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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tine in island Nov 07. 2021

드라마톡_넷플릭스가 던지는 화두

Logical shopper_숨은 넷플릭스 찾기(2021.11)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인해 넷플릭스가 벌어드린 수익이 몇 조 수준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컨텐츠의 시대다.

넷플릭스에서 성공한 컨텐츠를 분석한 글도 연일 등장하고 전문가들이 그 성공의 이유를 다양하게 결론짓고 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견해는 한국 컨텐츠의 힘은 이러한 성공을 거두기에 충분히 우수했는데 그것을 알릴 윈도우가 없었던 것이었고 이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업체가 등장하면서 그 통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 견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결과론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넷플릭스와 같은 OTT 컨텐츠들의 인기에 대해서 어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부분을 문제시 삼는다. 어떻게 인간실격 같은 수작이 1% 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외면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말 이 문제가 자극성의 문제일까? 그렇다면 자극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갯마을 차차차’의 흥행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극의 도입부에서부터 동반자살, 자살을 늘 생각하는 여주인공, 호스트 바가 등장하는 인간실격은 자극성이라면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자극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MZ 세대로 대변되는 요즘 시청자들의 감성과 소통하고 있느냐인 것이다. 그들이 공감할 수 없는 주제와 감성이 문제인 것이다. 한없이 무겁기만 한 극 전체의 분위기가 첫 장면부터 숨막히게 하고, 눈길 한번 주기 힘든 극사실주의적인 배우들의 표정과 스타일이 드라마를 보는 순간 만이라도 지난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시청자들의 바램을 외면한다.

저자는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넷플릭스에서 성공하는, 즉, 요사이 MZ세대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컨텐츠들을 보면서 분명한 한가지의 사실을 발견했다. “대중적이라는 것은 곧 망하는 지름길이다”라는 것과 “폼 잡는 순간 시청률의 나락에서 헤어날 수 없다”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공중파라고 불리우는 공영방송이 예전의 영화를 되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

넷플릭스를 켜면 첫 화면에 ‘지금 뜨는 컨텐츠’ 라는 섹션이 나온다. 그리고 이어 순위를 매긴 해당 국가에서 가장 인기있는 컨텐츠의 목록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넷플릭스 안에서 시리즈를 1개 이상 출시한 컨텐츠들은 모두 전세계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이 있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저자의 취향에는 이러한 컨텐츠들이 또 다 재미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 순위에 들지 못한 보석 같았던 컨텐츠들도 꽤 많았다. 저자를 아는 사람들은 저자에 대해 안보는 TV 프로그램이 없고 안 사는 물건이 없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모든 것을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찾고 정립해가는 쇼핑 유목민이다. 그래서 당초 식재료를 비롯한 일상 쇼핑에 대한 나만의 철학과 그 철학에 부합하는 상품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했던 이 코너에 저자가 많은 시간을 들여 시청해서 엄선한 넷플릭스의 컨텐츠들도 포함시키게 되었다. 물론 내년에 디즈니와 아마존의 OTT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하면 미디어의 범위는 좀더 넓어질 것이고 저자의 수면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인기있다는 넷플릭스의 컨텐츠들을 보면서 알아채게 된 몇가지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더 이상 백인 즉 앵글로 섹슨이라 불리우는 서구사회의 주류들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유색인종 배우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브리저튼과 같은 넷플릭스 대표 인기 컨텐츠의 주인공을 떠올려 보아라. 꼭 남주 만이 아니더라도 브리저튼에 둥장하는 여왕이 우리가 기존에 봐왔던 여왕의 모습과 같은가? 둘째, 성소수자라는 규정이 무색하리 마치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그들의 정사신 또한 매우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셋째, 대다수의 시청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일단 대다수의 컨텐츠 내에서 여권의 신장과 함께 민감한 페미니즘 이슈를 여성의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저자가 컨텐츠를 선정하는 나름의 기준에 우수하게 부합하는 컨텐츠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저자의 컨텐츠 선택 기준은 독특하고 분명하기 때문에 미리 읽어보시고 그 기준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독자들은 시간낭비 마시고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컨텐츠의 숲에서 자신들만의 컨텐츠 탐색을 해나가시길 바란다.


