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모기지(reverse mortgage)라고도 불리는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노령층이 보유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일반 대출과 다른 점은, 대출금을 한 번에 수령하지 않고 연금처럼 다달이 받고,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70% 내외)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대출액이 주택가격을 넘더라도 죽을 때까지 연금(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령층에 대한 사회복지 성격이 있다보니, 주택연급 가입대상자는 공시가격 12억원(시세 약 17억원) 이하의 주택소유자만 가입할 수 있다. 원래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의 소유자만 가입이 가능했지만, '23년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가입대상이 확대되었다.
12일부터 주택공시가격 12억원 이하면 주택연금 가입가능(주택금융공사, 2023.10.6)
2006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24.5월까지 누적 가입자는 약 12.8만명이다. 2016년부터는 연평균 가입자가 1만명을 넘었고, 2023년 가입자는 1.3만명에 달했다. 증가세가 빠른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가입자가 늘고 있다. 주택연금에는 평균 3.9억원의 집을 가진 72세의 주택 소유자가 가입해, 매달 121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노후를 즐길만큼의 금액은 아니지만, 국민연금과 합산하면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할만큼의 금액을 수령하는 셈이다.
주택연금은 은행/보험사에서 대출하되, 대출금 상환은 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한다. 공사와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에서 주택연금을 취급하게 되는데, 현재는 14개 은행과 2개 보험사(교보생명, 흥국생명)에서 취급하고 있다. 원래 은행만 주택연급을 취급했다가, 2014년에 2개 보험사와도 협약을 맺으면서 취급기관이 늘어났다.
주택연금 취급기관 은행서 보험사로 확대(매일경제, 2014.4.29)
주택금융공사와 교보생명 주택연금 취급협약 체결(주택금융공사, 2014.6.19)
주택금융연구원의 주택금융통계를 보면, 주택연금의 총 대출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주택연금 잔액현황 중 연금지급액이 현재까지 가입자에게 지급된 주택연금 대출액의 합계인데, 2024.6월 기준으로 11조원 가량이다. 현재 가입자가 모두 100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했을 때 미래에 지급하게 될 연금총액과 대출이자/수수료까지 합산한 금액(보증공급액)이 132조원이므로 추가로 지급해야 할 대출액(연금)도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즉, 금융사에서는 앞으로 30년간 추가로 100조원, 매년 약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주택연금 목적으로 대출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사망할 경우에 대출원리금을 상환하는데, 가입자 평균연령(72세)와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83세)를 감안하면, 최소 10년간은 상환되는 금액보다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보증기관인 주택금융공사 입장에서는 담보주택의 관리/처분이 앞으로 이슈가 될 수 있다. 당장은 주택연금 운영기간이 20년에 못 미치고 연금가입자 중 사망자가 많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담보주택을 처분해 연금대출액을 충당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가입자가 12.8만명, 주택 평균금액이 3.9억원이므로 총 주택가액은 50조원에 달한다. 매년 2%씩 처분해야 한다고 하면, 연간 1조원의 주택을 매각해 금융기관에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셈이다. 임대주택 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최대 투자기관이 보유한 주택이 10만호 가량임을 감안하면, 주택금융공사에서 관리해야 하는 주택의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예상컨대, 10년 후가 되면 주택금융공사 또는 그 산하기관의 주요 업무에 주택연금 담보주택의 관리/운용/처분이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