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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t Apr 15. 2022

[Hot Stuff] In the Kitchen

뮤지션 위수의 지나간 여름, 크림치즈 샌드위치 그리고 찬란한 순간들


봄이 왔지만 여전히 시린 공기가 옷깃을 스치던 날뮤지션 위수 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우리 사이에는 그가 익숙한 솜씨로 준비한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죠지난 여름 EP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를 선보인 위수 님은 얼마 전 자신의 곡 제목을 차용한 ‘Me Before You’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요계절의 정서를 공유하는 듯한 목소리로 어떤 빛나는 시간의 한 페이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위수 님의 음악은 듣는 이의 마음을 토닥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요컨대누구에게나 필요한 손길처럼.







날씨가 많이 풀렸네요.
어느덧 봄이네요.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위수입니다.


최근 언플러그드에서 공연을 했는데직접 조향한 향을 음악과 함께 나누는 기획이 인상적이었어요.
언플러그드 측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제가 만든 향수를 팬분들에게 나눠 드린다고 해서 선뜻 나섰죠. 향이라는 건 기억에도 오래 남지만, 처음 만난 사람의 향을 맡았을 때 그게 무엇인지 더 궁금하잖아요. 다행히 현장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그렇게 탄생한 향은 공연 제목과 동일한 ‘Me Before You’인데요봄에 어울리는 달큰한 꽃향기와 설렘이 담긴 향이라는 걸로 알고 있어요.
유자 향이 적절히 섞인 향이에요. 공연 날짜가 봄이 가깝게 다가오는 때라 그 계절에 가까운 향이 좋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떠올리는 봄의 느낌과 취향을 반영해서 만들었어요. 이름은 제 곡들 중에서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강하게 연상되는 ‘Me Before You’에서 따왔어요.


오래간만에 관객들과 함께 한 무대였는데어땠어요?
진짜 오랜만이었죠. 공연장이 크지 않아 관객들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었거든요. 그만큼 서로의 얼굴이 잘 보였는데, 우는 분들도 있어 기억에 남아요. 피아노 반주와 제 보컬로만 채워야 해서 더 좋기도 했어요. 이런 공연일수록 가사가 잘 전달되어 감정의 울림이 더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 노래가 제 역할을 할 때가 제일 뿌듯한데, 지난 공연을 통해 ‘아, 나는 이런 일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맞아요위수 님의 곡에는 어떤 빛나는 시간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마치 시간이 지나 예전 사진들을 뒤적거리는 듯한그래서 더 공감이 되고요작년 여름에 발매한 EP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는 개인적으로 듣는 내내 여러 장면들을 떠올리게 만들었어요.
그 앨범의 가사들은 제 경험이나 생각에서 나왔어요. 주로 가을에 앨범을 내는 편이었는데, 발매일을 평소보다 앞당겼죠. 타이틀곡이 앨범명과 같은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로 정해지면서 여름이 딱 마무리될 시기에 맞춰 선보이고 싶었거든요. 여름이 뭔가 제일 활동적인 계절이라서 그런지 추억도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고 아쉬움도 많이 남는데, 그걸 위로하는 마음으로 곡을 썼죠. ‘여름’이라고 지칭하기는 했지만 그 계절로 표상되는 강렬하고, 오래도록 선명한 기억을 의미하기도 해요.


이런 이야기가 담긴 코멘터리북도 한정판으로 제작했죠. 직접 가사를 쓰다 보니 할 말이 많았던 걸까요?
그런 것 같아요. 곡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길 좋아해서 앨범 소개도 직접 쓰거든요. 팬분들도 이런 부분을 좋아해줘요. 곡에 대한 제 설명을 들으러 공연에 오시는 분들도 꽤 있고요. 코멘터리북은 소량으로 제작했어요. 딱 백 명만 볼 수 있는 일기장이랄까, 거기에는 정말 솔직한 감정들을 담았죠. 기회가 된다면 이후에도 시리즈처럼 이어가고 싶어요.



기대가 되네요. 곡이 표현하는 이야기가 주로 계절의 정서를 담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매년 반복되지만 매번 새로운 그런 계절.
특정 계절을 표현한 건 아니지만, 워낙 좋아하는 순간들을 오래 붙잡고 있다 보니 그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담긴 게 아닐까 싶어요. 그 순간이 모여 결국 하나의 장면이 되고, 크게는 계절을 이룰 테니 그렇게 느꼈을지도 몰라요.