선정기준

(1)캐스트의 매력도 및 화제성(5점 만점/가중치 0.5)

영화든 드라마든 혹은 예능이라도 저자에게 컨텐츠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누가 출연을 하느냐이다. 저자에게 있어 선호도가 높은 출연자라면 일순위, 선호도는 없더라도 인지도가 있다면 고려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만약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출연진들이라도 선남선녀라면 오케이.

(2)스토리에 대한 공감 및 흥미(5점 만점/가중치 0.3)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들이 등장을 해도 공감할 수 없는 스토리라면, 혹은 1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탈락. 예를 들어 전도연은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원탑이고 그녀가 출연한 작품 중 보지 않은 작품은 딱 두 작품. 밀양과 인간실격. 어두운 이야기가 싫고 드라마를 통해 약간의 현실도피와 환상을 실현시키고 싶어하는 저자의 취향과 맞지 않는 스토리여서이다.

(3)미장센(작품 전체의 미학적 스타일(5점 만점/가중치 0.2)

영화나 드라마에서 기대하는 볼거리가 누군가에게는 화려한 액션신일 수도 혹은 웅장한 스케일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도 이런 볼거리도 좋아한다. 그러나 이 밖에도 배우들의 의상, 이국적인 장소 혹은 배경 장소의 인테리어 및 소품, 화면의 톤과 조명과 같은 미학적 요소가 저자에게는 중요하다. 너무 어두운 화면 일색이라든지, 사실주의를 표방해 노메이크업에 초라한 의상이 일색이라면 패쓰. 이런 면에서 시대극이었지만 브리저튼과 퀸즈갬빗은 저자의 취향저격이었다.


1.What if(왓이프)

                                                  (출처: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르네 젤위거가 하루 750 kcal 만 먹으며 체중조절에 성공하고 등장한 작품.

그녀가 브릿지 존스의 그녀인가를 몇 번이나 확인하게 할 만큼 그녀의 변신은 성공적이다. 매혹적인 비음의 목소리와 애교 섞인 눈웃음으로 도도함과 냉정함을 치명적으로 연기한다. 줄거리의 뼈대는 이제는 사기꾼으로 전락한 혈액 한 방울로 200 개의 병을 진단할 수 있다며 단숨에 실리콘 밸리의 총아로 부상했던 엘리자베스 홈즈를 연상시키는 여주인공의 창업 스토리이다(물론 여주인공은 그녀와는 달리 매우 윤리적이며 양심적이고, 또한 용감하다). 여기에 더해 거대 투자자본을 이끄는 또 다른 여자 주인공(오히려 이 여자가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사악하며 실체가 없는 경력에 기본적인 윤리의식 마저 결여된 성품의 소유자)과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그 안에 숨겨진 둘의 기가 막힌 인연,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인물들의 서사가 스릴러 형식으로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수작이다. 스토리의 얼개가 촘촘히 엮여져 구멍없이 탄탄하다. 만약 이 스토리가 소설로 출시된다고 해도 지루함없이 읽을 만할 것이다.미혼모, 입양, 멕시코에서 이주한 라틴계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 게이 커플, 테러 집단의 숨겨진 자금 등 온갖 자극적인 소재가 시리즈 전체에 아주 세련되게 녹아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면 스포가 되므로 여기서 스토리의 소개는 마무리한다.

이 드라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르네 젤위거의 패션 스타일이다. 거대 투자자본의 수장으로 성공한 여성 사업가이면서 자신의 섹시함을 십분 활용할 줄 아는 부유한 중년 여성의 패션을 눈부시게 소화한다. 또한, 스토리가 펼쳐지는 공간이 대부분 주인공들의 집으로 설정되어 있고 주인공들이 부자이고 전문직인 탓에 그 공간들이 매우 멋지게 꾸며져 있어 공간 디자인의 미학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톤다운 되어 있는 조명과 화면의 톤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영상미가 스토리의 분위기 및 전개와 조화를 이루는 점도 이 작품에서 우수하게 평가되는 부분이다.


(1)5점 (2) 5점 (3) 4 => 총점 4.8점


2.Bold Type(볼드타입)

                                               (출처 : 넷플릭스 공식사이트)


섹스앤더시티의 팬이었다면 무조건 보시라.

