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쌤
Q. 어제 친구랑 떡볶이, 튀김, 순대 세트를 사 먹었어요. 신나게 먹었지만, 막상 계산할 때는 분위기가 싸해졌어요. "나중에 줄게. 이번엔 네가 사 줘."라는 말을 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한두 번도 아니고요. 더치페이하고 싶지만, 저를 쪼잔하게 볼까 봐 마음에 걸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친구와의 즐거운 시간을 돈 때문에 망치는 기분이 들어 속상했겠어요. 쿨하고 합리적인 '더치페이의 기술'을 알려줄게요.
흔히 N빵이라하죠. 사람 수 만큼 1/N로 계산하는 건데요. 합리적으로 이 방법을 쓰려면 원칙이 필요해요. 떡볶이를 1/N로 계산한다 해도 또 서운한 마음이 들 수도 있거든요. 누군가가 먹성이 너무 좋아서 매번 2인분은 먹는다거나, 비싼 메뉴만 시켰다면 어떨까요?
다음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이 친구 다섯 명과 아이스크림 집에 갔어요. 네 명은 3,000원짜리 싱글 콘을 먹었는데, 딱 한 명만 6,000원짜리 더블컵을 먹었어요. 그리고 총액을 5등분 한다면? 싱글콘을 먹은 네 명은 자기가 쓴 돈보다 더 많이 내는 셈이라 손해 보는 느낌이 들겠죠.
이렇게 되면 총액을 N등분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는 거죠. 더치페이는 내가 쓴 만큼 내는 ‘공평한 분담'이 중요해요.
친구들과 돈 때문에 서운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상황에 맞춰 똑똑하게 더치페이하는 방법을 알려줄게요.
각자 쓴 대로 계산해요
가격이 다를 땐 '1/N' 대신 '각자 계산'이 기본이에요. 가장 깔끔하고 공평한 방법이죠. 각자 고른 메뉴나 물건 가격이 다를 때 유용해요. 한 친구는 떡볶이 세트를 시키고 한 친구만 비싼 음료를 추가했을 때처럼 말이죠.
공용 통장을 활용하세요
친구끼리 놀이공원에서 종일 놀아야 한다면, 그때그때 정산하는 게 복잡한데요, 그럴 땐 공용 통장을 써보세요. 미리 돈을 걷어 넣어두고, 내역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거죠.
세 명 이상의 친구들과 여행가거나, 보드게임, 독서 모임 등 함께 쓰는 돈이 많을 때 사용하면 유용한 방법이에요. 금융앱의 모임통장을 활용하는 것도 좋아요. 따로 관리할 필요 없이 사용 내역 등을 앱 안의 통장에서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거든요.
돈을 주고받는 '태도'는 금액보다 훨씬 중요해요. 다음 매너만 지켜도 여러분의 센스에 친구가 감탄할 거예요.
계산은 그 자리에서 바로 끝내는 게 좋아요
"집에 가서 보내줄게."라는 말은 서운함의 시작입니다. 정산이 미뤄질수록 친구는 잊어버리거나 갚기를 미루게 되고, 부탁한 사람은 재촉하기 어렵거든요. 가능하면 빨리 정산하는 센스를 잊지 마세요.
먼저 계산할 땐 동의를 구하세요
여러분이 총대를 메고 먼저 계산할 때 "일단 내가 낼게." 대신, "우리 각자 내는 거 맞지? 일단 내가 계산해도 될까?"라고 물어보세요. 친구들은 "당연하지! 고마워!"라며 더 미안해하지 않고 바로 정산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요.
현명한 더치페이는 '쓴 만큼 내는 공평함'과 '서로를 배려하는 유연성'이 조화를 이룰 때 완성돼요. 돈 때문에 친구 관계가 망가지는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겠죠?
김나영, 교사 / <최소한의 행동경제학>, <실험경제반 아이들> 시리즈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