 데로 다발과 꽃꽂이 작품을 만들어 팔려면 얼마를 받아야 할까? 꽃이라는 상품은 유통기한이 짧아 오래 보관할 수도 없고, 상태 안 좋은 꽃을 떨이처럼 판매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꽃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저 꽃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3. 한국 소비자들은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이미 인터넷에서 꽃과 식물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플랫폼들이 있다. 그런데 과연 오프라인으로 작은 꽃 소매 매장을 하는 것이 맞는가? => 궁금해서 나도 몇 번 구매를 해봤다. 심지어 상태가 좋은 꽃들이 오더라. 디자인은 당연히 취향의 차이겠지만


이런 끝없는 질문 끝에 결국은 접었다. 물론 지금도 꽃 소매업으로 사업을 잘 이어나가고 계신 분들도 아주 많다. 내가 그만둔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이다. 내 스스로가 이 사업에 설득이되지 않아서 그리고 아마도 이제는 꽃과 식물보다 더 소중한게 생겨서인것 같다.


프랑스에서 불어를 배우고 꽃 공부를 하고 또 샵에서 일을 하고 내 꿈을 위해 달려온 시간들이 당연히 아깝지만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른 걸 한다고 내 인생이 끝장나는 건 아니다. 때로는 포기할 때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프랑스를 처음 떠났을 때처럼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럼 앞으로 나는 뭘 하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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