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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Oct 20. 2023

연못 같은 몽골 Mogod 마을 자연 온천

몽골어디까지가봤니#3

몽골에서 숙소를 잡는 법

 Mogod, 불간 지방에 있는 한 마을로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7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사실 내가 이곳을 정확히 알고 출발한 것은 아니고, 그저 데이터가 터질 때마다 지도를 보며 확인한 결과다. 이곳은 안나의 이모가 태어난 고향으로, 이곳에서 대략 2박 3일 정도를 지낼 거라고 했다. 물론, 이 정보도 사전에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이후에 출발하자는 말을 듣고 수립한 정보다.

 고비 사막 투어를 통해 장기간 이동에는 익숙해졌다. 심지어 자리가 불편한 푸르공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몸에 힘을 빼고 누워 있을 수 있는 승용차와 현대기술이 적용된 포장도로가 합쳐지니 완벽한 편안함. 그렇다곤 해도 이 긴 시간 동안 달리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라(운전하는 사람이 제일 피곤하겠지만) 나는 이 화목한 가족이 나누는 이해하지 못할 대화를 노래 삼아 창밖을 보며 이 긴 시간을 달랬다.

 명확히 어느 쪽으로 가라는 표지판도 없고 데이터도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한 번의 실수 없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건 매우 힘들었다. 애초에 출발을 늦게 한 점도 있지만 해가 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몽골의 특성상 우리는 서둘러 이동했고, 완전한 어둠이 시작되기 전에 간신히 우리의 목적지로 도착했다. 늦은 밤 도착한 숙소는 정말 '잠만 잘 수 있는' 숙소였다. 본래라면 샤워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갔을 테지만 아무래도 늦게 예약한 탓에 남아 있는 숙소가 이곳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숙소는 어떻게 잡는가? 딱히 예약 사이트가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숙소를 잡는 방법은 아주 독특했다. 정답은 '예약을 하지 않는다'였다. 휴가철에 예약을 하지 않고 여행을 떠난다는 건 한국인으로서 전혀 이해되지 않았으나 안나는 덤덤했다.


 "그냥 가서 방 있나요? 하면 돼."


 이전에 테를지로 여행을 떠날 때도 그런 말을 하며 나를 불안에 떨게 했던 안나. 그 당시에는 내가 하도 그래도 예약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꿍얼거리기에 전화로 예약을 해주었지만 그건 몽골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였던 거다.

 일단 여행지로 간다. 가서 집이 보이면 그 집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주인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집주인에게 가서 방이 있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집을 사용한다. 

 사용할 수 있는 방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말에는 그런 경우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점은 '만약'을 가정하는 것인데, 그 '만약'은 몽골에서 있을 수 없는 가정이라는 거다. 이 여유로움과 즉각스러움, 내 맘에 아주 쏙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묵게 된 오늘의 숙소. 물론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볼 수 있는 건 불이 켜진 작은 방 하나에 식탁 하나, 냉장고 하나, 그리고 침대 두 개가 놓여 있는 모습뿐이었다. 우리는 차에 있는 물건들을 탁자에 옮겼고 잠들 준비를 했다. 가지고 온 이불을 빈약하기 짝이 없는 나무 침대에 깔았고 차에도 안 나와 내가 들어가게 될 잠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하나 남았으니, 어디서 씻어야 하는가.

 여기서 몽골 시골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우리의 든든한 친구, '매달린 양동이'를 또 한 번 만나게 됐다. 이 아이의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아래에서 위로 눌러야 하는 다른 것들과는 달리 무려 잡고 돌릴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우물을 찾으러 갈 수도 없고, 결국 우리는 이전에 마트에 들러 사 왔던 물을 이용해 간단하게 씻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 급하게 샤워를 하기도 했고. 그래서 그건 그러려니 했다. 이렇게까지 무서운 화장실을 사용하게 되기 전까지는.


