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22
계획을 세운다. 짧으면 2일 길면 3일 정도 잘 지킨다.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무리한 일정 때문에 피곤해서 늦잠을 잔다거나, 누군가와 예상치 못한 갈등이 생긴다거나, 아내와 다투고 생각이 많아진다거나 등) 그러면 내가 세웠던 계획을 스스로 무너뜨린다. 운동을 안 하고, 음악 만드는 것을 멈추고, 포르노를 보고, 패스트푸드를 먹고, 밤을 새우면서 나 자신을 방치한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계획을 세운다.
지난 몇 년간 반복되어 온 나의 패턴이다. 이 패턴을 고치기 위해 많은 방법을 사용해 보았다. 매일 자기 계발서를 읽고 의지를 다져보기도 했고, 포르노를 멀리하기 위해서 오픈채팅방이나 어플 등을 사용해보기도 했고, 아니면 반대로 아예 아무런 계획을 안 세워보기도 했다. 하지만 전부 소용없었다.
전문가에게 상담도 받아보고, 정신과 약을 바꿔보기도 했지만, 상황은 잠깐만 나아질 뿐 크게 나아지는건 없었다. (길게 보면 나아지기는 했다. 단지 체감상 그렇다는 것이다.) 부끄러워서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이 문제는 오랫동안 내 마음의 짐이었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말하면 편하겠지. 새해 다짐을 모두 이루면서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성격이 고약한 나는 계획을 지키지 않는 나를 도무지 사랑할 수 없다. ‘결혼도 했는데 여전히 부모님께 손 벌리고 철없이 음악 한다고 까부는 주제에 네가 계획도 지키지 않는다고?’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열등감, 위기의식. 나는 아무래도 이런 것들에 의해 움직여지는 사람인가 보다. 결국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계획을 잘 지키는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험이 부족하고, 완벽주의가 심하고, 의지가 약하고, 자존감이 낮지만, 그럴수록 나는 계획을 지켜야 한다. 그게 나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