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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이브리드 본딩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검토하면서, 본딩 산업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후공정에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칩의 성능을 결정짓는 본딩 산업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본딩 산업의 변화과정을 살펴보고,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로 손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딩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시다.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둘러싸고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개발 중인 HBM4E 칩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것임을 밝혔으며,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1위 기업인 '베스(BESI)'의 지분 9%(약 8,400억 원)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양사는 2020년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공동개발해 왔으며, 이미 TSMC에 하이브리드본딩 장비와, 어플라이드의 CMP(화학기계연마 장비), 플라즈마 장비가 하나로 묶어 공급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번 지분매입은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주도권 선점을 위한 선제 포석으로 보입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의 중요성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본딩은 반도체 제조 후공정에 포함되는 공정입니다. 전공정에서 웨이퍼를 제작하고 회로를 그렸다면, 전공정을 마친 칩을 다이싱 하고(=자르고) 패키징 및 테스트를 진행하는 공정이 후공정입니다.
본딩은 연결해 주는 과정입니다. 그럼 무엇을 연결할까요? 첫 번째로 칩과 기판(웨이퍼)을 연결합니다. 이를 D2W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로 칩과 칩을 연결합니다. D2D라고 부르며, SK하이닉스의 대량 메모리칩을 쌓아서 연결하는 HMB공정에서 사용합니다.
칩과 기판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I/O)를 연결해 줍니다. 이러한 통로가 많아진다면, 당연하게 주고받는 정보의 양/속도/퀄리티가 증가합니다. 2차선 고속도로보다 4차선 고속도로가 더 많은 차량,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본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전공정에서 칩이 잘 만들어졌어도 전기 신호 전달이 안됩니다. 그만큼 후공정에서 본딩의 중요성은 큽니다.
본딩 기술은 1975년 와이어본딩을 시작으로 하이브리드본딩까지, 반도체 성능 증가와 이를 위한 데이터 이동량 증가로 기술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된 와이어 본딩은 칩과 기판을 금으로 만든 와이어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고성능 반도체 칩을 사용하지 않았고, 데이터 이동량이 많지 않던 이 시기에는 와이어 본딩만으로도 충분히 감당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기술 고도화로 인해 다른 본딩 방식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왔죠.
기술 고도화로 인해서 와이어 본딩 만으로는 데이터 전송량을 소화하는 것이 불간 능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1995년 칩과 패키징 기판을 와이어로 연결하는 것이 아닌, 직접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발전합니다. 플립 칩 방식은 칩과 기판 사이를 전기가 흐르는 '솔더볼(Solder ball)'로 연결합니다. 플립 칩 방식은 와이어 본딩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10배 이상 빠릅니다.
플리 칩 본딩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 '카파 필러 범프 본딩(Copper pillar bump bond)'입니다. 이 방식은 먼저 구리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솔더볼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단위 면적당 'I/O(입출력 단자)'가 많을수록 데이터 전송 효율이 좋은데, 카파 필러 범프 본딩으로 더 적은 면적에 더 많은 I/O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3배 이상)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칩 안에 삽입할 수 있는 I/O 숫자의 한계가 찾아오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패키징 기술이 발전했고, 2.5D 패키징 방식(칩을 수평으로 연결)과 3D 패키징 방식(TSV를 이용해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림)이 탄생하면서, TC 본딩과 MR-MUF 본딩 그리고 하이브리드 본딩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TC 본딩은 열압착 방식입니다. 개별 칩 하나하나에 열과 압력을 줘서 눌러 붙입니다. TC 본딩을 할 때 칩 사이에 NCF라는 절연 필름을 덧댑니다. 온도를 주면 이 필름이 녹으면서 범프 간 연결을 시키며, 두 개 칩이 붙을 수 있도록 칩 사이 공간을 메웁니다. 한미반도체가 TC본딩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65% 이상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TC본딩은 열과 압력을 일정하게 전달하기 어렵고, 칩 하나하나에 압력을 줘야 하는 번거로운 문제가 있었습니다(너무 오래 걸리죠..) 이를 해결한 것이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가 5년 동안 개발한 MR-MUF 방식으로 세계 최초로 HBM3에 적용됐습니다.
