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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형균 May 15. 2023

감사는 성공의 비결

사람은 의리가 있어야

미국에서 교수로 있는 페친의 포스팅 일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며칠 전에 정년 퇴임식을 하신 어느 교수님과 통화를 했는데, 박사 제자 몇 명이 호텔에서 제법 거하게 은퇴식을 해주어서 무척 흐뭇해하셨다. 그런데 그분 말씀이 수많은 제자들 중에서 나중에 계속 연락하고 은퇴식에 참여하는 제자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고 연락이 끊기고 은퇴식에도 참여하지 않는 제자들이 있는데, 그 차이는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신경 쓰고 챙겨주었는가 와는 별로 상관이 없더라는 것이다. 어떤 학생은 별로 챙겨주지 않았어도 졸업 후에도 계속 스승의 날에 연락하고 고마워하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아주 많이 도와줬는데도 조그만 일로 섭섭해하거나 아니면 별로 고마워하지 않고 멀어지는 경우도 제법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 글을 보고 나와 내 아버지 경우가 생각이 났다.

댓글을 달았다. 쓰다 보니 과거 스토리텔링을 하느라 글이 무척 길어져버렸다.

며칠 전 탄 택시 기사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집으로 가다가 대형수산센터에 들러 미리 전화로 주문해 둔 회를 찾으러 가는데 행선지를 말하니 며칠 후 스승의 날에 중등학교 은사님께 스승의 날 식사대접을 하러 오기로 한 곳이라 했습니다. 그 선생님은 경제적으로 곤란한 학생들에게 경제적 지원까지 해서 학교를 마치게 한 참스승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제적 혜택을 받은 학생들은 정작 졸업 후 선생님을 찾지 않고, 오히려 '껄렁'해서 매 맞고 꾸지람 들은 학생들이 졸업 후 찾아온다고 합니다. 자신도 그 선생님한테서 사랑의 매를 많이 맞은 한 명이라면서요. 나는 그걸 '의리'라고 했습니다. 그 택시기사가 '껄렁'이라고 표현한 대로 "껄렁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의리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아버지 얘기를 했습니다. 내가 경북대병원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때 식탁에서 아버지와 같이 앉아 신문을 보다가 '부모가 모두 장애인인데 경북대학교 의예과에 합격했는데 등록금이 없어 입학을 못하게 될 처지'라는 사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아버지께 "그동안 모아둔 월급으로 등록금을 내주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 "내가 할게."라고 말씀하시고 경북대학교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 등록금을 내주셔서 입학하게 했습니다. 경북대학교 총장은 기숙사도 제공하는 등 다른 편의도 봐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은 졸업 후 아버지를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한 급우(친하지는 않은)가 장기간 무단결석해서 담임 선생님이 집에 가보라 하셔서 가봤더니 경제적 사정으로 학교를 못 다닌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께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려서 고등학생인 형까지 학비를 졸업할 때까지 내주셔서 졸업을 했지만 졸업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과거 경북의대 학장님의 요청으로 경북의대에 억 대의 기부로 의대 강의실을 만들어주신 일이 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르고 어느 교수님이 강의실 앞의 흉상이 누구인지 아느냐며 수업시간에 말씀하신 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아버지께서 근무하시는 요양병원에 감사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게 기특해서 내가 그 교수님과 편지를 보낸 학생들과 아버지와의 식사 자리를 주선했고 코로나19 전까지 매년 이어졌습니다. 직접적으로 큰 도움을 받은 학생들은 정작 졸업 후 소식이 없고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았을 뿐인 학생들만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감사 인사를 받고 싶으신 건 아니지만 아버지께서는 졸업 후 소식이 없는 걸 안타깝게 생각하셨습니다. "잘 지내는지 궁금하고 연락이 오면 더 도움을 줄 수도 있을 텐데"라고 하시면서요. 반면 의대생들한테서 감사편지를 받으셨을 땐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감사의 편지를 쓴 학생들은 필연코 잘 될 거라 봅니다. 감사는 성공의 비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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