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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여름 Jan 09. 2022

길막

                    

한 사람이 좁은 길의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적당히 그를 피해 지나갔다.


어떤 이가 지나가다 그에게 이곳은 길이니 그렇게 막고 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화가 난 그는 그 사람을 마구 때렸다.


길을 비켜 달라고 말했던 이는 처참하게 고통당하며 후회했다.


'나도 그냥 조용히 지나갈걸.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했단 말인가...'


또 다른 이는 앞서 간 자가 맞는 것을 보며 길을 막고 선 그를 거스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를 피해 좁은 길을 조심스레 지나갔다.


다음 날, 길을 막고 앉았던 그는 아예 소파를 가져다 놓았다. 티브이도 설치했다. 식탁도 차려졌다. 길은 점점 좁아졌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길을 비켜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소파가 예쁘네요. 역시 안목 있는 분이셨군요', ' 교양 프로를 보시는군요. 역시 우리와 다르시네요.' 


하며 그가 기분 좋을 말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그의 살림살이가 늘어나고 천막이 쳐지더니 여러 해가 지나자 견고한 집이 지어졌다. 길은 더 좁아졌지만 사람들은 이제 그 길이 익숙한 듯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곳이 처음에 길이었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것을 가르치는 어른도 점점 줄어갔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가 이 맨 땅을 어떻게 일구고 어떻게 집을 지었는지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리고 그 자신들도 그렇게 믿어 버렸다. 그것이 안전했기 때문이다.


집을 지은 그는 사람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였다. 살진 소를 나눠 주고 헐벗은 이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으며 멋진 말들로 시를 지어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제 그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사라졌다. 일부 순례자들이 옛 길을 기억하고 거기를 지나려 할 때 그는 재빨리 그들을 집으로 불러 환대하며 그들의 입을 막았다. 순례자들 조차 그를 칭찬하며 존경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 길을 처음 닦은 이가 나타났다. 그 길은 누군가가 일부러 열어 놓은 길이었던 것이다. 그는 불같은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뭇사람들을 위해 값을 주고 밭을 사서 길을 내고 너를 이 길의 관리인으로 세웠더니 너는 내 임금을 받아 이 길 위에 너의 집을 세웠구나. 너로 인해 이곳에 주저앉아 있는 자가 몇이며 돌아간 자는 또 얼마이냐?"


그는 집을 부수어 가루를 내고 그곳에 거하던 자들과 그를 먼 곳으로 쫓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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