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이 이렇게나 다정합니다.
“ 엄마, 오늘은 약 먹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저녁 먹고 학원을 가면서 단단히 말한다.
며칠 전 감기기운 때문에 약을 먹고 늦게 학원에서 오는 아들을 기다렸다. 자전거도 타고 날도 추운데 손에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닭꼬치가 들려있다.
“ 지나가는데 이 냄새 맡고는 도저히 그냥 못 오지. 좀 비싸긴 한데 샀어.”
한 손으로 자전거를 끌고 한 손은 꼬치를 그대로 들고 온 거다. 사람이 많아서 하나밖에 못 사 왔다고 아빠한입, 자기 한입, 나 한입 먹자 한다.
엄마는 약을 먹어서 못 먹는다고 원이가 더 먹어라고 했더니 좋아할 줄 알았던 아들이 서운해한다.
그러고는 오늘 또 꼬치트럭이 있으면 사 올 테니 오늘은 무조건 약 먹지 말고 기다려서 맛을 보라고 한다.
“ 엄마는 네가 더 많이 먹어도 좋아. 괜찮으니 먹어”
“ 엄마 내가 혼자 맛있게 먹을 거였으면 오면서 먹었지 왜 그대로 들고 왔겠어. 맛있는 거 같이 먹고 싶어서 그러지. 그러니까 조금은 먹어줘.”
외출했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에 이런저런 간식 사 오는 아빠를 아주 똑 닮았다. 맛있게 먹을 가족생각에 사 와서 신나게 먹는 거를 아주 흐뭇하게 보고 있었던 남편 얼굴이 스친다.
감기 걸린 엄마 선물이라고 편의점에서 좋아하는 간식을 잔뜩 사 오고 꼭 먹고 나으라고 말해주는 다정한 아들. 시험기간이라 하긴 싫지만 해야 되는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지만 묵묵히 해내고 있는 아들 보며 좀 더 열심히 하면 좋을 텐데라는 몹쓸 나의 욕심이 부끄러워진다.
“ 엄마 나는 공부는 1등 아닐지 몰라도 아마 부모님과 사이좋은 거로는 내가 1등일걸? ”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자신 있게 말하는 아들을 보며 어쩌면 아들이 나를 더 사랑하는 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본다. 냉장고에 있던 반찬 그냥 줘도 엄마가 주는 밥이 급식보다 훨씬 맛있다고 해주고 단 한 번도 다른 부모와 비교하지 않는 소중한 아이의 마음에 오늘도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다.
나의 불안과 욕심으로 아이를 바라보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같은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소중합니다.
...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과 같은 시간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존귀한 것인지.
-츠지무라 미즈키 <사자 츠나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