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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Sep 19. 2021

배우 마고 로비 이야기

가내수공업이면 뭐 어때

배우 마고 로비는 금발의 섹시한 미녀 배우다. 하지만 외모만 그녀의 장점이 아니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고 열정과 노력이 남다르다. 그녀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이 그녀에게 기대하는 것은 ‘예쁘고 섹시한 금발 여자’ 였다. 데뷔 초반에는 전부 그런 역할 섭외만 들어왔다. 낙심한 그녀는 결국 스스로 역할을 만들기로 했다. 럭키 챔프 엔터테인먼트 제작사를 키웠고, 영화를 스스로 기획해 주연을 맡았다. 바로 미국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해낸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이 토냐’다. 마고 로비는 주인공 토냐 하딩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I Tonya'


세상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나를 선택해주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마냥 기다려야 할까. 혹은 계속 두드리면 언젠간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아마 마고 로비도 여러 고민을 했을 것이다. 결론은 본인이 직접 역할을 만들어 해보는 것이었다.      


나는 글을 소리내어 읽고 싶다. 낭독하고 있을 때면 이 세상에 나와 글만 있는 것만 같다. 언제나 배우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다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 노력한다고 해서 다 잘되는 것도 아니다. 

세상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기회를 거머쥐는 사람은 소수다. 그 소수에 내가 들어가리라는 법은 없다.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고, 방송사 공채 출신의 성우도 아니고 전업 언더 성우도 아닌 내게 어떤 기회가 스스로 굴러들어오기는 만무하다.      

원하는 기회를 얻지 못했을 때, 아무리 순수하게 즐거워서 하는 행동이라 해도 타인과 세상에 인정받지 못하면 낙담이 된다. 지난 오디션에 떨어졌을 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열심히 했는데 왜..?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생각의 끝엔 이런 결론에 다다랐다.

‘내가 하고 싶다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구나. 기회는 내 마음대로 오고 가는 게 아니구나.’      


목소리 좋은 사람은 많다. 낭독 잘하는 사람도 많다. 전문 성우들도 많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원하는 기회를 가지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오디오북을 녹음해서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바람만 가지고는, 열심히 해서 잘 해보자는 다짐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꼭 공식 오디오북이 아니더라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서 책을 낭독하고 있지만 그것도 저작권 허락이 필요하다. 출판사에 문의해야 한다. 그럼 안된다는 곳도 있고 특정 부분만 된다는 곳도 있다. 저작권이 없어진 오래된 문학을 고르기도 한다. 내가 낭독하고 싶은 글을 마음껏 낭독해서 콘텐츠화할 수 있는 자유와 기회란, 많지 않다.

결국 마고 로비의 이야기가 내가 브런치를 찾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글을 쓴다. 남들에게 읽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읽기 위해서. 내가 쓴 글을 스스로 낭독하기 위해서다. 

원하는 배역의 기회가 오지 않자 스스로 배역을 만들어낸 마고 로비처럼, 세상으로부터 기회가 오지 않으면 내가 할 수밖에 없다. 마고 로비만큼 세련되게는 못하더라도 가내수공업이면 뭐 어떤가. 차곡차곡 쌓인 글밥들을 바탕으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글을 지어보려 한다.

글이 맛있든 아니든 타자를 치는 이 모든 순간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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