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민, 유학을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 8가지
저번에 썼던 글 <프랑스가 살기 좋은 이유 7가지>에 이어 이번엔 <내가 프랑스를 떠나고 싶은 이유 8>가지"를 써보려 한다. 어떤 나라든 장점도 있고 물론 단점도 있다. 한국도, 그리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파라다이스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며, 사람들이 너무 기대만을 안고 프랑스에 와서 실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는 글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으니까.
프랑스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외국인들도 많고, 떠나는 외국인들도 많다. 개개인마다 프랑스 문화와 맞고 안 맞고의 차이지 정답은 없다. 아래에 이유들은 내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이유이자 내가 느낀 프랑스 생활의 단점이다.
첫 번째- 행정업무
아마 프랑스에 있는 대다수의 외국인, 뿐만 아니라 프랑스인들도 하나같이 공감할 얘기이다. 프랑스에서 행정처리는 2G급이다. 4차 산업, 5G를 논하는 시대에 프랑스에서 행정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감성적인 아날로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한국은 대부분의 민원처리를 인터넷으로 할 수 있지만 프랑스에선 그게 참 어렵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조금 나아진 감은 있지만 아직 멀었다.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헬스장을 다니다가 그만두려 해도, 꼭 그만둔다는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붙여야 하고 휴대폰이나 은행, 집 계약 등을 해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6년이나 프랑스에 살고 있지만 나는 어떻게 프랑스 사람들은 이렇게 평생을 살 수가 있는지 의문이다.
외국인으로서 프랑스 행정처리가 가장 짜증이 순간은 체류증을 갱신할 때인 것은 많은 외국인들이 공감할 것이다.
프랑스에 머물기 위해서는 체류증을 매년(복수 체류증이 있기도 하다) 갱신을 해야 하는데 그 체류증 연장을 위해서 준비해야 되는 서류는 굉장히 많다. 프랑스 입장에선 아무 외국인이나 받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고, 경제적으로나 프랑스 사회에 있어서 이득이 되는 외국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이해를 하지만 행정처리 과정 자체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건(6개월, 1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참 이해하기가 힘들다. 마치 웹 서핑 중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끊겨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느낌이랄까? 문제는 이 체류증 갱신을 위해서는 꼭 약속(rdv)을 잡고 경시청에 가야 하는데, 이 약속을 잡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경시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친절한 공무원들은 없다. 그들은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업무만 할 뿐이다. 왜들 그렇게 화가 많고 짜증이 나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지만 경시청에만 가면 나는 자꾸 내가 뭔가를 잘못 한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에서 행정처리로 애를 먹다가 가끔 파리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처리할 일 이 있어 한국대사관에 가면 새삼 한국대사관 직원들에게 큰 감사함을 느낀다. 여러 번 전화를 할 때마다 바로 내가 원하는 대답을 빠르게 해 주셨고(전화를 받아주신 것만 해도 정말 감사했어요), 내가 우편으로 서류 하나를 빼먹고 보냈을 땐 직접 전화를 주셔서 다시 보내야 하는 서류를 얘기해주셨다. 6년 동안의 프랑스 생활 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프랑스 대사관 직원분들, 이 글을 통해 감사함을 전합니다.
두 번째 - 치안
거리를 맘 편히 걸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파리에서 정말 예쁜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고 싶을 때에도 난 주변을 항상 두리번거리게 된다. 파리엔 휴대폰이나 소지품을 노리는 소매치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인은 특히 좋은 휴대폰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항상 표적이 된다. 실제로 여러 번 소매치기를 만나기도 했다.
한 번은 일 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에 소매치기를 만났었다. 그때는 코로나 전이여서 연말 행사로 매년 하던 샹젤리제에서 불꽃놀이가 있는 날이었다. 그날은 플라워샵에서 일이 19시 30분에 끝나 미리 샹젤리제에 가있다는 일행들을 만나러 샹젤리제로 가고 있었다. 그날 샹젤리제 근처 지하철 역들이 다 폐쇄돼서 대여 자전거 (서울의 따릉이 같은)를 타려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나와 다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대여 자전거가 근처에 한대도 안 남아있었다. 차선책으로 우버를 불렀는데 우버도 역시 오질 않았다. 사실 차가 너무 막혀 차 보다 걸어가는 게 더 빨랐다. 걸어가려면 40분이 넘는 거리가 남아있었다. 평소라면 걸었을 수도 있지만 10시간을 넘게 서서 일 하고 퇴근한 그날은 너무 피곤해서 어쩔 수 없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동 킥보드를 빌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킥보드가 내 몸에 비해 크고 무서워서 아주 천천히 서행했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긴장되고 무서워서 잠깐 쉬고 있는 순간 갑자기 어떤 3명의 남자들이 다가왔다. 누가 봐도 취해 보였고 (뭐에 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말을 걸면서 내 정신을 쏙 뺐다. 세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더니 갑자기 그중 한 명이 내 에코백이 마치 자기 가방인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쑥 넣고 휘젓는 게 아닌가.