 여태 내가 어떻게 급한 볼 일을 해결했는가. 우선 넓은 평야가 있는 몽골 시골에서는 굳이 화장실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 대충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싶으면 언덕 반대편으로 가거나 구석으로 가서 몰래 해결하면 그만이다. 흔히들 우산을 가져가서 막으라고 하는데 솔직히 우산 들고 낑낑거릴 바에야 그냥 빨리 해결하는 게 낫고 바람이라도 많이 부는 날에는 정말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진작에 때려치웠다. 아무튼 어떤 화장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통 낮이었고, 냄새 때문에 불쾌할지언정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 무섭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밤에,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아 밖에서 해결할 수도 없는 이 공간에, 아무렇게나 지어놓은 것 같은 저 허름한 화장실이 어찌나 무섭던지.

 안나는 "뭐 별 수 없지."라고 말하며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생각했다. 무서운 건 잠깐이지만 지금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면 난 밤새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고, 자칫하다는 엄청난 일을 저지를 수 있다. 밖으로 나온 안나에게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정확히는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삐걱거리는 판자 사이의 틈은 어찌나 넓고, 또 그 사이는 어찌나 어두운지. 나는 급하게 안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고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 화장실을 내일도 또 써야 한다니!





죽은 척하는 염소님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평소에 햇빛을 필사적으로 피하고 다닌다. 방에는 암막커튼이 쳐져 있고 집 밖으로 나가기 전 선크림은 필수이며 밖에서는 양우산을 쓰고 돌아나니는 나는 당연하지만 햇빛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차 안으로 햇빛이 점점 들어오자 더위를 잘 타는 안나는 입고 있던 옷을 벗었고 나는 잠결에 햇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기이한 자세로 잠을 청하다 더 이상 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판단되었을 즈음 깨어났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mogod의 모습은 휴양지 그 자체였다. 어제는 보지 못했던 평화로움에 나는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언덕 위쪽에는 똑같이 생긴 작은 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아래쪽에는 들판과 어디론가 이동하는 염소 떼들이 보였다.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어젯밤 내가 그렇게도 두려움에 떨었던 화장실로 가자 평범한 판자들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들어가기 쉬웠다는 건 아니다. 낮에는 밤만큼의 무서움이 없는 대신 햇빛으로 인해 엄청난 수의 똥파리들이 이 안에 있으니까.

 아침부터 이런 더러운 이야기를 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내가 봤던 화장실에서 정확히 두 번째로 똥파리들이 많았다. (첫 번째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었던 화장실인데,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곳은 아무도 없는 넓은 평야도 아니었고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내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이게 다였다. 이런 젠장. 차라리 어두운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조금만 숨을 쉬었을 뿐인데 코가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과 조금만 가만히 있어도 엉덩이 쪽으로 오는 파리들. 진짜 방광이 조금만 더 튼튼했으면 화장실 가는 횟수를 극단적으로 줄였을 거다.



 다 함께 점심을 먹은 후로는 차에 올라탔다. 먹거리를 사기 위함이었고, 우물에서 물을 길러 오기 위함이었고, 이모가 태어난 곳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중간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는데, 어느새 그들에게 말주를 얻어먹고 있는 나. 안나 부모님의 친화력이 이렇게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몽골의 풍습이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런 대가 없이 말주를 함께 먹자며 큰 통에 있는 말주를 다 비우는 저 몽골인들도, 고맙다고 웃으면서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쪽 몽골인들도 정말 엄청나다.


 몽골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 좋은 기운이 있다고 믿어서, 그곳으로 가 뒹구는 풍습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이모가 태어난 곳으로 향했다. 이모가 열심히 당신이 태어난 곳에서 뒹굴고 있는 사이 우리는 주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말을 건 건 아니고, 나는 아이들이 데리고 놀 고 있는 염소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은 무슨 염소를 개를 키우듯이 키우고 있다. 작은 아이가 자기 다리 사이에 있는 염소의 뿔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는데 저건 괴롭힘일지 아니면 놀고 있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가까이 가 염소를 찍는데 때마침 빛이 오묘하게 들어와 화보 하나가 완성됐다. 안나가 염소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때까지만 해도 조용히 화보를 찍고 있던 염소가 몸을 한쪽으로 뉘이고 눈을 뒤집어 깠다.


