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년 전, 크리스천 호모포비아였던 제게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저는 누군가에게 크리스천이라고 말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놀랍게도 얼마 전에서야 두렵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가 자꾸만 저의 종교에 대해서 숨기고 싶어 하더라고요.
왜 두려워하는지.. 돌아보니, 제가 예전에 그들에 대해서 마음속 깊이 부정해 왔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누구보다 그들을 미워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선입견 가득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기에 저 또한 누군가가 예전에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저를 그렇게 볼까 두려웠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크리스천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고, 선민의식이 있고, 자신들의 종교가 아니면 틀렸다고 비난할 것이라고 일반화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강하게 그렇게 비난했던 저이기에 누군가가 나를 보며 예전의 나처럼 저를 판단하고 오해할까 두려웠습니다.
그 두려움을 알게 되고 그 두려움을 마주하자 놀랍게도 용기가 생겼습니다. 오해받아도 괜찮겠다는 용기와 누군가는 오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미 함께 내 안에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커밍아웃해 봅니다. 저, 크리스천입니다.
저의 2021년 10월 30일의 간증글을 공개합니다.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는 글이 되길 바래봅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독실한 불교 신자시고 외할머니께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셨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저희 아버지께서는 ‘거실은 종교 세이프 존이니 각자의 방에서만 신앙 활동을 하자’라고 제안하셨고 저에게도 "너가 믿고 싶은 건 너가 알아서 믿어라"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할머니 방에서는 매주말 예배를 드리셨고 부모님 방에는 달마와 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궁금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바로 성경스터디를 등록해서 1년 정도 스터디를 했습니다. 5명이 시작했던 성격공부는 결국 저 혼자가 되고 마지막은 전도를 하는 것으로 스터디는 막을 내렸습니다. 전도를 당해서 가게 되었건 교회에서는 신규자에게 목사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 같은 것을 마련해 주었는데, 저는 ‘믿지 않는 자는 모두 지옥에 간다’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모님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데 그렇다면 부모님은 천국에 가지 못하는 것인가? 질문을 드리니 ‘그렇다. 가지 못한다’라고 답변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분들이 덕을 쌓았기 때문에 네가 지금 여기 와있는 것이고 전도를 해야 한다’라고 이어 말했습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의 부모님을 존중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나의 아버지는, 나의 어머니는 비록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누구보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시며 누구보다 진실된 분이십니다. 늘 사람을 돕고 늘 자신을 희생하며 늘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십니다. 그런 부모님이 단지 '믿지 않기 때문에' 지옥에 간다는 그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습니다. 또한 저희 부모님께서 저에게 선택권을 주셨듯이 저 또한 부모님께 아무리 교회가 좋아도 전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이 지옥 간다는 교회는 저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나의 부모님이 예수를 믿지 않아 지옥에 가야 한다면 나도 같이 지옥에 가는 게 나에겐 행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터디를 오랫동안 해주었던 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교회를 다니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때 그 언니가 마지막으로 해준말이 참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미소야, 예수의 열두 제자 중에 도마라는 제자가 있어. 도마는 예수님이 물 위를 걷는 것도, 빈와인잔을 와인으로 채우는 것도, 병든 이를 낫게 하는 것도 모두 믿었지만 예수가 죽고 부활하는 것만은 절대로 믿을 수가 없다며 예수를 부정했데. 예수는 베드로라는 제자를 가장 예뻐했는데도 불구하고 죽고 3일 만에 부활 하자마자 도마에게 찾아갔데. 충분한 믿음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지금 네가 이렇게 의심하고 알아가려는 열린 마음이 있다면 언젠간 너에게 다시 예수님이 찾아갈 거야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기도할게"라고 말입니다. 도마 이야기가 진짜인지, 그 언니가 진짜 기도를 했는지는 모릅니다. 아무튼 그 뒤로 10년간 저는 개신교 하면 그냥 싫었습니다. 이분법적인 사고가 싫었고 믿으면 다 천국 간다 라는 단순한 생각도 싫었습니다. 그렇게 사실 기독교를 피해 다녔습니다. 소개팅이 들어와도, 친구를 만나도 왜인지 교회를 다닌다고 하면 꺼려졌습니다.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믿는 사람들, 마치 본인은 모든 죄를 지어도 구원받은듯한 우월한 말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웃기지만 그렇게 피해 다녔음에도 제 주변에는 교회를 다니고 믿음이 신실한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 친구들과 오랜기간 함께하며 나도 믿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만믿음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믿고 싶었음에도 믿음이 생기지 않음이 저를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심지어 누군가에게 신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며 의도치 않은 전도를 많이 했음에도 스스로는 믿음이 생기지 않았기에 일종의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십일조를 내고 사랑절을 외우고 다니며 간혹 기도를 하기도 했지만 믿음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빅뱅으로 시작되어서 어떤 우연으로 인해 모든 생명체가 시작되었고 사람은 원숭이가 진화한 것이라는 것도 믿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아담과 이브가 만나서 인류를 이루었다는 창조론 또한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투쟁의 삶이었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느끼고 인체의 경외로움을 느낄때엔 신에대한 존경심이 생겼지만 그렇게 경외로운 사람이라면 왜 세상에 이런 악을 만들어 냈고 착하기만 한 우리가족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하는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습니다. 두려움의 삶이었고 완전한 행복을 모르는 삶이었습니다.
몇 해 전 아버지께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아빠, 아빠는 아무리 천국이 있다고 한들 하늘에서 그냥 행복하기만 한다고 그게 좋을 것 같아? 나중에 죽고 천국에 가서 엄마랑 진짜 행복할 수 있는데 선택 한다면 다시 여기 올 것 같아 아니면 하늘에 있을 것 같아?" "당연히 지구에 오고 싶을 것 같아" 저도 "나도"라고 답했습니다. 천국이 있다면, 여기서 지금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저는 믿음이 생겼고, 믿음이 생기자 정말 '여기'가 천국으로 변했습니다. 믿음이 없었을 때의 저는 내가 팔이 잘려도, 다리가 잘려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겨낼 것이기에, 사랑으로 이겨낼 것이기에 이겨내는 나의 모습으로 하여금 사람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게 하실까 두려웠습니다. 믿음이 생기자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1분 만의 일이었습니다. 믿는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보이는 게 같고 나의 상황은 같은데 이곳이 천국으로 변했습니다.
예전에는 천국, 주님, 예수, 그리스도, 영광, 행복 이런 단어들을 들으면 왜인지 너무 홀리하고, 너무 부담스러운 것(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조금 사이비) 같아 보였습니다. 올챙이에서 손가락이 처음으로 조금 난 지금, 나중에 개구리가 되면 저도 "주께 영광 돌리세요" 와같은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여러 경험을 통해 개구리가 되어버리면 올챙이 일 적 첫 발이 나올 때, 뒷발이 나올 때, 꼬리가 잘릴 때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가 있다면, 왜 그렇게 나를 사랑한다면 이제야 나를 이렇게 해방시켰을 까, 왜 그렇게 고통을 느끼게 하고 이제야 그랬을까라고 생각해 보니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도를 해주신 많은 분들처럼 저도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를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제게 정말 뜻깊은 날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