그때 내 에코백에게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들만 담겨 있어서 다행히 그가 가져간 건 없었고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급하게 그곳을 빠져나왔다. 한참을 뭐라 소리 지르며 뒤따라오던 그 무리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파리에서 나를 두렵게 하는 건 소매치기뿐만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마약을 아무렇지 않게 파는 사람들, 마약을 하는 사람들, 술병을 들고 지하철 버스 등을 타는 사람들, 자동차를 불태우고 매장의 유리창들을 깨며 과격하게 시위하는 사람들 등이 있다.
세 번째 - 의료서비스
프랑스 의료 시스템은 저번 편에서 프랑스에서 살기 좋은 점 중 하나로 뽑았던 것이다. 그런데 좋은데 또 좋지만은 않은 것이 무상의료이다. 프랑스 보건 의료 서비스는 여러 번 나에게 사이다 없이 고구마 한 박스를 먹은듯한 기분을 선사해줬다.
한 예로 몇 년 전에 파리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살 때 갑자기 열이 오르고 몸에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올리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팔에 몇 개 올라오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나중엔 온몸에 다 퍼졌고 열이 내렸다 올랐다를 반복, 거의 일주일 내내 잠도 못 자는 상황이 반복됐었다. 그래서 미리 예약을 하고 주치의를 찾아갔었다. 주치의는 나에게 옷을 벗어보라길래 속옷만 걸친 채로 진료를 봤고(한국에선 이렇게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꽤 민망했다) 그다음에 주치의가 하는 말은 "어... 이거 이상하네요 저도 모르겠어요"였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겠으니 피부과 의사에게 예약을 잡아주겠다고 컴퓨터로 알아보고 어딘가에 전화했다 (프랑스는 주치의(generaliste)가 있어 아플 때는 주치의를 보고 그다음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는 5개월 후에나 피부과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난 "5개월 후면 다 나을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라고 조용히 대답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네 번째- 파리 집값 + 집 구하는 과정
서울에 집값이 많이 오른 건 알고 있지만, 월세 기준으로는 서울에 비해 파리 집 값이 조금 더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보증금은 프랑스가 훨씬 싸다 대부분 1달~3달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낸다) 뿐만 아니라 파리엔 걸러야 하는 집들도 많다. 우선 낡은 집들이 많고, 그나마 내부가 수리돼있으면 살만하지만 내부가 수리가 안되어 방음이 아예 안 되는 곳도 있고, 파리에 사는 몇몇 친구들 집에서 쥐가 나온다고 듣기도 했다. (파리에서 쥐는 어디서나 자주 볼 수 있다. 지하철, 길거리, 심지어 카페에서도 귀여운 미키마우스들이 어디서든 기다리고 있다).
가격보다 실질적으로 나를 더 힘든 게 한건 집 구하는 과정이다. 우선 한국처럼 그냥 부동산에 가면 집을 여러 군데 보여주는 게 아니다. 공인중개사 분과 약속을 미리 잡아야 집을 보여주고 아님 집주인이 언제 집을 보여주겠다고 정하면 그 정하는 날에 여러 명이 동시에 방문을 한다. 파리 같은 경우는 좋은 집은 거의 그날 바로 나가기 때문에 미적 거리다가는 좋은 집을 놓치기 십상이다.
프랑스에서 집 구하기는 프랑스인들에게도 힘든 절차이다. 준비해야 하는 서류들도 많고 (근로 계약서, 소득 증빙서, 거주 증명서 등이 있다 ) 심지어 세입자를 면접 보는 집주인들도 꽤 있다. 아는 지인 커플은 둘 다 프랑스인이고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데 평소에는 검소한 차림으로 다니지만 새로 집을 구하기 위해서 집주인을 만날 때는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신경 쓰고 간다고 말했었다.
많은 서류들 중 특히 외국인이 준비하기 어려운 서류는 소득증명서인데 세후로 집 값의 최소 3배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내가 1000유로짜리 집을 구하고 싶으면 세금을 제외하고 내가 받는 월급이 3000유로 이상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월 세후 3000유로 이상 벌고 나를 보증해줄 수 있는 보증인을 찾아야 한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의 경우 보통 부모님께 부탁을 하는데, 한국에 있는 부모님의 경우엔 해당이 안 된다. 그리고 근로 계약서의 경우도 많은 파리 부동산이 CDI ( 정규직 계약서)를 요구한다. 그렇다 한국은 어느 정도 모아둔 돈만 있으면 집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파리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 더 번거롭다.
