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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Oct 22. 2023

아무래도 또 와야겠어요

여행을 마무리하며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왜 시간은 이렇게 느리면서 빠르게 흘러가는지. 분명 처음왔을 때만 해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움에 한 주 더 몽골에 머물렀음에도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럼에도 내가 짐을 챙겨 한국으로 돌아간 이유는 중요한 농구 대회가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아쉬워 들어간 한 맥주집에서 몽골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한 친구가 나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던 건지 여러 질문을 했다. 그 중에서는 이런 것도 있었다. 몽골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내가 그때 무슨 대답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나에게 묻는다면 아마 '하늘'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딱히 언어유희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그저 몽골에서 본 하늘은 언제나 아름다웠고, 새로웠고,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하늘을 보면 마음이 풀어졌다.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창문 밖을 보면 언제나 변화무쌍한 하늘이 있었다. 쉴새없이 비가 내리는 하늘도 어쩐지 새로웠고, 구름이 하나도 없어 햇빛이 여과없이 비추는 하늘도 마냥 좋았다.


 '말말말' 노래를 불러대는 나를 위해 안나의 오빠가 선물을 준비했다. 과거 나담 축제에서 승리를 거둔 위대한 말의 조각상이었다. 이런 멋진 물건을 선물받다니.


 "다음에 또 놀러와. 몽골의 여름을 봤으니 다음에는 겨울 어때?"

 "뭐? 아니야! 겨울에는 할 게 없어. 다음에도 여름에 와."


 안나가 기겁하며 오빠를 말렸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좋다. 어쩌면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그저 내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모든 여행에 '목표'가 있는 내가 다시 몽골로 오게 된다면 그건 안나를 만나기 위함이고 귀여운 조카를 만나기 위함이고 이 멋진 가족을 만나기 위함이고 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함일 것이다. 뭐, 겸사겸사 말도 좀 타고. 이번에는 가지 못한 쳉헤르 온천과 홉스골 호수를 가보고 싶어하겠지. 분명 말을 한참 동안이나 탔는데 그걸로도 만족하지를 못해서 결국 말을 타고 여행을 가고 싶다 외치겠지. 어쩌면 또 안나의 부모님과 함께 평화로운 휴양지로 갈 수도 있고 다시 안나 삼촌의 집으로 가서 성장한 내 승마 실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사실 마지막은 꼭 하고 싶다. 조금만 들썩여도 위험하다며 걱정했던 사람들 앞에서 말을 타고 뛰어다니면서 자랑도 좀 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말을 타고 소과 양을 모는 방법도 배우고 싶다. 이번에는 우유를 더 잘 짤 수 있을 거다. 나뭇가지로 양털 줍는 것도 잘하고 염소를 들어올릴 수도 있다. 환영의 의미로 주는 수테차를 감사하다며 바로 받아 마실 수 있고 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투박한 손길로 벗겨 먹을 수도 있을 거다. 파리 가득한 화장실도 '윽' 소리 한 번만 내고 후다닥 이용할 수도 있고 며칠 씻지 않아도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몽골어를 조금 더 배운 나는 사람들에게 내 의사를 조금 더 표현할 수도 있다. 말을 타고 '여위!', 가자고 외칠 수도 있을 거고 음식을 먹은 후에 '암츠테벤!', 맛있다고 할 수도 있다. 또 아직 가지 못한 곳들을 가고 싶다. 동쪽으로, 서쪽으로 멀리멀리 떠나 지도에 내 흔적을 모두 남기고 싶다.


 안전하게 공항으로 도착한 나는 안나와 작별인사를 하며 전날 급하게 사서 쓴 편지를 건냈다. 그리고는 말했다. 빨리 오라고.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5주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나를 위해 많은 것들을 해주고 내가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많은 생각을 해준, 나와 함께 여행한 몽골 친구 안나. 그리고 그와의 몽골몽골했던 몽골. 나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모르는 것이 많아 기대됐던 과거와는 달리 아는 것이 많아 기대하면서. 원래 아는 맛이 더 기대된다고 하잖아.


돌아가는 표 두 개 구매한 거 도착해서 안 거 레전드
마지막에 이상한 곳에 표를 떨어뜨리는 것까지 완벽하게 웃겼던 여행
아직 갈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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