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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국수귀신 Jul 25. 2022

방대한 자유와 특권 속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고찰

노암 촘스키, 이어령, 차마고도

세 가지 매체를 접하고 고민해본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고찰.


첫 번째,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노암 촘스키의 인터뷰. 현대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방대한 자유와 특권을 지녔다. 촘스키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나는 지금의 잘못된 상황을 바꾸고 싶습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묻지 않는다. 본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가를 말할 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자유와 특권은 오히려 무기력한 대응을 낫는다.

촘스키는 조언한다.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 너를 감옥에 넣는 것도 아니고 죽이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조급한가? 네가 관심있는 문제에 관한 활동을 하는 조직을 찾고, 따분하고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일을 꾸준한 열정으로 하는 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두 번째, 타계하신 이어령 선생님의 내가 없는 세상.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어릴 적 부르던 동요에서 깨달음을 얻으셨다. 떳~다 떳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부끄럽게도, 나는 29년 동안 뜨는 삶을 살았다. (우리는 사회가 원하는대로 띄워지며, 본인의 생각대로 난다.)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해서, 꾸준한 성적 향상을 이루었고, 사회적인 지위도 올라갔지만, 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 속에 뜨는 삶을 살았다. 무엇보다 먼저, 주어진 시험 공부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은 것이 패착이다. 사회에 의해 띄워진 키덜트는 이제서야 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당연히 수십 번 가라앉고 실패를 하겠지만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처럼 언젠가는 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적인 것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서 나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퍼스트 펭귄 이야기. 펭귄들이 바다로 뛰어 들어갈 때, 혹여나 천적이 있을까 서로 망설인다. 하지만  첫 번째 펭귄이 뛰어 들어가면 이내 다른 펭귄도 따라 들어간다. 어쩌면 우리 가족 집단에서 나는 퍼스트 펭귄의 역할을 맡았을 지도 모른다. 생각을 하고 또 하고, 실험을 하고 다시 해서,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일을 하는 첫 번째 사람이기 때문이다. 꽃을 피우지 못 할지라도, 천적에게 잡아 먹힐지라도, 새로운 길을 여는 사람이다.


세 번째, KBS 다큐멘터리인 차마고도. 1부는 마방의 삶, 2부는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 3부는 수유차와 교역, 4부는 염전에서 일하는 22살 미혼모 자시용종을 다룬다. 특히 2부를 재밌게 봣는데, 종교에 대한 믿음 하나로 2100km의 먼 거리를 오체투지하며 걷는 순례자들을 무교인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통 밖에 없을지언데, 저들의 표정은 왜 저리 행복할까? 저들의 길에는 종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데, 나는 어떤 믿음을 갖고 걷는가? 나는 왜 이리도 불안할까? 확고한 믿음이란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것인가? 이어령 선생의 말대로, 나는 삶을 사는 순간 믿음을 얻게 될까?

마지막 이야기로 4부의 22살 미혼모 자시용종, 그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12살부터 염전에서 일을 했다. 앞에서 촘스키가 언급한 바와 같이,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띄워진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순응 했지만, 희망을 놓치 않고 살아가는 그녀의 삶 또한 아름답더라.


위 세 가지 컨텐츠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방대한 자유와 특권을 가진 사람도,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도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기에, 조급해 하지 않고 그냥, 본인의 길을 가는 사람이 잘 산 것이 아닐까? 희망을 놓지 않고 그냥 사는 삶 자체로 가치 있으니, 허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속 노인처럼 용기 있게 나의 삶을 살아야지. 그 와중에 나는 자유와 특권을 누리고 있으니, 이왕이면 기회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부지런히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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