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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레서점 Sep 01. 2021

"그게 무슨 서점인데?"에 답하기 (1)

무아레 서점 창업기 ep.1

호기롭게 서점을 기획하겠다고 했으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는 막막했다. 창업이란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동네에서 분식집을 하나 하려고 해도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들어간다. 게다가 서점이라면 보통의 평범한 기획으로는 단기간에 폐업을 면치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무슨 서점을 할 건데?"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기억에 조금 더 남도록, 그리고 우리와 파장이 맞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뾰족한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서점 그게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기획의 원칙들

그동안 나는 다큐멘터리, 책, 소설, 공간, 주택 등 여러 분야의 일을 두루 해왔다. 요즘에는 기획자라는 직책이 많은 분야에서 흔히 쓰이고 있지만 나는 스스로를 기획자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고, 기획이 무엇인지, 뭐가 좋은 기획인지 모른다. 물론 스스로를 기획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하는 일은 어느 정도 기획의 요소를 가지고 있었고, 어쨌든 나는 서점을 만들며 내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총동원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얕은 공부와 경험으로 깨달은 나름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최선의 스터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획해야 하는 분야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하다. 나와야 하는 결과물에 대한 정보와 레퍼런스를 마구잡이로 습득하는 과정이다. 웹서비스, SNS에 키워드를 검색하고 이것저것 다 본다. 구글, 네이버, 카카오,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잇츠 나이스 댓, 나무위키 등. 상호는 무엇이고, 간판은 어떻게 달았으며 어느 정도 규모의 어떤 공간의 용도가 있고, 인테리어며 파는 책이며, 운영시간과 방식은 어떤지 등등. 보통 이렇게 긴 시간 이것저것의 정보를 보다 보면 독립서점의 추세, 트렌드, 사람들이 생각하는 독립서점의 이미지, 소비하는 방식들에 대한 대략적인 감이 생긴다.


나는 스터디를 통해 독립서점을 다음과 같이 파악했다. 

따뜻하고, 서정적이며, 차분한 분위기가 많다. 동네 사람들이 친숙하게 접근하고 많은 종류의 책을 갖추며,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동네서점과 전문서적들의 비중이 높고 멀리서 공간을 체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전문서점으로 나눌 수 있다. 자주 연관되는 단어로는 동네, 큐레이션, 커뮤니티, 독립출판, 창작자 등이 있다. 특히 독립서점을 취급하는 비중에 따라 서점의 성격이 상당히 달라지기도 한다. 책만 팔아서 책방을 유지하는 곳은 아주 드물다. 대부분은 책을 팔기 위한 특별한 전략을 실행하고, 프로그램과 독서모임, 혹은 음료 판매 등의 부수입 수단을 병행한다. 손님들은 책 이외에도 공간과 운영철학을 같이 소비하는 면이 강하다. 특히 서점 주인의 스토리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인상적이었던 서점 좌측 분키츠, 우측 노들서가 - 복합문화공간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정답일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이 대략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좀 더 깊은 스터디를 해야 한다. 요즘에는 '디깅 digg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한 분야를 깊게 파고 쓸모 있는 내용을 발굴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이 과정은 기획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마무리까지 놓을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때는 책도 보고, 독립서점을 직접 방문하고, 전문가, 경험자들과 이야기를 한다. 이 과정에 얻은 것들, 나의 생각들은 천천히 풀도록 하겠다.


스터디는 많이 하면 할수록 좋으나 그렇다고 마냥 스터디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스터디를 내가 가능한 범위와 시간, 노력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스터디는 단 한순간도 놓을 수 없고, 부족한 점이 매 순간 새롭게 드러날 것이므로 계속해서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배우 최민식 씨가 수상 소감에서 그랬다죠. 공부에는 끝이 없다.


2. 좁혀야 튀어나온다 

모든 현실의 기획에는 비용, 시간, 공간, 인력, 경험 등 제한사항이 있다. 때로는 이러한 현실의 조건이 너무 가혹해서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 어느 정도의 선택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나의 기획을 누군가 확인하고 평가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쉬울 수 있으나, 대부분의 창업은 스스로 해야 하는 결정이 대부분이다. 나의 결정을 내가 칭찬하거나 거부하거나. 이 과정에서 사실은 아무리 주관이 확고한 사람이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의 제한사항들을 미리 확인하고, 조금 더 세밀하게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가 들일 수 있는 예산과 공간을 확인해보자. 내가 최소한 벌어야 하는 돈을 계산해보자. 나의 경험으로 할 수 있는 활동과 전략을 정하자. 나의 기획을 완성해야 하는 데드라인을 정하자. 이런 과정을 통해야 이 선택이 나의 베스트임을 조금 더 확인해나갈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제한사항이 있었다.
1) 2층 공간을 다 써도 좋다. (꽤 넓은 공간이다.)
2) 예산은 3,000만 원. (공간을 꾸미고, 책을 구매하는 것까지. 사실 굉장히 빠듯한 돈이다)
3) 서점 준비에 나 이외에 한 명 정도의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었다. (다행히 회사 동료인 디자이너 님이 디자인은 도와주기로 했다)


공간은 충분했지만, 예산은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서점 구역을 축소해 작은 영역으로 지정하고 나머지 공간은 코워킹 공간으로 쓰고자 했다. 자세한 공간 기획은 다시 소개하도록 하겠다.


책방 공간에 관한 여러 가지 구상들 중 하나, 물론 지금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나의 경우에는 이런 현실적인 요소 외에도 "대표님의 의중"이 중요한 제한사항이었다. 대표님과는 긴 시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산발적으로 때로는 조금씩 바뀌면서 전달되는 대표님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그럼에도 결국 대표님이 원하는 바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냈다. 
1) 사람들이 모여 활기차게 활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2) 동네에서 자리 잡고 커뮤니티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3) 문화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면 좋겠고, 입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4) 같은 건물 내에 입주한 그림책 출판사와 협업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제한사항들 안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물론 나는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내가 나의 아주 소박한 수입으로 만족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결국 창업은 일정 정도의 수익을 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고, 사람이 찾는 공간이 될 수 있나? 그 모든 것을 저 제한사항 안에서 해내야 한다면 그건 가능한 일일까? 나의 고민은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진다.




기획에 대해 고민하며 내가 가장 많은 영감을 얻은 유튜브 3개를 소개한다. 나는 서점 너머의 것을 하고 싶었기에 서점이나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보다는 다른 브랜드, 비즈니스 유튜브를 많이 참고했다.


EO

: 스타트업 기반의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한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채널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경험담과 팁을 얻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Q2DWm5Md16Dc3xRwwhVE7Q


MoTV

: Mo Better Works라는 그룹이 브랜드를 만드는 아주 적나라한 과정을 공개하고 어떻게 팬을 모으며 성장해가는지를 히스토리처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c/MoTVshow


요즘 것들의 사생활

: 청년들의 일에 대한 가치관과 스몰 브랜드의 생존 전략들을 배울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tmQgT60VWIL5Z-R5phzd0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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