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지 않는 것

by 정선


나의 신체 일부인 하드렌즈를 낀 지 어언 12년.

안구 건조가 심해지고 아무리 렌즈를 닦아도 뿌옇길래 3년 6개월 만에 새로 맞췄다.

하드렌즈는 수명이 3년이라는 안경사님의 말씀에 속으로 주춤했다.

안경사님은 나에게 그동안 불편했을 텐데 어떻게 참으셨냐고 물었다.

불편함조차 무뎌질 정도로 썼던 걸까.

새로 맞춘 렌즈를 손가락 끝에 올려놨는데 도톰하고 둥근 곡선이 앙증맞았다.

어제까지 끼던 렌즈와 비교해 보니 그건 납작하고 얇아서 한눈에 보기에도 눈에 넣으면 아파 보였다.

매일 보고 쓰니 닳은 줄도 모르고 껴온 것이다.

그래, 각막 위에 떠있는 작은 렌즈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닳겠지.

그래도 세상엔 닳지 않는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떠들어도 질리지 않는 추억이야기나 마음 같은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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