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돌고래 투어가 하고 싶어? -이상과 현실>
"돌핀 투어! 돌핀 투어!"
잔지바르 해변에 발을 내딛자마자 현지 투어를 하라며 호객꾼들이 우리를 막아섰다. 우리가 관심을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자를 꺼내 우리에게 사진들을 들이밀었다. 에메랄드빛 해변에 돌고래가 뛰어노는 사진들. 그걸 지켜보는 사진 속 사람들은 행복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돌핀 투어 정도는 해봐야지?"
친구와 눈빛을 몇 번 주고받은 후 계획에 없던 돌핀 투어를 하기로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업 앤 다운 눈치게임 같은 가격흥정을 겨우 끝마치고 나자,
"투모로우 모닝! 히어! 히어! 씨유 투모로우!"
단 몇 단어로 우리에게 내일 있을 돌핀 투어 안내를 끝낸 투어 사장님은 빠른 걸음으로 다음 호갱을 찾아 떠나버렸다.
드디어 투모로우 모닝,
뽈레 뽈레('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의 그 나라 언어) 나라와 어울리지 않는 이른 아침에 돌핀 투어를 하러 숙소를 나섰다.
'이 시간에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무리가 설마 다 돌핀 투어는 아니겠지'하는 생각으로 친구를 바라봤는데 흔들리는 동공과 불안한 눈빛이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바다엔 이미 8인승 정도로 보이는 통통배 수십 척이 띄워져 있었다.
오리발과 스노클링 장비를 받아 들고 그렇게 말로만 듣던 '돌고래 투어'가 시작되었다.
통통배로 40여 분을 전속력으로 달려가는데 뱃멀미 따위는 없다고 자신했던 나도 점점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다. 울릉도 가는 배 안에서도 양 사이드로 토하는 사람들 옆에서 꿋꿋하게 잘 버티던 나였는데... 보다 못한 투어 일행 중 한 명이었던 백인 아주머니께서 멀미약이라며 나에게 아주 소중한 알약 두 알을 건네어주었다. 먹고 조금씩 기력을 찾아가 때쯤, 갑자기 투어 가이드가 "돌핀! 돌핀!"을 외쳤다. 그러자 정말 거짓말처럼 각기 다른 곳에서 떠다니던 통통배들이 재빠르게 몰려왔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이드는 우리에게 "점프! 점프!"를 외쳤다. 수영도 웬만큼 하고 물과도 꽤나 친한 나였지만, 구명조끼도 없이 오리발과 스노클링 장비만 장착한 채로 바다 한가운데로 갑자기 점프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친구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어리둥절해서 눈빛을 주고받고 있을 때쯤, 이미 사람들은 점프 소리를 듣자마자 뛰어내려 돌고래를 쫓고 있었다.
가이드가 우리를 보며
"이번 기회는 이미 놓쳤어. 다음 기회를 노리자"라며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렇다. 이곳의 돌고래 투어는 돌고래가 많은 스폿에서 여유로이 수영을 하고 놀다가 운 좋으면 돌고래를 보는 그런 사진 속 우리가 봤던 여유로운 투어가 아니었다. 수십 척의 배들은 넓디넓은 바다에서 시끄러운 모터 소리와 어지러운 기름냄새를 풍기며 돌고래를 찾아 돌아다녔고, 돌고래를 발견한 누군가가 "돌핀"을 외치면 그 즉시 수십 척의 배가 모여드는 식이었다. 그리고 가이드의 "점프!"라는 구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바다로 뛰어내려 우리를 피해 도망가는 돌고래를 쫓아가는 것이었다.
도망가 버린 돌고래 뒤로 돌고래를 봤다며 뿌듯한 표정으로 올라오는 투어 일행들을 지켜봤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어."
친구와 그렇게 두 번의 기회를 더 놓친 후, 세 번째 기회를 잡아 점프 타이밍에 뛰어내리기에 성공했다. 이게 누구의 오리발인지 모를 수많은 발들 사이로 스쳐가듯이 돌고래의 일부를 보았다.
그렇게 사람들 발에 치여가며 멀리서 돌고래의 일부를 겨우 보고 배로 돌아왔을 때, 가이드는 우리를 바라보며 우리가 꼭 돌고래를 봤길 바라는 표정으로 돌고래를 봤냐고 물어봤다.
"응 우리도 봤어! 완전 럭키야"
최대한 가이드가 만족할만한 뿌듯해 보일법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리말을 듣고 우리보다 더 뿌듯해하는 가이드를 보며 사람들의 표정이 이해가 갔다.
이상과 현실은 달랐고, 우리를 피해 도망 다니는 돌고래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돌고래 투어는 끝이 났다.
돌고래 투어를 하는 수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돌고래 투어가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