 "이거 설마 죽은 척하는 거야?"


 여태 같이 있었는데 무슨 갑자기 죽은 척이람. 안나가 염소를 내려놓자 염소는 바로 멀쩡하게 돌아왔다. 양해를 구한 나는 아이에게서 염소를 받아들었는데, 안나가 안았을 때와는 달리 내가 안았을 때는 도도하게 앞을 바라보다가도 갑자기 몸을 움찔거리면서 벗어나려고 했다. 내가 제대로 안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한다. 염소 대체 어떻게 안아야 하는 건데.



들어올리니까 죽은 척 하는 이 염소...



꾸리꾸리한 냄새가 나는 시골 자연 온천

 몽골에서 온천이라 하면 다들 쳉헤르 온천을 떠올린다. 이번에는 고비 사막을 택했으니 온천은 포기해야겠다는 나에게 안나가 굉장한 소식을 전해주었으니, 그건 바로 Mogod에 온천이 있다는 거였다. 따뜻한 것도 좋고 물에 둥둥 떠있는 것도 좋아하는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니. 그걸 들은 나는 단번에 기대 어린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네가 생각하는 일본식 온천 그런 건 아니다."

 "괜찮아! 따뜻한 물이기만 하면 되지 뭐. 따뜻한 건 맞지?"

 "...그건 맞지."


 야외에 있는 온천탕. 안나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은 내가 알고 있는 이런저런 온천탕으로 가득 찼다. 주변에는 뭐가 있을까. 탕 안에 들어가서 넓은 평야를 보면 정말 기분이 좋겠지?

 그렇게 기대 MAX의 상태로 도착한 곳은 내 생각과는 굉장히 많이 달랐다. 말들이 가득 모여 있는 들판에 나무 데크가 길게 깔려 있었는데 그대로 쭉 걸으면 사람들이 휴식할 수 있는 정자가 3개 있었고 조금 더 나아가면 왼쪽에는 나무로 된 집이 하나, 오른쪽에는 연못이 하나 있었다. 나무로 된 집 안을 들여다보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고 그 계단 아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은 채로 물 위에 동동 떠 있었다. 이것이 바로 mogod 마을의 천연 온천! 오른쪽에 있던 연못은 뭐냐고? 그것도 온천이다. 아래에 몸에 좋은 진흙이 깔려 있는 천연 온천.

 나와 안나는 어른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잠시 갈등하다 겉옷을 벗고 온천 안으로 들어갔다. 미지근할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따뜻한 물 온도에 놀란 것도 잠시, 가운데로 당당히 들어가려는 나를 사람들이 가장자리로 이끌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온천이다 보니 깊이가 10m가량 된다는 안나의 말에 나는 가장자리에 있는 발받침에 몸을 지탱했다. 적어도 20분은 있어야 효능이 있다고 하던가. 이 상황에 익숙해진 나는 두 다리를 뻗어 각각 발 받침대에 얹은 후 가운데에 둥둥 떠있기도 했는데, 가장자리에 딱 붙어 있던 아이가 그런 나를 신기하게 보며 무어라 말했다.


 "어떻게 물 위에 떠 있는 거냐고 하는데."


 이걸 설명해 줄 수도 없고. 왠지 별 것도 아닌 것을 부풀려 말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민망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와중에 20분이 지났고, 밖으로 나가자 나를 맞이하는 건 엄청난 추위였다. 객관적으로 추운 날은 전혀 아니었으나 물에 젖은 유니폼이 시원한 바람과 맞닿자 느껴지는 추위에 나는 유니폼을 잡고 내 몸에 닿지 않도록 주욱 당겼다. 그래도 여전히 춥다. 서둘러 정자로 가서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는다. 주위가 뻥 뚫린 곳에서 어떻게 옷을 갈아입냐고 묻는다면, 대충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열심히 갈아입으면 된다. 팬티도 훌렁훌렁 벗어버리는 이곳에서 속옷을 갈아입는 것도 아닌데 주춤거려 봤자 나만 더 오래 춥다.


