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에 매달린 그림자가 길어지고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열린 창틈 사이로 사람 사는 냄새가 흘러나온다. 어느 집의 찌개 끓이는 냄새, 생선 굽는 냄새, 널어놓은 빨래에서 풍기는 세제 냄새. 낯선 집을 곳곳을 몰래 훔쳐 맡은 것 같아 괜히 발소리를 죽이고 걷는다. 이따금 창밖으로 삐져나오는 텔레비전 소리, 아이들 웃는 소리, 아내를 찾는 할아버지의 소리, 그릇이 부딪히는 설거지 소리에 문득 우리 집이 그리워 좁은 골목길 끝에 걸린 노을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