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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광근 Nov 16. 2024

소풍 같은 삶

<웃으면서 소풍처럼>



허나 함께 있더라도 거리를 두도록 하라. 

그리하여 둘 사이에 천국의 바람이 불도록 하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즐거워하라. 

대신 각자가 홀로 서 있도록 하라. 

같은 음악 속에 함께 떨린다 하더라도 

류트의 현은 각자 홀로 서 있듯이.

- 칼릴 지브란



예전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을 좋아해서 인사동의 카페 귀천을 다녔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에서 시작해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는 내용처럼 요즘 내가 추구하는 마음이 삶을 소풍처럼 살자는 것이다. 


요즘 좋아하는 노래 중에 추가열 씨의 '소풍 같은 인생'이라는 곡이 있다. 

미련과 후회도 많겠지만 어차피 한번 왔다 가는 길 소풍처럼 웃으며 행복하게 살자는 가사가 마음에 와닿고 있다. 


오늘 어머니와 함께 호수공원을 걷고 가을의 정취를 누렸다. 

나무들은 저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름답고 고운 잎사귀를 만들고, 이를 떠나보내고 있었다. 

그 고운 빛깔 속에 사람들은 저마다 아름다움을 느끼며, 길을 거니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계절의 짧은 변화를 느낄 때 가끔 아쉬움이 있다. 

이 가을 남은 시간 행복하기를 하며 인사를 할 때마다

짧은 그 시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아름다움은 더 크게 느껴진다. 

 

가끔 삶이 찰나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끝에서부터 바라보며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마음도

사랑과 평화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신앙생활도

무척이나 짧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마음이 들더라도 

시선을 달리 보면, 

그리고 돌이켜서 거리를 두고 생각하면

다가오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이 비록 짧을지라도 

이 순간 소중함을 느끼며, 감사하며 살아갈 때

오늘 하루 내가 맞이하는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기쁘게 살아가고 있을 때

어떤 충만함이 찾아온다. 


열심히 살아가는 가운데

주변을 돌아보고, 사회를 보며, 지구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며, 

내 하루의 삶이 나와 관계된 모든 이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만들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을 살면서 소풍 같은 이 삶이 마지막에 아름답고, 행복했었다고 말하는 것이 지금 삶의 목표이다.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한 줄기의 바람이 

들판을 뛰놀며 자유롭게 노니듯이 

그러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소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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