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각투자는 1) 신탁수익증권 또는 2) 투자계약증권을 기초로 디지털 증서(카사의 'DABS', 루센트블록의 'SOU', 펀블의 'DAS' 등)를 발행한다. 신탁이 가능한 자산인 부동산 등은 관리처분신탁의 수익증권, 실무적으로 신탁이 어려운 미술품, 식품 등은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다. 부동산을 신탁하는 이유는 '도산절연', 즉 토큰증권의 발행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신탁사가 부동산을 관리/처분하여 수익을 돌려줌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술품 투자계약은 토큰증권 발행사를 공동사업자로 하여 투자자가 사업(미술품의 보유/관리/처분)에 참여하는 형태로, 투자자의 권리 등을 담은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다. 신탁처럼 완전한 도산절연은 아니지만, 투자계약에서도 위탁사를 지정하여 발행사가 부도날 경우 투자계약 대상자산을 관리/처분하여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 현재 신탁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의 가장 큰 차이는 플랫폼을 통해 2차 거래가 가능한지이다. 신탁수익증권은 조각투자 발생사의 플랫폼에서 투자자간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다. 반면, 투자계약증권은 거래 플랫폼이 없고, 투자가 간의 개별적인 양수도만 가능하므로 신탁수익증권에 비해 거래가 더 어렵다. 하지만 현재 논의중인 토큰증권 법안에서 투자계약증권에서 대해서도 거래소/장외거래소 등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으로 보여 향후 거래의 불편함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부동산 조각투자는 자산 매입 시점에서 차입, 즉 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차주', 즉 돈을 빌리는 주체가 필요한데, 조각투자는 별도의 차주를 두지 않고, 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펀드나 SPC 등의 Vehilcle을 이용해 자산을 매입하고, 해당 Vehicle의 수익증권/지분증권을 토큰증권으로 유동화한다면 펀드/SPC를 차주로 하여 대출을 받을 수 있겠지만, 현재 조각투자 구조는 Vehicle 없이 기초자산 그 자체를 유동화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단, 최근 정부에서 부동산 조각투자에 선매입을 허용하면서, 우회적으로 대출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각투자 발행사가 자기자본(ex. 10억)과 담보대출(10억)을 합쳐 자산을 매입한 후, 이를 조각투자로 공모할 때는 전체 매입가액(20억)만큼 투자를 받아 담보대출을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매 빌딩, 선매입 가능해진다…'부동산 조각투자' 활성화 기대(집코노미, 2024.10.9)
자산 선매입이 허용되면서, 부동산 조각투자의 대상도 더욱 넓어질 수 있다. 물건을 선점하거나 차입을 이용해 더 규모가 큰 자산을 매입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경매 물건 등으로 상품이 확대될 수도 있다. 낙찰자로 선정된 경매물건에 대해 먼저 자산을 매입하고 추후에 조각투자로 공모하는 것이 더욱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NPL투자에 대한 정부의 승인 여부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매 물건 매입이 허용된다면 연간 10조원 규모의 경/공매시장이 부동산 조각투자의 상품영역이 될 수 있다.
플루토스파트너스, 토큰증권 활용 '부동산 NPL 조각투자 플랫폼' 혁신금융 신청(STOZ, 2024.6.27)
정상기 플루토스파트너스 대표 'NPL 부동산' 조각투자, 불경기에 더 강하다(전자신문, 2023.12.4)
하지만 국내 조각투자와 해외 토큰증권은 기초자산의 범위에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규제특례를 통해 도입된 조각투자는 비금전채권신탁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등 현재 제도로 증권화가 어려운 금융상품이다. 주식, 채권, 지분증권, 파생경합증권 등 이미 거래소 등을 통해 유동되고 있는 금융상품은 조각투자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주식, 채권 등 일반적인 금융상품도 토큰증권으로 발행된다.
향후 국내 법제화 과정에서 기존 금융상품을 제외한 그 밖의 영역만을 대상으로 토큰증권이 허용되면,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성장세는 미약할수 밖에 없다. 2016년에 도입된 크라우드펀딩도 규제개선보다 소비자 보호가 강조되며, 기대만큼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바 있다. 토큰증권 관련법 개정 추진과정을 보면, 정부에서는 기존 금융상품을 토큰증권의 대상으로 제외하고 있는 듯 하다.
디지털 금융의 시작, 토큰 증권에 대한 기대와 우려(KT Enterprise, 2023.1.31)
기존 금융상품을 제외하는 쪽으로 토큰증권 시장이 출범하더라도, 현행 조각투자에 비해 토큰증권 기초 자산 범위가 확대될 수는 있다. 아래는 토큰증권 리서치가 활발한 키움증권 보고서의 한 대목인데, 현재 조각투자의 대상범위를 선박, 경주마, 유투브 등으로 확장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핵심 금융상품을 취급하지 못하는 국내 조각투자 시장의 규모가 1조원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기초 자산 규제를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
토큰증권 허들경주, 결승점은 법제화, 첫 허들은 기초자산 확장(키움증권, 2024.7.24)
MZ 중심으로 조각투자 빠르게 확산…‘뭉칫돈’ 몰리는 조각투자 스타트업들(The Stock, 2023.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