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 이희준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보러 갔다. 오. 역시 찐배우들... 연기에 홀딱 반했다. 대사 하나하나에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게 발성을 했다. 눈빛, 표정, 몸짓에도 모두 감정이 들어가서 그야말로 예술이다. 명품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이미 카타르시스, 기쁨, 전율,행복감을느꼈다. 오늘 연극은 너무 좋다.
단지 메시지 전달 차원에서 보자면, 두 개의 중심 이야기가 있는데 짧은 연극에서 두 개를 전달하는 건 좀 무리인 것 같다. '하나만 깊게 파고들어도 될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 두 개더라도 좀 더 연결고리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 하나는 '예쁜 여자'가 사회로부터 당하는 폭력이다. 관계에서의 폭력과 사회편견으로부터의 폭력. 즉. 남자들의 빈번한 여자관계는 묵인하면서 여자들의 남자관계는 칠칠하지 못한 걸로 보는 시각이다. 또 새아빠로부터 받은 성추행이 가족관계에서 한 사람의 희생으로 묻히길 바라는 엄마의 폭력, 학창 시절 남자 교사가 여학생을 대하는 성적 시선, 이것만으로도 100분의 시간으로 채우기 힘든데 치매노인에 대한 문제도 짚으려는 건 너무 버거운 연극이었다.
그리고 네 명이 모두 몰입감을 주는데 한 명의 배우만 대사가 겉돌았다. 그냥 선언하듯, 내뱉는 말투에 도무지 몰입이 안 되어서 전체 연극을 망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좁은 소극장에서 꼭 마이크로 발성을 해야 했나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배경음악도 크고 배우들의 목소리도 너무 커서 귀 한쪽을 막고 들어야 했다. 지하 공간이라 너무 크게 울렸다.
마이크 음성으로 발성 시 2층에서 들으면 들을 만 한데 코앞에서 들을 때는 너무 지나치게 크게 울린다. 청각적인 면에서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그래도 폭염을 뚫고 간 보람이 있었다. 배우들의 감정을 신체연기를 통해 보여준 건 볼만 했다. 배우들의 몸이 마치 무용수처럼 매우 유연해서 유령이 움직이듯 구불거렸다. 배우들은 신체를 매우 잘 써야한다. 온몸으로 연기한다. 이런 걸 느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