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컬렉터 되다

by 미야쓰 다이스케

by 봄봄


교외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설계는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가 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은 정연두의 <보라매 댄스홀>로 장식했다. 중년의 남녀가 즐겁게 춤추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벽지 작품이다. 집 곳곳은 수십 년간 모은 현대미술작품으로 가득하다. 집에는 ‘드림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정도면 제대로 플렉스 한 것 같다. 일본의 현대미술 컬렉터인 미야쓰 다이스케의 이야기이다.



그는 <월급쟁이, 컬렉터 되다>라는 책에서 광고회사에 다니며 현대미술을 수집하고 있는 자신의 컬렉팅 경험을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미야쓰 다이스케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보고 현대미술에 빠져들었다. 아름답지도 않고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지도 않았는데 예술이 된다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의 작품은 그에게 예술이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저자에게 현대미술이란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게 해 주고, 공존할 수 있게 해 주는 힌트(도구)’이다. 현대미술에는 아티스트가 살아온 곳의 지역색이 담기고, 타인이나 다른 세계와의 관계성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을 보고 매료된 저자는 드디어 1994년 쿠사마의 작품을 구매한다. 쿠사마가 1953년에 그린 드로잉으로 50만 엔이었다. 그의 현대미술 컬렉션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년 뒤에는 쿠사마가 1965년에 그린 유화인 <무한그물>을 500만 엔에 구입한다. 연봉을 훨씬 뛰어넘은 금액을 지불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혼이 나면서 돈을 빌려야 했지만, 저자는 미술을 보는 눈을 가진 덕에 쿠사마가 제대로 평가되기 전에 아주 좋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국적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어필하는 동시대 미술작품을 수집하라고 권한다. 그는 현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된 이들과 2000년대 초부터 교류하고 작품을 구입했다. 저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와 교류하며 친분을 쌓고 작품세계에 대해 깊이 대화할 수 있는 점이 현대미술을 수집하는 매력이라고 밝힌다. 동시대의 미술을 수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의 저명한 컬렉터 야마자키 다네지의 말로 대신한다.


속아서 위작을 살 걱정이 적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높기 때문이다.”



책에는 갤러리와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보고 구입하는 방법, 작품가격을 흥정하고 지불스케줄을 조정하는 법, 작품을 보관하는 방법 등 컬렉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 가득하다. 저자는 돈이 부족해 갤러리와 상의해서 지불 일정과 방법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책이 쓰인 것은 2010년이고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것은 2016년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내용들이 많다.



그렇다면 컬렉팅에서 가장 중요한,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감식안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이 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만 한다고 감식안이 길러질까? 선배 컬렉터로서의 저자의 조언을 들어보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적어도 자신이 살아온 나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현대미술 작품에 담긴 다른 세계도 파악할 수가 없다. 비교할 대상이 없는 탓이다. (중략) 요컨대, 자기를 잘 알아야 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다른 배경에 기초한 작품의 사회성, 동시대성을 읽어내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저자는 책을 쓴 2010년을 기준으로 100만 엔을 넘는 고가의 작품을 산 적은 매우 적다고 말한다. 1천만 원 미만의 작품으로 대부분의 컬렉션을 구성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미술의 힘이자 매력이 아닐까? 멋진 작가를 찾아 탐험하고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티스트의 독특한 시각에 둘러싸여 살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