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의대생 대나무숲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14979번 차트 / 연애
여의사는 누구를 만나나요?
졸업하고 인턴 하니까 만나는 사람이 인턴 동기뿐이에요. 소개팅 말고는 답이 없는 건가요? 그런데 여의사는 거창한 조건이 없음에도 소개팅도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선택지가 보이지 않아 고민하다가 의숲에 고진선처드립니다. 도대체 어디서 누구와 만나시나요? 인턴 동기 말고는 만날 기회가 없나요?
질문자가 원하는 답이 아닐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Marriages are made in heaven and consummated on Earth.'
-John Lyly
‘有緣千里來相會 無緣對面不相逢
(유연천리래상회 무연대면불상봉;
인연이 있으면 천 리를 떨어져도 만나고,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맞대도 못 만난다)'
'사랑은 어떻게든 만난다. 사랑은 어디서든 만난다. 그날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1996년작 홍콩 영화 '첨밀밀(甛蜜蜜)'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고 하지요. 만날 인연은 때가 되면 자연히 만나게 됩니다. 천시(天時)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아직 인턴이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때가 올 때까지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때가 되어 인연을 만났을 때 잘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도 내가 못 알아보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을 잘 알아보려면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합니다. 내 마음이 맑아야 잘 볼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깨끗이 닦아야겠죠.
무작정 인연을 만날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난 이후 인연을 잘 이어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준비는 상대를 찾는 준비나 물질적인 준비가 아니라 심신의 준비입니다. 상대를 찾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일을 열심히 하면 하늘이 인연을 만나게 해 줍니다. 일에서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면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사랑의 기초는 존중입니다. 자신을 존중하게 되면 남도 존중하게 되고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게 됩니다. 인연을 만날 때까지는 자신과의 연애에 충실하며 잘 사귀어 보기 바랍니다. 환자와 연애하듯이 사랑으로 진료하기 바랍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남도 사랑할 수 있고 남에게서 사랑받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