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at Apr 15. 2022

[Life] At Home

나를 담고, 나를 닮은 공간.


이제 집이라는 공간은 주거의 개념으로부터 확장되어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떠올려 보세요. 그만큼 시간을 들여 정성껏 채운 공간은 여러분을 닮아 있지 않나요? 용도와 생김새는 제각각이지만, 무심코 혹은 무모하게 취향과 성향이라는 자신의 문법대로 구입한 물건들은 아카펠라 화음을 쌓듯 절묘한 조화를 이뤄 오직 나만의 공간을 완성하죠. 그건 이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내 것.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을 알아챌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박영감의 만물 잡화점
박영감은 ‘반지하박영감’ 채널을 운영 중인 유튜버이자 포토그래퍼이며, 비디오그래퍼이기도 합니다.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비주얼리스트”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죠. 그의 구매 리스트 상단은 빈티지 의류와 오브제가 차지하고 있으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애정하며, 폴라로이드나 필름 카메라로 그 순간을 기꺼이 기록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소개하는 공간 역시 사람 냄새 가득한 그를 쏙 빼닮았습니다.
 
본인에게 이 공간의 의미는
장난 삼아 이곳을 사랑방이라 불러요. 다양한 캐릭터의 친구들과 모여 어울리는 공간으로 쓰이는데요. 뭔가 만남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고 그 기록을 모아 전시 같은 것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폴라로이드나 필름 카메라로 기록하고 있어요. 사람 냄새 나는 공간 같고 그래서 좋아합니다.
 
나의 찜 아이템
오랫동안 벼르고 있다가 마음먹고 구입한 베어브릭. 아는 형에게 선물로 받았고, 친구들과의 모임 때 무드를 더해주는 LP 플레이어. 친구가 만든 서른 개 한정의 인센스 홀더. 또 다른 친구가 목공을 배우며 맨 처음으로 만들어준 하나뿐인 안경 수납함.
 
이곳에 담긴 파노라마 중 찜하고 싶은 장면은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같이 놀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친구의 군대 이야기를 듣고 외국인 친구가 초코파이의 맛이 궁금하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집에 유통 기한이 1년쯤 지난 초코파이가 있었죠.(웃음) 다들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게 먹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하나하나 필름 카메라로 한 롤을 다 찍었어요. 나중에 필름 현상을 맡겼는데, 하필 그게 오래된 필름이라 사진은 한 장도 못 건졌죠. 즐겁게 놀면서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생생한데, 정작 사진은 사라졌으니 더욱 소중한 추억이 됐어요. 날려 먹은 값을 한 거죠.
 
이 공간의 미래는
여긴 뭔가로 잔뜩 채워져 있어요. 평소 쓸데없는 걸 자주 사는데,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저라는 사람을 보여주니까, 정형화되지 않고 자기 취향이 확고히 묻어나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포토그래퍼, 유튜버 박영감 @khuss_goods



모노보노의 커다란 영감 노트

프리랜서 모노보노는 여러 가지 일을 벌이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자부해요. 실패를 맛보더라도 새로운 영감을 위해 시도를 서슴지 않는 모험심의 소유자이기도 하는데요. 공간을 꾸미는 일에 관심 이상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종종 인테리어 컨설팅도 합니다. 예전에는 무채색의 공간을 선호했지만 햇살 넘치는 집으로 이사를 한 뒤에는 옐로우 계열의 우드와 채도 낮은 그린으로 멋스럽게 채워가는 중입니다.

 
본인에게 이 공간의 의미는
대학교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 중에 “주거 공간은 그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제 집을 꾸며 보니까 그게 어떤 말인지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가구나 물건마다 내 취향이 묻어 있고, 이걸 어떻게 만났는지 스토리도 담겨 있죠. 저를 담고 있고, 저를 꽤 닮아가고 있어요.
 
나의 찜 아이템
직접 만든 퍼 테이블. 직접 도면을 그리고 공방에 맡겨 제작한 원목 화장대. 처음 마련한 빈티지 오브제.
 
이곳에 담긴 파노라마 중 찜하고 싶은 장면은
거울을 달기 위해 드릴로 벽을 처음 뚫었는데 진짜 힘들었어요. 그런데 한 번 해보니까 블라인드 같은 것도 혼자 힘으로 어렵지 않게 설치할 수 있게 됐어요.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라는 경험을 안겨준 공간이죠. 사소한 일이지만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되게 컸어요.
 
이 공간의 미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지만 남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는 궁금해요. ‘그냥 대충 이걸로 사자’는 식이 아니라 ‘이걸 사야 한다’고 느껴 구입하는 편이고 나중에 후회하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그러고 나서 물건의 배치도 큰 고민 없이 하는데 그게 이 공간에서 어떤 조화를 이루고, 어떻게 보여질까 싶어요.
 
프리랜서 모노보노 @monobono_




Editor 우수빈
Photographer 김병준
Designer 이정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