마이크로 범프를 칩에 부착한 후에, 오븐에 넣어서 한 번에 녹여 칩을 연결합니다. 그 후에, 칩과 칩사이의 빈 공간을 에폭시를 넣어서 밀봉시킵니다.
반도체 성능 증가에 따라서 본딩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가 시작되고, 반도체가 점점 미세화되면서(범프 크기 감소의 한계) 칩과 칩을 직접 연결하는 하이브리드본딩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국 본딩 기술의 끝판왕은 하이브리드 본딩이 될 것입니다. 범프 없이 구리 필러와 구리 필러만을 연결하면서, 전기 신호 밀도는 1,000배 이상 증가합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반도체 전공정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기존 본딩 장비 업체들은 후공정에서 활동했기에 전공정의 기술력이 약합니다. 크게 2가지 기술 1) CMP 기술 2) 플라즈마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후공정 BESI와 전공정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가 전략적으로 협업했었죠.
하이브리드 본딩 프로세스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웨이퍼와 웨이퍼를 직접 연결하는 만큼, 웨이퍼 표면을 깔끔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웨이퍼 위에 형성된 구리(Cu)와 유전체(SiOx)를 동시에 나노미터 수준으로 평탄하게 만듭니다. 유전체 부분은 평탄화, 구리 부분은 디싱(Dishing)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리 부분의 적절한 디싱(Dishing)입니다. CMP 공정은 예술의 영역이라고도 하는데, 바로 디싱 조건을 예술적으로 잘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디싱은 유전체 대비 상대적으로 평탄화 속도가 빠른 구리 표면이 과하게 침식돼 가는 현상입니다. 디싱으로 인해서 CMP 과정 중, 자칫하면 구리가 너무 많이 깎이게 됩니다.
또한 열처리 과정에서 구리가 유전체보다 더 많이 팽창하는 성질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구리가 너무 깎여도, 디싱이 너무 없어도 안 되는 최적의 CMP 기술이 필요합니다. 업계에서는 유전체의 경우는 0.5nm, 구리의 경우는 1nm 수준의 까다로운 Roughness 조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경우, 기존 패키징에 비해서 CMP 공정이 2배 증가합니다.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를 개발할 경우 필연적으로 CMP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기존에는 열과압력으로 붙였지만, 더 정교한 결합을 요구하는 하이브리드 본딩에서는 플라즈마를 활용합니다. 플라즈마를 이용해 웨이퍼 표면의 산화막과 오염층을 제거하고, 잘 붙을 수 있도록 플라즈마 처리를 합니다. 플라즈마로 활성화하게 되면 표면이 친수성화되고, 낮은 온도에서도 유전체 간 수소결합이 가능해집니다.
세척과정은 다른 본딩 과정과 다르게 하이브리드 본딩에서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범프를 이용한 본딩의 경우는 범프와 범프 사이에 공간이 존재하여 불순 입자가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공간 없이 딱 붙는 하이브리드 본딩의 경우는 작은 입자도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표면 세정 과정으로 통해서 웨이퍼를 씻어냄과 동시에, 플라즈마 활성화를 통해 유전체 표면이 친수성을 가지게 됩니다. 친수성을 가지면 본딩 강도가 증가합니다.
가장 중요한 공정입니다. 세척까지 끝난 웨이퍼를 Via Hole이 마주 보도록 정렬시킵니다. 구리는 구리끼리, 유전체는 유전체끼리 만날 수 있도록 아주 정밀하게 정렬시킵니다. 그리고 실온(Room Temperature)에서 15N 이하의 낮은 압력으로 눌러줍니다. 이때 분자 사이에서 작용하는 밀거나 당기는 힘인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이 작용하면서 별도의 접착제 없이, 유전체(SiO2) 간에 수소 결합이 발생하면서 붙게 됩니다.
수소 결합은 분자와 분자 간의 결합이기 때문에 아주 강한 결합은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아직 구리는 완전하게 결합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붙은 두 웨이퍼에 고온(약 150~350℃)을 가하면, 유전체와 구리가 각각 완전하게 결합됩니다. 약했던 유전체 수소결합은 공유결합(원자-원자)으로 바뀌고, 구리가 팽창하면서 디싱 된 공간을 채우고 접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