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 차에 곧 우리의 첫 아이인 깡순이가 우리 곁으로 올 예정이다. 이제 12일 밖에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더 준비해야 하나, 생각지도 못하게 준비하지 못한 육아용품은 없을까 문득문득 걱정이 되기도 한다. 2주 뒤의 우리의 모습이 상상이 되질 않아 육아라는 미지의 세계가 조금은 막막하게 느껴지지만, 깡순이를 품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준비를 잘 해왔으니 이제는 깡순이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주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깡순이를 만나면 '엄마 아빠는 너를 맞이할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해 왔다, 이렇게나!' 하며 자랑하고 싶다.
무엇이 그리 편한지 약 15주씩이나 엉덩이를 골반속에 포옥 안착시킨 자세로 가만히 있다 보니 깡순이를 만나는 방법으로 제왕절개를 선택했다. 깡순이가 역아로 판명 나기 이전부터 '제왕절개, 제왕절개'를 주장했던 나로서는 참 다행이라 생각되지만, 구일이는 내심 아쉬운 모양이다. 임신 25주 정도부터 역아 돌리는 자세를 꾸준히 해 왔지만 깡순이의 엉덩이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무거웠다.
평소 미리미리 계획하는 구일이 덕분에 출산예정일 두 달 전부터 모든 육아용품을 구비해 놓을 수 있었다. 심지어 임신 34주 차에 조리원 퇴원 시 필요하다는 카시트 설치까지 미리 해놓았으니 얼마나 준비가 잘 되었는지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보금자리는 이미 깡순이가 살고 있는 집 같아 보인다. 현관을 열면 기저귀갈이대가 눈앞에 보이고 거실에 깔린 매트, 깡순이 침대, 깡순이 옷장, 젖병 소독기 등등 깡순이를 위해 구비해 놓은 육아템들이 참 많이 보인다. 누가 보아도 아기 키우는 집이다.
육아용품들은 준비가 다 되었으니 이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랄 깡순이의 순간순간을 잘 기억하고 싶다. 한밤중에 깡순이를 안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먹을 것을 주고, 씻겨 주고 하다 보면 잠이 모자라 몸이 조금 힘들 때도 있겠다. 깡순이와의 교감을 얻을 수만 있다면 조금 피곤한 것쯤이야 참을 수 있고, 깡순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클 수 있다면 나의 자유시간쯤은 기꺼이 반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