 이렇게 몽골에서의 온천을 체험해 봤으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몽골은 3이라는 숫자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오후에 한 번, 그다음 날 아침에 한 번 이 온천을 방문했다. 한 번은 저 냇못같은 곳에 들어가 발을 담갔는데, 그 아래에 깔린 진흙이 정말 기분 이상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진흙을 온몸에 바르기도 했고 안나는 부모님의 제안에 의해 등에 진흙을 발리게 됐지만 나는 발에 닿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하지만 이 요상한 진흙을 몸에 바르고 며칠을 샤워 없이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래, 우리는 이렇게 다 함께 이용하는 온천을 무려 세 번이나 이용하면서 단 한 번도 씻지 못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온천에 한국인, 넓게 보면 외국인은 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아이들이 나를 굉장히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는데, 어떤 여자 아이는 멀리서 나를 바라보다 수줍게 와서 무언가를 말하고 도망가고는 했다.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안나에게 들었지만, 상당히 민망하므로 그냥 우리만 아는 걸로 하겠다.




이것이 진정한 휴가인가


 아침에 일어나서 2번, 그다음 날 1번. 그렇게 총 3번 온천을 다녀오는 그 사이사이의 시간 동안 무얼 했나. 침대에 누워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낮잠을 자거나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앉아 말주를 먹으며 건너편에 있는 동물들을 구경했다. 말주 그렇게 맛없다고 하더니 왜 먹느냐고 한다면, 여기서 마실 수 있는 가장 시원한 것이 말주이기 때문이었다. 따뜻한 것을 지향하는 몽골의 특성상 아무리 냉장고가 있다 하더라도 차가운 것보다는 미지근한 것, 미지근한 것보다는 따뜻한 것을 선호하는데, 유일하게 얼음으로까지 만들어서 먹는 것이 있다면 그게 말주였다. 그러니 별 수 있나, 이 괴상한 맛에 익숙해져야지.

 울타리 위에 말주 하나와 쌍안경 하나를 놓고 딱딱한 의자에 편하게 누워 풍경을 감상하자니 괴상한 냄새가 올라왔다. 몇십 분 동안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던 내 몸에서 올라오는 냄새. 저 멀리 울타리에 얹어 놓은 내 수많은 옷가지들에도 같은 냄새가 나고 있었다. 이 무슨 끔찍한 냄새냐며 요란을 떠는 나에게 안나가 냄새의 정체를 알려줬다. 온천에 있는 황의 냄새라고. 며칠 동안 이 냄새와 함께 해야 할까 생각해 보다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앞에 있는 쌍안경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이렇게 보니 달달한 우유를 먹는 것 같네요


 멀리 있는 백조를 실제로 보고 싶어 쌍안경과 핸드폰을 들었다. 저 멀리 긴 장화를 신은 두 사람이 생성된 연못 주위에서 무언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장마로 인해 들판의 일부분은 물에 잠겨 있었고, 나는 볼록 솟아오른 작은 봉우리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봉우리들은 밟을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물을 뱉어냈는데, 어느 정도 가다 보면 무수히 많은 개구리들이 발밑에서 우글거리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어찌나 많은지 다른 봉우리로 가기 전에 그곳에 개구리가 있지는 않은지 살핀 후에 뛰어야 했다. 안나는 펄떡거리는 개구리를 잡아 나에게 보여줬다. 잡아보라고 하는데 그건 무리. 그러자 안나가 말은 그렇게 잘 타면서 왜 이렇게 조그만 개구리는 못 잡는 거냐고 했다. 솔직히 크고 작음은 상관없으나, 굳이 말하자면 작은 게 싫다. 괜히 내가 잡았다가 어디 하나 부러지거나 죽어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안타깝게도 멀리서 보였던 백조는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어디론가 가버렸다. 발밑에 집중하다 보니 백조가어디로 갔는지, 언제 갔는지도 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게 후회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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