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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산업의 현재와 미래

산업분석/스타트업/K-POP/케이팝/K팝

by 준원
K-POP 가수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에서 공연한 블랙핑크 리사(출처: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영화 시상식 중 하나인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K-POP 가수 최초로 블랙핑크 리사가 축하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리사의 무대는 K-POP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움과 동시에 더 이상 K-POP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POP 산업은 지난 5년간 연평균 50% 성장이라는 괴물 같은 성장세를 보여줬습니다. JYP의 스트레이트 키즈는 한국아티스트 최초로 미국 앨범판매량 100만 장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버블이 끼었다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K-POP산업은 계속해서 황금 같은 시기를 보낼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K-POP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K-POP 산업 성장성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음악 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대중음악 데이터 분석 기업인 '써클차트'에 따르면 K-POP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지난 10년간 쉬지 않고 성장했습니다. 2020년 BTS의 빌보드 차트 정복에 힘입어 KPOP 산업은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BTS는 722만 장의 앨범을 팔았으며, 'Dynamite'곡은 KPOP 역사상 최초로 '빌보드 HOT 100'에서 1위를 했습니다.

피지컬 앨범 판매량 연도별 추이(출처: 써클차트 / 단위:백만 장)

하지만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2023년 1.1억 장을 찍은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했습니다. 이제 KPOP은 성장을 멈춘 것일까요? 저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음반 밀어내기로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보이는 일시적인 지표 하락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KPOP 산업은 더 Sustainable 하고 가치 있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 음반 밀어내기란, 초동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해서 기획사가 음반 판매처에 대량의 앨범을 구매하라고 밀어내는 행위입니다(초동 판매량은 전체 앨범판매량에 큰 영향력을 미칩니다). 2024년 민희진-하이브 사태로 수면 위로 드러났죠.

https://circlechart.kr/page_article/view.circle?sgenre=opinion&idx=24729


피지컬앨범이 중요한 이유

피지컬앨범은 눈에 보이는 앨범입니다. 눈에 보이는 실물 앨범이죠. 피지컬앨범이 음악 산업에서 중요한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째, 좋은 음악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사람들이 좋은 음악, 좋은 가수를 판단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준이 '앨범 판매량'입니다. 비틀즈, 마이클잭슨 등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음악가인지를 언급할 때, 항상 앨범이 얼마나 팔렸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챗GPT에게 위대한 가수와 근거를 물었을 때도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역시 앨범 판매량이었습니다 ㅎㅎ

둘째, 초동판매량에 영향을 줍니다. 초동이란, 앨범 발매일 1주일간 팔린 앨범수를 말합니다. 초동 판매량은 아티스트 인기의 척도이자 방송 섭외 순위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K-POP 산업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한터차트, 써클차트등 주요 음악 차트에서는 피지컬 앨범 판매량을 기준으로 초동 판매량을 집계합니다.


K-POP 산업 핵심 키워드: 슈퍼팬

슈퍼팬은 여러 음악 데이터 분석 기업에서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Amazon Music for Artists defines superfans as, “a small, but extremely valuable, subset of your most passionate Fans.
슈퍼팬은 작지만 매우 가치 있는, 가장 열정적인 팬의 하위 집합 - 아마존 뮤직 포 아티스트
“There are fans, and then there are die-hard, listen-on-repeat, buy-up-all-your-merch fans.”
아티스트의 골수팬이며, 그들의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모든 상품을 구매하는 팬 - 스포티파이
superfans as fans who engage with artists and their content in 5+ different ways
슈퍼팬은 5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아티스트와 그들의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 루미네이트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쉽게 표현하자면 '아티스트 덕후'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빠졌어요. 모든 방식으로 당신의 콘텐츠를 구매하겠습니다" 슈퍼팬은 현재 다양한 산업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고 있지만, 특히 K-POP 산업에서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https://luminatedata.com/blog/why-are-super-fans-so-valuable/


슈퍼팬이 이끄는 K-POP

루미네이트 부사장은, 미국 내에서 K-POP 슈퍼팬들은 음악 감상에 월평균 72시간을 사용했는데, 이는 미국 평균보다 19시간 많은 수치였으며, 미래에 CD를 구입할 확률이 32%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스포티파이가 발행한 <Fan study: Super Listeners> 보고서에 따르면, 슈퍼 리스너들(=슈퍼팬)은 아티스트 당 2% 정도 비율이었지만, 전체 스트리밍량의 18%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굿즈 구매자의 절반이상을 2%의 슈퍼팬들이 차지했습니다. Luminate는 13세 이상 미국 대중 가운데 약 15%가 슈퍼팬에 해당되며, 이들은 일반 대중 대비 1.8배에 가까운 돈을 음악에 소비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KPOP산업에서 슈퍼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슈퍼팬 비즈니스를 가장 잘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Superfan 비즈니스 민족입니다!

슈퍼팬을 만드는 가장 큰 비결 중 하나는 'Over commitment'입니다. 한글로는 '과도한 헌신'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음악 활동을 넘어서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 음악 산업이 가장 잘해왔던 것입니다. 1세대 아이돌 팬덤 필수 서비스였던 '152 사서함'은 팬클럽별로 개설된 사설함에서 연예인들의 스케줄과 공지사항, 음성 메시지도 들을 수 있었죠(서태지와 아이들, 젝스키스, S.E.S 등)


현재 KPOP과 함께 전세게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파는 가수는 '테일러 스위프트'입니다. 그녀가 앨범판매량을 매번 최고치를 경신하는 이유는 오버커미트먼트를 잘하기 때문입니다(다른 글로벌 가수들과 달리 서비스적인 면이 뛰어납니다!)


