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카리스마
누구에게나 '살리는 칼'이 있다
episode 1
생각만 해도 선혈이 낭자할 게 뻔했다.
나는 일이 최대한 깔끔하게 처리되길 바랬다. X가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문이었지만
어쨌든 최대한 신속하게 권 총 두 발을 날리고 뒷 수습을 잘 하고 나오길 바라면서 서둘러 빠져나왔다.
그런데 나서는 길에 출석 서명을 받는 사람이 있었다. (이건 꼭 여름방학 연수에서 싸인을 빠뜨리고 나와
그 다음날 다시 가서 결국 싸인을 하고 왔던 일을 연상시킨다.) 내가 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일들이 물거품이 되고 말거란 생각이 순간 스쳐지나갔다.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싸인을 안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오해를 받을 수 있겠단 생각과 함께 얼떨결에 싸인을 했다.
순간 죄책감이 훅 밀려왔다. 역시 완전범죄란 없는 거구나...애초에 이런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됐을텐데...
아니면 X가 그렇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방관하지만 않았더라더라면...
어쨋든 나도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걸림돌을 없애버리고 싶었던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며 후회에 몸을 떨었다.
episode2
'저 방석좀 얻을 수 없을까요?'
(이건 엊그제 공연에서 깔고 앉을 방석을 얻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폐쇄적인 구조의 3~4층 되는 노래방 건물에서 나는 방석을 요청했다.
손님인 내가 뭔가를 필요로 한다는 건 그들에게는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말이 되고
이로 인해서 여종업원 몇 명이 조폭 사장에게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몰랐다.
내 요청으로 인해 갑자기 분위기가 잔인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상황이 파악된 후
나 역시 생명의 위협이 느껴졌다. 빨리 그 곳을 빠져나와야 겠다는 생각으로 옥상이 있는 위쪽 비상구로 달렸다.
다행이 옥상 출구는 열려있었고, 최대한 가까운 옆 건물로 이동할 생각 뿐이었다.
main story
이틀동안 내 꿈의 장르는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 뭐가 그렇게 불안한걸까..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꿈을 꾸고나면 오히려 일어난 후에 더 피곤하다.
온갖 악감정에 시달리며 몸은 쫓기면서 머리는 해결 방안을 모색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다.
피로를 풀려고 자는데 오히려 피로가 쌓여서 일어나는 상황이란...
꿈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돌이켜본다.
나의 무의식의 재료로 빚어진 이 장면과 이야기가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걸까?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면 이것들을 만들어내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깝고 허무하지 않은가.
각각의 꿈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에 도달한다.
'방관'과 '착취'.
내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가장 비겁하게 존재하는 두 가지 순간.
잘못된 일인줄 알면서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방관하며, 그것이 주는 이익에 편승한다.
착취는 심지어 내가 누구를 착취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
누군가의 희생이 나에게 안위를 가져다주는데 그것에 대해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이틀 전에 친한 선생님 손에 이끌려서 명상을 주제로 하는 특별한 공연을 보러갔다.
타악 반주에 맞춰 몸의 불편한 곳들을 움직여보고,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주문을 외운다.
두 눈을 감고 무릎을 살짝 구부린채로 두 발로 땅을 지탱하여 선다.
그리고 마치 내가 검을 들고 있는 것처럼 오른손과 왼손을 살짝 말아서 쌓아본다 .
이 검의 이름은 '살리는 검'이다.
검의 손잡이에서 느껴지는 검의 무게와 에너지를 따라가 본다.
그리고 이 검을 서서히 움직여본다. 그리고 휘돌러본다.
칼을 움직여 그동안 내가 끊지 못했던 것들을 과감하게 끊어본다.
세상의 부당했던 것들에 대해 이 살리는 칼을 휘두른다.
그리고 나를 지킨다.
마무리는 이 칼을 내가 품는 것이다. 내가 곧 살리는 칼이된다.
나는 칼춤이 이렇게 재밌는 것인지 몰랐다.
그리고 언제라도 나를 지킬 수 있는 칼을 얻게된 것 마냥 신났다.
그렇지만 그날 밤 내 꿈은 나에게 '방관'과 '착취'를 끊어내라고 말한다.
과격한 방식이지만, 그래도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으니 안전하게 말이다.
내 안에 있는 이런 칼을 만났으니 나는 조금 더 행복해 질까?
내 안에 칼있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