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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Apr 02. 2024

아직도 의식적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도대체 진전이 없다.

한소희-류준열, 카리나(에스파)-이재욱 커플의 결별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었다.


연예인을 독립된 인격체로 간주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종속된 대상인 것처럼 생각하는 소위 '유사연애' 감정에 빠진 환자들, 제 추악함의 배설장으로 연예계를 설정한 자들, 그리고 그들을 오로지 수입원으로만 간주하는 돈에 눈 먼 자들로 인해 그들은 결별을 택했다. 아니, 결별의 길로 떠밀렸다.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나라가 역사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었던 것처럼, 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적잖은 이들도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인민/시민/개인답게 살아가지 못한 채, 타인을 좀처럼 내버려두지 않고, 어떻게든 제 영향력 하에 두려 안간힘을 쓴다.


어떤 개인이 사회에 중대한 해악을 끼쳐 누구나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피해자가 되지 않는 한, 감정적으로는 분노와 증오가 일 수는 있어도, 이를 겉으로 표출하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하물며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도, 죄를 지은 것도 아닌 상황에선 오죽하랴? 그러나 이 나라는 타자에 대해, 유독 연예인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 할 짓 없어 인터넷에 접속해 어떻게든 물고 뜯고 씹고 잡아먹을 대상과 사건을 찾아다니는 고독한 늑대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타인의 자유와 권리, 사생활을 침해해댄다. 정작 '쿨한 척'은 있는 대로 다 하지만, 정작 그것이야말로 타인을 지독히도 신경 쓴 결과임이 현실 아닌가.


이 나라는 그 찬란한 물질적 발전과 성과만이 전부인 줄 안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님을 인류의 정신사(精神史)가 보여준다. 물론 물질이 정신을 견인하기도 하지만, 이른바 '축의 시대'에 등장한 수많은 사상과 종교는 결코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웠기에 태동 및 창시된 것이 아니다. 물질과 관념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지만, 때로는 독립적으로 발전한다. 이는 그 퇴행 또한 마찬가지다. 물질과 관념은 상호 후퇴하기도 하며, 물질의 발전이 반드시 진보인 것도 아니다. '인간'에게는 관념이 진전해야 물질의 발전도 유의미하다. 관념이 발전하지 않으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인 척 하지만 실제로는 개와 돼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케이팝(K-POP)이 전 세계 문화를 선도한다는 언론과 사회, 정치권의 대대적 선전이 무색하게도 한국 사회의 대중은 연예인의 삶에 무관심해질 생각을 않는다. 아니, 아마 다수는 이에 무관심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소수의 '키보드 워리어'에 흔들리는 한, 그들 또한 결국 방조자에 불과하다. 인터넷 세계에 갇혀 이성(異性)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이들이 촉발한 '남녀 갈등'이 사회로 번진 것처럼, 의식적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 채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그리고 개방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결함 있는 존재에 머무른 결과 이 사회는 몰락과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인간 존재의 필연적 결함과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것과, 더 나은 인격체가 되기 위한 노력은 다른 것이다. 완전함에 도달할 수 없음을 인정하되 그럼에도 완전함을 추구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일러 '숭고함'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사회에 숭고함이란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사실상 사멸한 가치나 다름없게 되었다. 스스로가 아주 우수하고 월등한 존재라는 환상에 휩싸여 있어 뭐가 문제인지, 그래서 뭘 고쳐야 하는지는 생각조차 않는 듯하다. 이런 사회가 정말 고평가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나로선 도무지 모르겠다. 적어도 <천자문>과 <사자소학> 수준은 넘어서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현실을 돌아 보면 옛 시절에 어린아이 수준이라고 여겨졌던 도덕 법칙조차 못 갖춘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만 같다.


이를 일러 '의식적 유아기'라 한다면, 유감스럽게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이 상태를 못 면하고 있다.




20여년 전,

그룹 god의 리더 박준형이 여자친구를 사귄다는 이유로 대중의 비난을 받자, 그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 서른두 살이에요.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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