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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Jun 28. 2024

“분명하다. 저건 에그타르트다”

산타마리아 교회

분류학이라 불리는 유형학은 물질의 특성과 특징에 따라 물체를 분류해 그 결과를 고찰하는 학문이다. 건축가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에게 유형학은 중요하다. 유형을 발판 삼아 독창적 아이디어 제시가 가능하기 때문. 아이디어는 유형을 조작하고 변형하며 기존과 다른 모습을 띠게 한다. 그러나 유형의 흔적은 남아있어 사용자는 혼란을 겪지 않으며, 그 흔적을 지도 삼아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한다. 부차적 설명 없이 사용자는 오감에 집중하며, 건물은 건축된 목적을 성실히 수행한다.


건축에서 유형학이 재미있는 건, 유형의 조작과 변형의 지점이 시대 변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공간 사용 패턴이 변화하면서 공간의 기능과 크기에 영향을 주고 공간 배치가 재조직된다. 현대 건축물은 많은 공간이 덧붙여지면서 거대해진다. 변화는 다층적이고 복잡하다. 그래서 공통된 틀만 잘 찾는다면 건물을 해석해 내는데 수월하다. 특히나 알바로 시자는 최소한의 색과 재료를 쓰며 건물을 단순하게 보이게끔 위장하지만, 공간을 관입하거나 절개 혹은 덧붙이는 방식으로 공간을 복잡하게 조직한다. 그래서 그의 건축물을 이해하는데 유형학은 많은 도움이 된다. (그는 실제로 인터뷰에서 현대 건축의 뿌리가 유형학의 역사에 있다고 말하며 유형의 계보를 중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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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토 북부, 포르토 지구에 있는 도시인 ‘마르코 데 카나베세스(Marco de Canaveses)’는 산맥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있다. 그중에서도 ‘산타마리아 교회’는 마을 꼭대기에 자리한다. 마치 아크로폴리스처럼. 어디서 보아도 건물은 눈에 띄는 랜드마크다. 그러나 우리는 저 건물을 에펠탑의 전망대나 개선문 혹은 국회의사당이나 미술관이 아닌 성당(성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적 건물)으로 인식한다. 외관에 그 흔한 십자가가 없음에도.

효과적인 영적 연출 방법의 하나는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크기를 통해 관객을 침묵시키는 것. 기단을 형성하는 붉은 화강암 타일과 나머지를 구성하는 백색 콘크리트의 절제된 재료 사용은 덩어리 감을 강조한다. 건물로 다가설 때마다 육중함은 부풀고 거대한 문 앞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성당이라 확신할 수 있었던 건, 영적 연출과 함께 해당 건물이 이름에 ‘대성당’이 붙은 건물의 공간 구성과 유사하기 때문. 그래서 형태도 비슷하다.


성당 건축의 계보는 고대 로마부터 초기 그리스도교, 로마네스크, 고딕 건축을 거치면서 변화해 왔지만, 여전히 비슷한 공간 구성을 가진다. 성당을 포함한 종교 건축이 불변의 ‘신’을 향한 공간이며 이를 받아줄 서비스 공간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변화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 특히 성당은 사람들이 공간을 이용하는 두 가지 목적을 충족하는데, 하나는 지역 공동체를 위한 단체 공간, 다른 하나는 개인 혹은 묵상을 위한 성찰 공간이다. 공공성을 띤 제도적 건물인 동시에 도시 조직에서 나름의 독립성을 즐기기 때문에 유형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왼쪽부터 로마네스크 양식의 포르토 대성당, 고딕 양식의 노트르담 대성당, 시자의 산타마리아 교회

이러한 이유로 입구에서부터 제단까지의 축을 만들어 방향을 부여하고 입구 양쪽에 탑을 두었다. 하나는 종과 오르간을, 다른 하나는 성수를 배치했다. (알바로 시자의 초기 스케치에서 양 끝단의 탑이 예배당보다 높이 솟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알바로 시자의 산타마리아 교회 초기 스케치

서문에서 유형은 조작과 변형을 거친다고 말했다. 기존에 미사 예법은 사제가 제단 끝에 놓인 후진(Apse)을 향하면서 회중들에게 등을 돌렸다면, 오늘날 미사는 신자를 향해 바라보고 전례한다. 이러한 변화로 본 건물은 후진을 없애고 제단 양 끝에 원통형 벽을 두어 제단은 신자들에게 퍼져가는 인상을, 회중들은 제단으로 몰입하도록 했다.

(출처 : 서양건축사), 성 베드로 성당의 평면도. 상단의 G가 후진(Apse)이다. 참고로 성 베드로 성당을 건축사가들은  교회 건축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계획으로 본다.

이처럼 유형과 그 변화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공간 경험과 분석이 수월하다. ‘나타(Nata)’라는 낯선 이름을 보았을 때 주문하기 꺼려지지만, 에그타르트가 나타임을 알면 친숙하다. 한쪽 벽이 기울며 건물의 대칭을 깨고 해당 벽의 고측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만나 우리네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것이나, 반대편의 수평 창에서 도시의 일상을 펼쳐 보이며 비일상의 공간에서 이러한 감정에 위로를 받는 순간은 나타 속 필링의 차이일 뿐이다. 현대 건축물이 어렵게 느껴질 때, 우리에게 익숙한 건물의 유형을 떠올려 보며 공간을 음미해 보자. 어떤 게 좋고 나쁜지, 왜 그런지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테다.

고측창과 수평창

건축 :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참고 서적 : 알바로 사자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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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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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Gago Coutinho, 4630-206 Marco de Canaveses,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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