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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Nov 14. 2022

두 아들 이야기

221114




누가복음 15장에는 두 아들과 아버지가 등장한다. ‘탕자’로도 잘 알려진 이 이야기는, 흔히 철없는 둘째 아들을 용서해주시는 아버지의 자비로움이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1. 첫째 아들 이야기


그런데 오늘은 ‘정말로 둘째 아들이 첫째 아들보다 철없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따지는 장면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십시오, 저는 여러 해를 두고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게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라고 염소새끼 한 마리도 주신 적이 없습니다.“ (누가복음 15장 29-30절)


첫째 아들의 불만은 언뜻 타당해 보인다. 아버지에게 재산을 요구하고 그것을 모두 탕진해서 돌아온 둘째 아들이, 그저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유로 자신도 누리지 못한 환대를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오랫동안 자신의 욕구를 숨기고 있었다는 것과 (염소새끼 한 마리도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자신의 의로움을 자부하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의 명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알 수 있다.



2. 둘째 아들 이야기


그 중 작은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버지, 재산 가운데 제게 돌아올 몫을 주십시오”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그들에게 살림을 나누어 주었더니 (누가복음 15장 12절)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으니 저를 아버지 품꾼의 하나로 써 주십시오.“ (누가복음 15장 18-19절)


반면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게 말했고 (재산 가운데 제게 돌아올 몫을 주십시오)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신의 죄인됨을 고백한다.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서만 달랐을 뿐이지, 둘째 아들이 특별히 더 철없다고 말하기는 다소 애매하다. 즉, 첫째 아들은 남아있는 탕자 (convert sinner)고, 둘째 아들은 뛰쳐나간 탕자 (overt sinner)인 것이다. (Charles H. Talbert, Reading Luke: A Literary and Theological Commentary on the Third Gospel, 1982)



3. 내 이야기


굳이 말하자면 나는 이 중에서 둘째 아들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않았고, 그래서 나중에 더 큰 은혜를 경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이 본문 또한 아버지의 자비로움에 대한 찬양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감히 둘째 아들이 되어봐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실제로 하나님은 그만큼 자비로운 분이시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첫째 아들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하나님의 자비로우심을 의심하고, 나의 욕구를 숨긴다. 그 결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보상심리가 발동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집에서 첫째 아들이어서 그런가. 왠지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여러가지 이유로 더 첫째 아들처럼 행동할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이 말씀을 꺼내봐야겠다. 첫째 아들이든, 둘째 아들이든,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만큼은 솔직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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