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생각 한조각
50이 넘어가면서 자주 제 인생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못난 일이지만 지나온 시간에 대한 후회이죠. 과연 그 긴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이루었을까 하는 것이에요.
‘성취’라는 것은 ‘시간’과 ‘축적’이 핵심이라는데 시간은 수십년이 쌓였지만 축적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 한 느낌에 꽤 좌절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저의 50년이라는 시간은 그 중 20년은 제 의지로 살아냈다고는 보기 어렵고 결국 30년만이 고스란히 남는 것이었어요. 지나친 합리화일까요?^^
고작 30년이라고 만은 말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이제 인간의 수명을 100세라고 본다면 또 다시 80이후의 삶을 제 의지의 영향력이 덜 미치는 시기라고 하고(이것은 지금의 의학과 과학 수준에서 예상이고요) 앞으로의 30년이 제 앞에 또 놓여있는 것이죠.
지난 30년 동안 저는 그래도 세상을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시행착오를 겪고 경험과 지식을 축적했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자부마저 없다면 지난 제 시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요?^^
직장생활을 하는 시간 동안 저는 늘 비바람이 치는 벌판에 홀로 서있는 것 기분이었어요. 아마 결혼을 결심했던 몇가지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후 다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무지에서 깨어나는 희열도 가끔은 있었지만 긴 고독의 터널을 지나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이렇게 저도 지난 30년 축적의 시간을 만들어오지 않았을까요?
아직도 인생에서 ‘당장’ 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늘 기대합니다. 제 앞에 제가 꿈꾸는 모습이 현실로 짠하고 나타나길 말이죠. 재작년 여름 처음 방송출연에 대해 고민을 하던 때에…살면서 처음으로 좀더 잘 살 걸 그랬다는 자책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앞에 나서는 일이 많이 두렵고 무엇 하나 그럴만한 자질을 갖춘 게 있을까 냉정하게 저를 돌아보며 전문가라면서 정말 아는것도 없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인생에는 지름길이라는 것도, 어디에나 통하는 비법도, 모두가 합의하는 정답이라는 것도 없다는 것이었죠. 매시간 매일을 성실히 공부하고 진심을 다해 사는 것, 누군가의 성공사례가 아닌 나만의 고유한 해법을 찾는 것,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아닌 내 스스로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단단하게 사는 것 만이 허명이나 허상이 아닌 진짜라는 것…. 제가 오늘까지 생각한 삶에 대한 시선과 태도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저도 매일이 늘 아득하고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한걸음씩! 이라고 또 다른 제 안의 제가 속삭여줍니다. 오늘 바로 내가 원하는 인생이 펼쳐지지 않는 것은 그분께서 좀더 떳떳한 저를 만들기 위한 시간을 주시는 것이라고 말이죠.
#성취 #시간 #축적 #지름길 #30년
이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