그럼 곡에서 발췌해도 좋고, 각 계절을 위수 님의 언어로 표현한다면요?
, 매일 낯설기만 한 하루에 함께여도 혼자인 것 같던 나에게. You said you are just who you are. 혼자여도 함께인 것 같아. 내가 서있는 이 곳은 새로운 반짝이는 것들의 연속이야. 그걸 니가 알게 했어. - ‘Me Before You’
여름, 이 살랑이는 바람과 일렁이는 물결, 우릴 내리쬐는 햇빛, 고요한 보라빛 새벽, 흘러가는 시간 모두 다 우리 거야. -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
가을, 가을 같던 너의 손을 옮겨 잡았을 때 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숨을 참곤 했어. - ‘있잖아’
겨울, 아마도 그럴 일은 없겠지. 나는 다가온 오늘과 인사하고 이별하며 눈부실 만큼 사랑하는 것 같아, 당신을. - ‘사랑이란 걸 우습게(Feat. 이영훈)’


제 이야기처럼 와 닿는 가사들이네요. 그런 점에서 최근 진행 중인 ‘OST Project’가 떠올랐어요.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음악으로 돌려준다는 게 ‘자신만의 OST’를 선물하는 것 같아요.

제 이야기가 노래를 통해 공통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걸 목격했을 때 제일 신기하고 뿌듯해요그것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모두의 것이 될 수 있겠다그런 경험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죠첫 번째 곡은 친구와의 이야기두 번째는 반려동물과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고요즘 세 번째 곡을 준비하고 있어요.



오늘 준비한 음식도 팬분들과 연관된 음식이라고 들었어요.
대파 크림치즈 오픈 샌드위치인데요제가 좋아하는 것만 모아서 만들었죠맛이 괜찮아서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한테도 많이 해 줬어요작년에 ‘위수 위켄드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팬분들을 어떤 공간에 초대해 제가 직접 만든 요리를 같이 먹고 노래도 불러 드렸는데점심에 오신 분들에게 이 음식을 선보였죠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가까이서 대화도 많이 나누고오히려 제가 많은 에너지를 얻은 경험이었어요.


2021
년 마지막 날에 SNS에 쓴 글을 봤는데, ‘마음껏 사랑하고실컷 미워했다는 구절이 마음 깊이 와닿았어요그만큼 치열하고 뜨겁게정말 열심히 작년 한 해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올해는 어떤 계획이 있나요?
작년과 달리 좀 더 여유를 갖고 차분하게 지내는 게 목표예요그런데 제 성격이 여유롭게 있질 못해서 늘 이런 생각만 할 뿐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곤 해요올해는 깊이 있게 고민하면서 작업도 하고저 자신도 정돈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음악은요음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싶나요?
사실 얼마 전까지 제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도대체 내 색깔은 무엇이고나는 어떤 아티스트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고 했어요그러다가 며칠 전 사주를 봤는데제가 사람을 살리고 치유하고 기르고 키우는 데 엄청난 능력이 있다는 거예요힐러 같은 사람이죠.(웃음그걸 계기로 돌이켜보니 의도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기도 했고실제로 제 음악이 큰 힘이 됐다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어요. ‘내가 하는 일이 뭔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역할인가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어떻게 제 음악을 알게 됐든오래도록 잔향이 남아 언제라도 찾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위수의 대파 크림치즈 오픈 샌드위치 쿠킹 플레이리스트
요리 순서대로이 음악을 곁들여 만들어 보세요.

[
재료크림치즈대파와사비깜빠뉴아보카도훈제연어케이퍼

The Weeknd – ‘Out of Time’
요즈음 뭔가를 시작할 때 많이 들어요일본 원곡을 샘플링한 곡인데시티팝 계열의 분위기로 되게 신나요어떤 일을 마음먹고 시도하려고 할 때 딱 어울리죠.
1. 
크림치즈를 작게 썰고 다진 대파를 섞은 후와사비를 소량 넣어 한 번 더 섞어줍니다.

Blake Rose – ‘Lost’
도입부는 베이스로만 시작하는데그 부분이 굉장히 설레게 해요뭐든 시작할 때가 제일 설레니까매력적인 베이스의 울림이 마음을 굉장히 들뜨게 만드는 곡이죠.
2. 
통밀 캄파뉴 위에 크림치즈를 얹습니다.
3. 
아보카도를 얇게 썰어 빵 위에 올립니다.
4. 
훈제 연어 슬라이스를 얹은 후 그 위에 케이퍼와 함께 후추를 취향껏 올리면 완성!

Martti Franca – ‘Spaces’
이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요릴렉스하고 싶을 때마다 듣는데식사를 할 때 그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자주 함께 해요.
5. 
그릇에 담고 커피를 곁들여 먹는다.

뮤지션 위수 @wiiisue



Editor 우수빈
Photographer & Videographer 우수빈
Designer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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