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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maker Oct 01. 2024

티베트의 밤하늘, 별

<티베트의 밤하늘, 별>


세상 밖의 세상은 별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위룽쉐산 봉우리 위로 저리도 반짝거리는 별들이라니 

황홀합니다


신이여


이 세상에서 서툴게 살아왔고

미미한 존재로 살아와서

앞으로 남은 내 살아가는 시간마저도 

그다지 노련하거나

치밀하거나 혹은

염치없는 지혜로 

당신에게 다가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티베트의 밤하늘에서 만나고 있는 당신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내 생애 가득

여전히 놓치고 있었던 당신의 본질을

나의 존재를, 인간 실존의 까닭을

그때 그 위트와 유머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에 당신이 존재한다는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겠다 하시던 치기 어린 당신의 본질

그 신의 본질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렇게 반짝거리는 당신 세상의 별들이

서툰 내 생애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지배해 왔고

지상에서 남아 있을 시간마저 

작열하는 태양처럼 

살아있는 것들의 세포를 자글거리게 만드는 

여전한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내 조국 코리아에서 보아온 한강의 불야성

당신이 보고 있는 이 행성 곳곳의 수많은 도시, 그

인간 유목의 근거지인 불야성으로부터

열정과 예술과 희극과 비극과 우연과 숙명과 노래, 우리들끼리의 모진 사투 속에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안고 있는 인간, 호모사피엔스의 행복을

그 행복의 극치들, 여기 내 거친 언어가  


그렇지만, 그렇지만 인간 행복의 

변방인 이곳

티베트의 밤하늘, 이 당신의 밤하늘에서


신이여


이틀만 더

당신의 반짝거리는 별들을 보여주시어

듣게 하고, 보게 하고

만지게 하여

무르익어 고개 숙인 이삭처럼 

적요하게 하소서.  


- (차마고도 여정 중에. 2024.8.20. 자정 무렵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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