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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레서점 Aug 24. 2021

"제가 해보겠습니다. 서점 기획"

무아레 서점 창업기 ep.0

안녕하세요, 저는 '무아레 서점'을 만들고 있는 문어라고 합니다.


회사원들의 퇴사 후 로망에 '카페 / 서점 창업'이 항상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물론 저에게도 그런 꿈이 있었어요. 언젠가 나만의 공간에서 서점을 만들고 싶은 꿈이요. 안전하고 자유로운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욕망이 아닐까 해요. 그러나 실제로 그걸 이루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당장 시간을 다 쏟기도 어렵고, 공간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요.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저는 특별한 기회로 서점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이제 실질적인 서점 오픈 준비에 들어선지는 3개월 정도가 되었는데요. 물론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저는 이 과정을 매우 즐겁게 헤쳐나가고 있어요. 서점이라는 꿈을 현실로 이루기까지 저에게는 많은 고민과 시간이 녹아있고, 이런 이야기들을 조금씩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무아레 서점의 이야기를 조금씩 해보려고 해요.



먼저 저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아요. 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꿈꾸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공상을 많이 하고, 세상에 없었던 것들에 관심이 있으며, 현재 위치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죠. 재미있는 일을 좋아하며 대신에 금방 질리기도 하고, 그럼에도 창작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해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고, 일기든 에세이든 무언가 계속 쓰는 삶을 살았어요. 그렇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최대한 애쓰면서 살았는데 30대가 되고 나니 내가 정말 잘하는 것,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오히려 헷갈리는 상태가 되었어요. 벌어놓는 돈도, 특별한 전문분야도, 커리어라고 부를만한 것도 없는, 그냥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3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어요. 방송국과 독립영화의 세계에서 고군부투했어요. 저는 정말 멋진 다큐멘터리 감독이 될 줄 알았는데, 저의 재능도, 노력도, 흥미도 그만큼은 아니었죠. 다큐멘터리를 한다는 거에 너무 깊이 몰입하다 보니 삶의 태도나 방향 자체가 그렇게 설정되었고, 그것들이 오히려 저를 압박하기 시작했어요. 


다큐멘터리를 찍던 시절, 저는 왼쪽 맨 아래에 있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돈을 벌어보자고 회사에 취직했어요. 물론 회사에 가보니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죠. 그냥 회사는 싫었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고 싶어 사회적 협동조합에 취직했습니다. 6개월만 일하려고 했던 회사에 2년가량 있게 되면서, 저는 퇴근 후 시간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에서 혹은 늦은 밤 혼자 방에서 소설을 고치며 새로운 삶을 꿈꿨어요. 그건 소설로 등단을 하겠다거나 돈을 벌겠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창작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었습니다. 썼던 소설을 모아 독립출판도 해보았고요. 


제가 만든 독립출판물 <진동하는 것들>


그러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공간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남구로븟'이라는 공유 부엌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도시재생을 위한 공유 부엌이었지만 저는 그 공간에서 소설을 쓰고 읽으며, 책과 관련된 활동을 더 많이 했어요. 공간이 가진 힘에 대해 느끼고, 공간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공간과 책, 그 일들을 병행하다 보니 그것들이 하나로 모이는 서점을 떠올리게 된 실마리가 생겼던 것 같아요. 


제가 만들고 운영했던 공유 부엌 <남구로븟> 


그 후에 저는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됐어요. 이직을 하게 된 데에는 전 회사가 코로나19 이후로 경영난이 닥쳤고, 저에게는 집이 가장 사랑하고 저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공간이기 때문에 집에 관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어요. 다행히 제가 했던 여러 활동들을 좋게 봐주셔서  지금의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주택을 기획하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저는 여기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공공주택들을 기획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서점을 만들게 된 건 간단한 이유였어요. 


입사한 지 6개월째 되던 시기에 대표님이 저를 부르셨어요. 제가 책도 만들고 공간도 운영했던 걸 아시고 저에게 공간기획을 해보라고 하셨어요. 마침 회사가 운영 중인 '장안생활'이라는 공유주택이 있었는데 2층 근생 공간 전체가 비어있는 상황이었어요. 대표님은 일반적인 상가처럼 외부 사람들에게 이 공간을 단순히 임대하기를 원하지 않으셨어요. 주택과 지역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람들을 모아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볼 기획이 필요했던 거죠.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제일 먼저 떠올렸던 게 서점인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서점기획!" 


텅 비어 있는 공간 사진


자신이 있거나 명확한 계획이 있어서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제가 꿈꾸던 일을 미리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섰고, 저는 그렇게 무아레라는 서점을 만들기 위해 달려오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본업인 주택기획보다는 서점 오픈에 더 공력을 들이고 있어요. 대표님은 사실상 창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저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해주셨거든요. 많은 자유가 생긴 반면에 그만큼 책임도 무거운 상황입니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책을 가지고 놀아야 할지, 그러면서도 수익을 놓치지는 않아야 한다는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쓰는 이야기는 사실 굉장히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들일 수 있어요. 그래도 책방을 창업하시려는 분들, 회사를 다니며 사이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싶은 분들, 책을 좋아하고 공간을 향유하기 좋아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가급적 꾸밈없고, 가감 없이 서점에 대한 저의 고민과 과정들을 보여드리려고요. 


천천히, 조금씩 해보겠습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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