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기간이라 집콕만 하다가 오늘은 그림을 보러 갔다. 2018년부터 2023년 사이에 기증된 작품 중 1960~1970년대 한국 구상회화 작품을 전시하였다. 이건희 컬렉션 작품들이 다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작품들을 소개하겠다.
박창돈, 정(情),오리
실제 그림을 보면 흰색이 굉장히 선명하면서 깨끗해 보인다. 그리고 오리 머리의 분홍빛이 따뜻하면서 행복한 느낌을 준다. 핑크는 왜 행복감을 자극할까.
박창돈, 정(情)
이 그림에도 닭벼슬이 분홍색이다. 박돈(박창돈)의 다른 그림도 찾아봤더니 역시 핑크, 핑크들이 그림에 박혀 있었다. 나도 핑크를 생활 속에 더 가까이 둬야겠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윤중식, 정물
김태, 건어장
김숙진, 정물
도상봉, 백일홍
그림도 예쁘고, 액자도 예쁘다. 전시를 둘러보며 '아름답다'라는 느낌이 들면서 아름다운 걸 보는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다. 작가들의 표현 방식은 다 달랐지만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는 걸 느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 자연, 정물을 최대한 아름다운 색감과 터치로 표현했다.
추하고 더러운 걸 보면 인상을 쓰듯 아름다운 것을 오래 보며 관조하고 즐거움에 빠져들고 싶은 건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것 아닐까?
바퀴벌레가 아닌 이상 굳이 더럽고 추한 것을 선택하고 악취를 맡고자 하는 이는 뭔가 망가진 게 아닐까?
덧붙여 나의 행동이 아름다운가, 아닌가라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더 성숙한 인간이 되지 않을까. 그림을 보며 '아름답게 살자'라는 자기반성까지 하게 만드는 오늘의 그림들, 빛도 예쁘고 하얀 커튼도 예쁘고 그림자까지 예뻤던 '아름다움이란 이것이다'라는 실체를 보고 와서 매우 행복하다. 아직도 내 눈앞에 핑크가 오락가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