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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니 Dec 02. 2021

안소니의 설렁탕 같은 바다 일기 1

매미처럼 맴맴 거리며

한동안 그리워했던 바다 수영을 하는 첫날이었기에 설렘이 많아 밤잠을 설치며 해운대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바다는 적막스러우면서 한편으론 무섭다. 바다 냄새와 씨름을 하는 와중에 미씨 인어(나의 공식 바다수영 사부)님께서 밝은 모습으로 쌩긋 인사를 한다. "제가 좀 늦었지 예? 시간이 억수로 빨리 가는 거 있지 예? 밥 올리고 나왔는데" 경상도 여자의 상그런 사투리에 섞인 정겨운 인사말이다. 후닥닥 슈트를 챙겨 입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입수했고, 제대로 휘젓고 나가는 줄 알았는데 한자리를 매미처럼 맴맴 돌았다고 한다.  “참말로 웃겨서 죽는 줄 알았습니더“ 빵 터진 웃음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지만 바다는 탁 트인 공간이라 숨을 곳도 없다. 그냥 사과 같은 얼굴이 될 뿐이다. 이런 창피, 창피, 창피... 수영장과 다르게 바다에서는 초보자일 경우 방향을 잡기가 참 어려운 건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과 바닥에 그려진 레인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난 매미처럼 맴맴 거리며 한자리를 강강술래 하듯 돌고 있었고 나름 200미터는 간 것 같은 착각도 하게 된 것이다. 후아.. 첫 입수니까.. 난 완전 초보 바다 수영인이 맞음에 위안을 삼게 되었다. 사부와의 첫 입수에 난 매미가 되었다. 내가 사부가 되는 날 또 다른 매미를 볼 수 있을까? 그날이 그리워지려면 난 독수리의 날갯짓을 활짝 펼쳐 멋진 하늘과 바다를 유영하는 멀티맨이 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짠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 쩝~


 * 누구나 첫 경험은 있다. 그 경험이 글로 남겨진 경우는 흔한 경우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글이 안소니의 바다 역사에 기록이 된다는 생각에 벅차다. 내가 했던 복지스러웠던 일이 미씨 인어님의 사업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어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으로 옛 추억을 떠올리며 미씨 인어님과 바다수영을 해야겠지만, 지금은 내가 안전하게 모시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난 물개가 되었으니까.

바다수영인들의 성지(해운대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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