다섯 번째-대중교통 (feat 파업, 시위, 고장, 수화물)
파리에 대중교통은 서울보다 비싸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수 있는 티켓 한 장의 가격은 1.9유로 (한화 약 2600원)이다. 그리고 다른 교통수단으로 환승이 안된다. 예를 들어 내가 지하철을 탔으면 같은 티켓으로 버스를 탈 수가 없다.
그것보다 더 문제는 제시간에 잘 오지 않거나 아예 지하철 라인 전체가 안 다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주로 파업, 시위, 전차 고장, 누군가의 자살시도, 수화물 놓고 내림, 택배 놓고 내림 등이 주된 이유이다. 여름 바캉스가 있는 7~8월 동안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공사를 하기도 한다. 그럼 차를 타고 다니면 되지 않냐고? 파리는 서울 못지않게 교통체증이 심하고 길이 좁아 아직 초보운전인 나에게 파리에서 운전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섯 번째 - 세금
프랑스에서 많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만큼, 그만큼 세금도 많이 내게 된다. 기본적으로 부가세가 20%여서 똑같은 제품도 프랑스에서 사면 더 비싸게 느껴진다(특수한 경우 부가세가 10%인 경우도 있다).
심지어 주식 배당금 세금도 26.5% 이것도 내린 거라고 한다. 그럼 월급을 한번 살펴볼까, 근로자로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프랑스 최저시급은 2021년 기준 세전 1554 € (한화 약 260만 원) 그렇지만 세후 금액은 1231€ (한화 약 214만 원)이다. 당연히 급여에 따라 1년에 한 번 소득세를 내고 물론 재산세도 내고 그 외의 세금들도 많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갖고 있으면 세금을 더 내고 세입자여도 주거 세금을 내야 한다).
근로자는 그나마 낫지, 사업자는 근로자에게 주는 월급의 약 1.5배 이상을 지불해야 된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갖는 돈은 세전 1554 € 이지만 사업자가 내야 하는 돈은 이 금액의 대략 1.5배가 되는 금액인 것이다.
일곱 번째- 인종차별 (Winter is coming)
이유 없이 나를 처다 보는 공허한 파란 눈을 보면 왕좌의 게임의 화이트 워커들이 생각났다. 왠지 모르게 내가 인종차별을 느낀 사람들은 주로 백인 할머니들이 많았는데 자세하게 적기엔 내 기분을 망칠 것 같아 간단하게 말하겠다. 차별이 불법으로 정해진 프랑스에도 인종차별은 존재하고, 이 문제가 꽤 심각하다.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아 라는 마인드로 와도 막상 겪어보면 상처 받는 게 인종차별이다. 내 존재 자체로 혐오감을 준 것 같은 느낌은 뭐라 설명하기가 힘든 기분을 안겨준다.
여덟 번째- 음식
프랑스 음식은 참 맛있다. 나는 프랑스 음식문화도 좋고, 프랑스 식자재, 그리고 특히 프랑스 와인을 사랑한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말했었지. 한국인이 바늘에 찔리면 김치 피가 흐른다고... 한국에 있을 때는 입에도 잘 안되던 한식이 어느 순간부터 너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푸아그라, 트러플 산해진미라고 알려진 것들을 먹고도 왠지 먹고 나면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 진다. 유명하고 맛있는 미슐랭 레스토랑을 다녀와도 어딘가 모르게 허전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맛있는 식당에서 즐거운 사람들과 오랫동안 천천히 하는 식사는 행복하다) 파리에는 다행히도 한식당과 한국 마트들이 많아 한국음식을 자주 먹지만, 현지에서 먹는 맛과는 왠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 소울푸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음식에 소울까지 같다 붙인단 말이야?라고 생각했던 지난 과거를 반성한다. 그렇다 한국인, 적어도 나에겐 한식이 소울푸드다. 한식이 상처 받은 내 마음을 치료해준다. 백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살았을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일주일에 3일 이상은 꼭 백 선생님 레시피로 한식을 해 먹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길거리 음식이 딱히 없는 것이다. 가끔은 시간이 없어 아님 가끔은 거하게 먹기 싫어서 그냥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고 싶어 뭐가 없나 찾아보면 케밥 밖에 먹을 게 없으니 말이다. 케밥이 맛있긴 하지만 내 입맛엔 짜고, 뭔가 느끼하고, 위생적이지 않은 식당들도 많아 꺼려진다.
그럴 때마다 " 아 한국이었으면 지금쯤 떡볶이에 김밥이을 콕 찍어서 먹고 있을 텐데.." 하는 상상을 하고 만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한국에서 길거리 음식 먹는 상상으로 행복해진다.
나의 한식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은 사실은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원하던 디플롬 (학위)들도 받았고 파리에서 괜찮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했다. 그러나 이곳이 아무리 좋아도 내 나라, 내 조국,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고국에 대한 그림움이 자꾸 맛있는 프랑스 음식을 먹어도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이유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