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시완이와 잠깐 놀아주며 손발을 만지다 문득 시완이의 커져버린 손발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언제 이렇게 왕손 왕발이 되었나... 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과 함께.
2023년 1월에 태어나 한 해의 끝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자라준 것이 당연할 터이나, 나의 팔뚝보다 더 작던 쪼맹이 시절을 기억하는 아빠 입장에서는 부쩍 커져버린 아들이 문득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본인과 놀아주지 않는다고 돌고래 소리를 내는 아들을 보며 '언제 저런 능력을 탑재했나' 싶다.
시완이와 정신없이 놀 때면 자연스레 정신연령이 0세로 맞춰지다 보니 머릿속이 텅하고 비워질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생각 없이 비었던 머리가 시완이와 함께 했던 과거의 기억들로 하나하나 다시 채워지곤 한다.
터미타임을 하며 열심히 목 들기 연습을 하다 울어버리는 날들, 첫 뒤집기를 했을 때 손이 아프게 건강박수를 쳤던 날들. 100일경 걸린 감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미온수 적신 수건으로 온몸을 닦던 기억과 파도 부딪히는 소리에 뺑 하고 울었던 소소한 여행의 기억들.
아직 흐린 발음으로 '엄마, 아빠'밖에 하지 못하고,두 발로 서서 걷지도 못하는, 몸집에 비해 능력이 없는 귀여운 생명체이지만 올 한 해 여러 추억을 공유하다 보니 인생의 동반자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구일이 말고 세상에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또 한 명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추운 겨울 괜스레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한다.
다음 달 시완이의 첫 번째 생일잔치가 계획되어 있다. 성장영상을 만들고, 돌잔치 참석자분들께 드릴 선물과 돌잔치용 드레스, 정장 등을 고르다 보면 또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이 베이비룸 안에서 돌고래 소리를 내며 엄마 아빠를 찾고 있을 것만 같다.
첫 번째 생일이 지난 아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성격과 주관을 표출할지 너무 기대된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매분 매시간이 즐거움과 몽글몽글함으로 가득 차게 되는. 전에 없던 신기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