세월이 흐른 만큼 섹스앤더시티에서 다루었던 모든 소재들이 MZ세대의 취향에 맞게 진화되었고 충분히 핫하다. 패션 잡지사에 근무하는 3명의 미혼여성. 미모와 자신의 업에 있어 뛰어난 전문성을 겸비함은 물론이고 진보적인 시민의식과 깊은 우정, 타인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모두 갖춘 매력적인 캐릭터인 동시에 가족사에 기인하는 저마다의 상처와 결핍을 가지고 있어 인간적이기까지 하다. 그녀들의 커리어, 연애사와 결혼, 우정을 근간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한번씩은 고민하는 다양한 최신의 이슈들을 빠른 호흡으로 지루하지 않고 스타일리쉬하게 그려냈다. 레즈비언인 줄 알았으나 양성애자이면서 동시에 백인 어머니와 아프리칸 아버지를 둔 유색인 소셜미디어 마케팅 팀장, 유방암 가족력으로 인해 20대 중반에 유방 절제술을 받은 피쳐 기자, 불행한 결혼생활로 알콜 중독자가 된 어머니 밑에서 보살핌없이 자란 패션 스타일리스트. 이러한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매력 넘치는 여자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아픔과 결핍을 감싸줄 또 다른 매력의 남자주인공들과 함께 일과 사랑 안에서 균형을 찾고 갈등과 화해를 경험해 나가는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배경은 이런 류의 드라마에 딱 맞는 뉴욕. 시리즈 전반에서 뉴욕 만의 문화와 명소 등을 엿볼 수 있도록 모니터를 통한 가상 관광의 경험까지 제공한다. 그녀들의 패션 스타일은 당대 최고의 패션잡지를 배경으로 하는데 말해 무엇하랴. 주인공 역할의 배우들은 다소 생소한 얼굴들이기는 하지만 시리즈 1탄의 첫번째 에피소드를 마치기 이전에 금방 익숙해질 만큼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왓이프가 빠른 호흡과 탄탄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에게 높은 몰입도와 긴장감을 끌어내는 반면 극 전반의 무드가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면, 이 드라마는 여성 시청자들을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소재와 함께 MZ 세대의 취향에 맞게 무겁지 않고 스피드 하다.


(1)4점 (2) 5점 (3) 4.5점 => 총점 4.4점


3.Chair(체어)

                                                    (출처: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이 시리즈는 미국 명문대학의 교수 사회와 한국계 이민 가정을 배경으로 싱글 워킹맘 여주인공의 일과 사랑, 가치관을 다룬 넷플릭스에서 보기 힘든 청정 드라마다. 그러면서도 매우 독창적인 주제의식과 함께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인생의 교훈까지 얻게 되는 수작이다. 시청자들은 교수 사회의 꼰대스러움과 그들의 치졸한 밥그릇 다툼, 대학 내 인기 학과의 판도 변화 등이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만국 공통이라는 것도 덤으로 알게 될 것이다.

로스트의 김윤진에 이어 몇 년 전부터는 이병헌 및 배두나 같은 국내 스타들이 헐리우드에 진출하고 최근에는 박서준까지 마블 시리즈에 출연하는 등 한국 배우들의 활약이 대단하지만 그 이전에는 우리가 미국 영화 및 드라마에서 어쩌다 한국계 배우들을 보면 그렇게 반갑고 그들이 대단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 중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한국계 배우인 그레이 아나토미의 산드라 오가 주인공이다. 백인 주인공의 친구 역할이 아닌 그 자체로 당당히 주인공 역할을 하는 몇 안되는 아시아계 배우인 그녀는 이 드라마에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영문학과 학과장인 한국계 여교수이며, 동시에 피부색이 다른 입양아를 키우는 싱글맘으로 등장한다.

쉽지 않은 인생을 살지만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일하고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이 시리즈 전체에서 더없이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비춰진다(사실 산드라 오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미인형 여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드라마 내에서 간간히 들리는 한국어 대화가 반가운데 아빠와 대화할 때 한국어를 사용하는 부분과 집 안으로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설정은 산드라 오가 직접 제안했다고 하는데 한국인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사람들마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목적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타인의 삶을 엿보며 자신의 삶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치 소설 한권을 읽는 것과 같은 문학적 기능을 추구한다면 선정한 3개의 시리즈 중에서 단연 이 작품을 추천한다.


(1)4점 (2) 3.5점 (3) 4점 => 총점 3.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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