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김진명)
푸틴의 핵 협박이 승리로 귀결된다면 앞으로의 국제 질서가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너도나도 핵을 거머쥐려는 악의 의지가 세계를 뒤덮고 자유민주주의 대신 전체주의와 독재가 결국은 인류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간 모든 힘을 핵 개발에 쏟아부어온 김정은 또한 자신이 옳았음을 확신하며 죽기 살기로 핵 능력을 심화시킬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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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 푸틴의 핵 협박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신념으로 이 책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을 썼다. 혹자는 러시아 지도자 이름을 이렇게 원색적으로 써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지겠지만 나는 러시아 지도자로서의 푸틴이 아니라 인류에게 최초의 핵 협박을 가하고 있는 최대 악 푸틴을 지목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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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종말을 부르는 푸틴의 광기를 보며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치'의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저 맑고 푸른 하늘 밑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 작가의 말 중에서
"왜 굳이 저세상에 가야만 고통과 불안이 사라지는 걸까. 여기서도 그러면 좋은데."
"저세상에서도 고통과 불안이 없지는 않을 거야. 고통과 불안은 존재의 본질이거든."
"후후, 그럼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칠 필요가 없네. 어차피 안 되는 일이라면."
"그래, 그건 마치 안개처럼 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거야. 그럴수록 그 속에서 더욱 진해지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지."
"그럼 나는 무지하게 뚜렷한 인간이겠군. 매일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니까."
"고통이 삶의 본질이라 생각하면 그런대로 거기서 또 희망을 얻게 돼. 삶이란 아늑하고 따뜻한 부분만 있는 게 아니잖아. 어둡고 축축한 부분이 훨씬 많아. 그렇지만 어둡고 축축한 삶을 견뎌낼 수 있는 건 가끔씩 기억 속에 간직했던 삶의 따사로움을 조금씩 꺼내서 맛보고 도로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거든."
미하일은 케빈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다. 케빈은 매우 특이한 사람이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부모는 한국 사람이고 본인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았지만 그의 핏속에는 한국인의 신비가 흐르는 것 같았다.
"한국 문화에서 가장 신비로운 건 한글이야."
케빈은 미하일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이 세상 모든 소리를 다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이란 과연 놀라웠다. 어떤 문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빗소리, 천둥소리 심지어 지지직대며 번개 치는 소리까지 표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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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생각한 예수란 초능력을 행하고 부활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그 자신이 미약하고 가난하며 불안과 고통에 몸을 파르르 떠는 존재이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름다운 정신을 가진 사람이지. 나를 바쳐서 남을 이루어주겠다고 할 때 그 미약한 인간이 위대한 신의 경지로 들어선다는 거야. 그에게 있어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미약한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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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한 신? 그럼 기도는 나를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 하는 건가?"
"자기를 위한 기도에서 차츰 남을 위한 기도로 나아간다면 예수를 닮아가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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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자신이 이들을 설득할 가능성은 없었지만 젤렌스키는 최선을 다해 한마디 한 마디 말을 이어갔다.
"모든 생명은 본능을 좇아 건강하고 풍족한 삶을 만들려 노력합니다. 식물이든, 곤충이든 짐승이든 존재의 지속이야말로 최고의 목적이고 숙제입니다. 그리하여 생명은 유전자의 숙주가 됩니다. 나의 유전자를 보전하고, 남기고, 세상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지상목표인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저는 인간의 존재가 오직 유전자에만 남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본능을 넘어서 얼마만큼 이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는가, 어떤 신념으로 이기심이라는 본능을 넘었었는가, 인류 역사와 지성의 산봉우리에서 어떤 외침을 내었었는가. 감히 말하건대, 약자의 팔을 부여잡고 같이 걸었던 성인들이야말로 저는 가장 위대한 존재를 남겼다 외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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