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망 Jan 24. 2023

첫 아이와의 만남 3일 전

2023년 1월 24일의 기록

2023.1.12일 / 깡순이 마지막 초음파 사진 / sony a7r2 / tamron 28-75 f2.8


깡순이를 만나기 3일 전 아침이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며 건강관리에 유의하라는 안전 안내문자가 날아들지만 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한파면 어떠하고 폭염이면 어떠할까. 계절의 변화는 그저 시간의 흐름을 알려줄 뿐이다. 겨울라 눈이 오길 기대한다거나, 너무 추운 날씨가 싫어 조금 따듯해졌으면 좋겠다 하는 혼잣말 섞인 바람은 하지 않은지 오래이다. 나와 구일이는 오직 깡순이를 잘 만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중이다.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집안 거실에서, 묵묵히 그리고 기꺼이.


깡순이를 기다리는 설렘을 가득한 오늘 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내일과 모레는 잠시 출근해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에 필요한 인수인계서를 작성하며 퇴근 시간만을 기다릴 것이다.  3일간 시간은 분명 그 전과 다름없이 1초, 1분, 1시간 흘러갈 것이다. 그저 그 시간의 흐름이 조금 더디게 느껴질 것만 같다.


나와 구일이는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다 보니 출산을 앞두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게 남들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썼더랬다. 구일이는 휴직을 하고 난 뒤 약 3주째 밖을 나가지 않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만 했던 나는 KF94 마스크를 두 개씩 끼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출퇴근 길을 오갔다. 우리의 노력이 가상했던지 코로나는 우리를 비껴간 것 같다. 이제 안전하게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깡순이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밥을 먹으며 유튜브를 보거나,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다가도 서로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 깡순이 이야기로 대화의 꽃을 피운다. '깡순이 너무 귀여울 것 같아!'라는 막연한 기대감 섞인 상상부터 '깡순이가 만약 고등학교 때부터 유학을 간다고 하면 어떻게 지원을 해 줄 거야?'라는 꽤나 구체적인 상상까지. 우리는 깡순이의 부모로서 벌써 깡순이의 상상 결혼식까지 치른 상태다. 며느리가 참 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깡순이가 듬직한 남편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우리의 철없는 기대와 사랑을 받으며 깡순이는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 아이를 기다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