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주택시장의 화두는 전세가격 상승이다. 매매가격은 서울 일부를 제외하면 답보하거나 하락중이지만, 전세가격은 전국 대부분에서 올랐다. 실거래가 기준 서울/수도권/지방 아파트 전세가격은 '24.7월까지 전년말대비 4.6%/3.9%/0.0% 올랐다. '23년 연간상승률이 -0.8%/0.2%/-2.5%%였으니,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전국 단위로는 '22년 9.6% 하락한 후, '23년 4.3%, '24년 1~7월 누적 2.8%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은 물량감소와 수요증가의 콜라보이다. '22년말과 비교해, 아실에서 집계한 '24.10월말 아파트 전세 매물수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25% 이상 감소하였다. 특히, 서울/경기/인천은 각각 41%/52%/57% 감소해 17개 시도 중 감소율 7위/4위/2위에 위치했다. 신축 아파트 입주는 아직 크게 감소한 모습은 아니지만, 구축 시장에서는 게약 가능한 물건이 줄어들었다. 한편, 집값이 떨어질까, 보증금을 떼일까 불안한 마음에 아파트 매수자와 연립/오피스텔 전세 임차인이 아파트 전세로 몰리고 있다.
수도권, 특히 서울 주요지역으로 1시간 통근이 가능한 지역의 전세가격은 '25년에도 상승세일 가능성이 높다. '22년부터 주택 착공이 감소한 영향이 '25년부터 본격화되며 입주가능한 아파트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착공 감소 -> 입주 감소의 연계고리는 향후 3~4년간 더 심해질 수 있다. 당장 PF 시장이 되살아나 주택 개발사업이 크게 늘어도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3~4년 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리 괜찮은 전세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25년에 늘어나며 전세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
사실 서울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하락한 적은 별로 없다. 1년전 또는 2년전과 같은 시기와 비교할 때, 과거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시기는 외환위기, 카드사태로 경기침체가 있었던 2003~2005년 정도이다.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이 장기간 하락하던 시기에도 전세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2022년 4분기 이후 시작된 전세가격 하락세는 약 20년만에 다시 나타난 것으로,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어 임대차 계약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한 데다 고금리 영향으로 시장수요가 급감하 상황이 겹쳐서 일어났다.
물론, 전세가격이 어디까지 오를지는 미지수이다. 전세가격은 주택 사용가치만을 반영하므로, 매매가격에 비해 상한이 더욱 강하지만, 그 한계선을 추정하기가 만만치 않다. 월세는 통상 소득의 40%를 넘어가면 세입자에게 매우 부담이 된다. 반면, 전세는 자기돈으로 보증금을 내면 현금흐름 측면에서 세입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거니와 전세대출을 이용하더라도 금리에 따라 발생하는 이자가 달라진다. 다만, 서울 전세가격은 202년부터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아직 2022년의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곳이 많다. 당장 전세가격이 상한에 다다를 가능성은 낮다.
물량이 급증하면서, 특정 지역에서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는 있다. 잠실 3총사(2008년, 엘스/리센츠/파크리오 1.8만호), 헬리오시티(2019년, 9,510호), 고덕(그라시움/아르테온/센트럴아이파크/자이/롯데캐슬, 2019~20년, 9천호) 등이 대표적인데, 대규모 입주가 이루어진 직후에만 해당 지역에서 전세가격이 단기적으로 조정되었다.
전세 만기 앞둔 서울 아파트, 절반인 3만 가구 '역전세' 닥친다(조선일보, 2023.5.27)
'전세대란' 부메랑 맞은 잠실(머니투데이, 2009.11.10)
헬리오시티發 전세대란 끝나나…송파구 전셋값 낙폭 축소(동아일보, 2019.3.7)
헬리오시티와 고덕의 사례를 보면, 1만호에 가까운 물량이 신규로 공급되었을때 전세가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헬리오와 고덕 모두, 입주장 때는 아파트에서 입주잔금을 마련하려는 집주인들이 다수의 전세매물을 내놓으며 초기 전세가가 낮게 형성되었고, 주변 아파트의 전세가격도 다소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입주장이 지나 전세 재계약 시점이 돌아오면 최소 주변 시세만큼 전세가격이 상승했다.
내년 서울권 전세가격은 상승세롤 보이더라도,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예정된 곳에서는 헬리오나 고덕의 입주장 사례가 재등장하며 전세가격이 낮게 형성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입주하는 둔촌, 이문휘경뉴타운의 대단지가 준공되는 이문, 광명뉴타운 입주가 이어지고 있는 광명이다. 단, 지역별로 입주장 여파가 다를 수 있는데, 주거선호도가 높고 실거주 규제로 3년 내에 전세계약이 종료되어야 하는 둔촌주공은 비교적 여파가 적은 반면, 동대문과 광명에서는 전세가격 하락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헬리오시티 땐 1억 넘게 떨어졌는데”…재개발 둔촌주공 전셋값은 요지부동, 왜?(매일경제, 2024.11.2)
25년 이문 래미안 라그란데 입주장고 장위자이레디언트 입주장의 관계(자이스탘김 중개사무소 블로그, 2024.6.1)
광명 뉴타운 전세 최고의 선택 될수도, 전세가, 신축입주장(신소비, 2024.4.25)
기사와 달리, 둔촌에서도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장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월초 기준,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국평 전세는 7억까지 나와 있다. 헬리오시티의 최저 전세 매물가격 9억원, 고덕 그라시움/아르테온 최저가격 8억원에 비해 저렴하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신축아파트로 똑같이 입주장을 맞은 더샵둔촌포레(572세대)의 전세가격은 최저 6억원 내외이다. 국평 기준으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800여건, 더샵둔촌포레는 180건의 전세매물이 올라 있어, 상황에 따라 실제 계약가격은 더 낮을 수도 있다.
대규모 입주장은 a. 집주인에게는 잔금 확보 리스크, b. 세입자에게는 저렴한 전세계약 기회, c. 진입을 노리는 매매 대기수요자에게는 신축아파트 할인매입 기회로 나타난다. 서울에서는 전세가가 분양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르면서, a를 b로 해소하는 형태로 입주가 진행되었다. 둔촌/이문/광명 모두 투자 선호지역인만큼 이번에도 매매보다는 전세쪽의 할인계약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