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1
대학시절 연극을 좋아해서 대학로에 자주 갔었다.
'아프리카에서 죽기'라는 제목의 연극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극은 남자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어떤 말을 해도 퉁명스러운 대답 차가운 말투로 일관하는 아내는 이미 오래전부터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예전부터 남자를 떠나고 싶었다. 그런 아내의 태도에 한껏 위축된 남자의 모습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견디기 쉽지는 않다.
재밌게도, 동일한 상황이 여자의 시선으로 반복된다. 분명히 똑같은 상황과 똑같은 대사가 반복되는데, 조금 전만 해도 한껏 위축되어 있던 남편은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존재로 바뀌어 있었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소통이 불가능한 존재 위협적이고 위압감을 주는 존재는 그 존재 자체로 폭력적이다.
내가 하는 행동은 어떻게 상대방에게 비치는가? 나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으로 행동하고 각자의 시선으로 판단한다. 한 사람의 진심이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지기란 너무 어렵다.
우리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하지만, 언어로 대상의 모든 것을 완전하게 표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글이라는 매체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그 글에 나의 뜻을 온전하게 담아낸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글을 읽더라도 사람마다 이해의 수준이 다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글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말이라는 것은 어떠한가? 말이라는 것은 정돈되지 않고, 충동적이며, 비언어적 요소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 충동성과 비언어적 요소들은 청자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화자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다. 또한 말이라는 것은 대개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청자의 기억과 실제 언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화자의 기억과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말과 글로 소통하지만, 서로 다른 인간이기에 존재하는 벽을 완전히 뛰어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단순히 의도의 전달만 해도 이렇게 어렵다면 과연 타인을 설득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