오버커미트먼트를 잘하는 가수는 슈퍼팬을 만들고, 이들은 음악 산업에 많은 지출을 하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K-POP은 1세대 아이돌 세대부터 슈퍼팬을 만들어내는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이 K-POP 산업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케이팝과 가장 비슷한 가수가 글로벌 앨범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출처:슈카월드)


중요해진 오리지널 스토리텔링

K-POP은 더 이상 아티스트의 IP(지식재산권)에 의존한 사업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원천 IP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엔터사가 지니고 있던 아티스트들 자체의 IP를 활용해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대부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메가 IP를 활용한 'BTS 월드' 모바일 게임은 출시 이후,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저조한 성적에 운영이 종료되었습니다. 블랙핑크 IP를 활용한 '블랙핑크 더 게임'은 출시와 동시에 글로벌에서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이렇게 아티스트의 IP만을 활용한 비즈니스 확장은 장기적인 비즈니스모델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이브의 스토리사업본부 신설

하이브는 2021년 스토리사업본부 신설을 발표했습니다.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원천 IP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었는데, 4년이 지난 지금 좋은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BTS 웹툰인 '세븐 페이츠: 착호'는 론칭 이틀 만에 누적 조회수 1,500만 건을 돌파했으며(네이버웹툰 역대 론칭작 최고치), 엔하이픈의 '다크 문:달의 제단'은 2024.12월 기준 누적 조회수 1억 8,000만 뷰를 돌파했습니다(통상적으로 2억 뷰 안팎의 웹툰은 성공적으로 평가됩니다).

세븐페이츠:착호 이미지

이들은 모두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에 아티스트를 캐스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탄탄한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이 기반이 되고, 그 위에 어울리는 아티스트를 얹어서 다양한 장르와 포맷(웹툰, 웹소설, 드라마 등)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 스토리텔링 기반 IP 비즈니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황보상우 하이브 스토리사업본부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티스트의 실제적인 서사만 이야기로 개발하진 않는다. 그렇게 되면 다큐멘터리가 된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는 판타지이며 해당 아티스트가 하고자 하는 음악적 메시지와 연결된다. 아티스트 서사의 웹툰화가 아니라 오리지널 스토리의 웹툰화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103842


K-POP 산업 핵심 키워드: 글로벌

리사의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를 보고, 더 이상 K-POP은 우리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그 중심에는 글로벌 키워드가 있는데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말대로, K팝이 더 넓은 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K를 떼야 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현상은 블랙핑크의 솔로 활동에서 잘 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말 블랙핑크 멤버들은 YG의 품을 떠나 글로벌 아티스트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리사는 'LLOUD'라는 새로운 회사를 차린 후,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섰습니다. 로제는 미국 기업 워너뮤직 산하 레이블과 계약을 맺은 후,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탈퇴하고(서태지 이후 22년 만에 처음입니다...) APT 활동으로 빌보드에서 K-POP 여성 아티스트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K-POP에서 K를 때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은 우리가 예전에 생각하던 '한류'의 개념과는 다릅니다. K-POP은 완전 다른 '거대한 음악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일본+중국+미국은 K-POP 수출 시장의 70~75%를 차지합니다. 일본과 중국은 감소하지만 미국과 유럽 및 영어권 지역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K-POP이 명백히 큰 시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전 세계 음악시장으로 봤을 때는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및 영어권 지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예전 자료이지만 현재 TOP 10 국가의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TOP 10 국가 중에서 7개 국가가 유럽 및 영어권 지역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더 큰 시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음악시장 TOP 10


K-POP 유니버스: 페이즈3

JYP 박진영 대표에 따르면 K-POP 산업 확장전략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1. 한국가수가 한국말로 노래하는 것
2. 여기에 외국 국적 가수와 외국 가사를 섞는 것

3. 현지 아티스트들이 현지어로 노래하는 것


현재 페이즈 3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내 엔터사들은 공격적으로 현지 아티스트 그룹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JYP가 선보인 '니쥬(NiziU)'와 넥스지(NEXZ)'는 일본 현지화 아티스트로 좋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이브의 '캣츠아이'는 미국현지에서 데뷔하며 글로벌 차트 10주, 글로벌 200 차트는 9주 연속 랭크업에 올랐습니다. SM의 '디어 앨리스'는 영국 오피셜 차트의 정상에 오르기도 했죠.

한국 아티스트가 아닌, K-POP 시스템으로 육성한 현지 아티스트들이 현지어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페이즈3는 향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화 아이돌이 좋은 점 중하나는, 국가간의 분쟁속에서 피해받는일이 적다는 것입니다.(미국에서 KPOP가수 활동을 제한해도, 현지화 가수들 활동 제약은 적을 것입니다. 엔터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습니다)

SM의 디어앨리스 그룹 / 소속사 별 현지화 그룹들

페이즈3 이후는, K-POP 육성 시스템과 노하우를 습득한 세계 각국의 현지 엔터사들이 '현지어로 노래하는 현지 아티스트들'을 육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K팝은 더더욱 한국만의 것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페이즈4에서는 전체적인 시장은 커지겠지만, K-POP 영향력을 받은 글로벌 엔터사들의 실력은 더욱 성장하여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마무리

K-POP 산업은 지난 10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2024년 최초로 앨범 판매량에서 역성장이 발생했지만, 산업 펀더멘탈은 견고합니다. 슈퍼팬, 스토리텔링, 글로벌을 중심으로 K-POP은 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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