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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Jul 28. 2024

열일한다고 해서 승진에 목멘다는 것은 아닙니다, 팀장님

2024년 7월 28일의 기록


지난 10년간, 직장인으로 참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다. 주변 동료들이나 선배님들에게 '잘한다' 소리는 못 들어도 '참 열심히 해'라는 소리는 많이 들어온 것을 보면, 비단 나만의 자만은 아닐 거라 믿는다.


바쁜 날이면 야근은 기본이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일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 와 새벽까지 일을 했다. 일을 더 한다고 수당이 나오는 것도, 누군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남들이 쉬는 새벽 또는 주말에 일을 하곤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했다. 물론 모든 날이 치열한 날은 아니었지만, 치열해야만 했던 날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보내왔다.


내가 열심히 일을 해 온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나의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라는 책임감. 일 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을 기피하는 성향을 직장에서도 피곤하게 유지하고 있다.


끝내야만 하는 일의 기한을 늦는다거나 하는, 남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진상 짓을 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으로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직장생활 10년 차 차장의 직위가 붙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변한 건 없다. 오히려 직위가 올라갈수록 책임감이 커지다 보니 나를 갈아 넣는 날들이 더 늘어나고 있는 기분이다. 이러다 팀장을 달면 어찌 되려나,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진짜 어떡하지.


내 성격 탓이려니, 하며 힘든 날들을 아무렇지 않은 척 그저 흘려보내왔다. 지친 몸으로 퇴근하는 길에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 '내일은 괜찮아지겠지'라는 무책임한 긍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요즘, 이제는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첫째가 태어나고 자라며 인생의 1순위인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는 생각. 이제 회사의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알려야 하는 순간이 왔다.


분명 회사에 충성하며, 어려운 일을 하나하나 헤쳐나가며 존재의 가치를 형성해 나가는 직장인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가치관이 그런 사람들이 지닌 가치관과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삶과 내 가족에게 충성하는 것에 사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열심히 일하는 나를 보고 직장 상사들은 본인들의 입장에서 칭찬의 말들을 쏟아내곤 한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분명 동기들보다 승진을 더 먼저 하게 될 거야. 동기들과 차별점을 두려면 좀 더 성과를 내서 존재감을 발휘하도록 해.' 그저 앞에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나에게 이런 말들은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다. 나를 속박하고 나를 더 갈아 넣으라는 명령으로 들릴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상사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열심은 나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지, 승진에 대한 갈망에서 온 것은 아니다. 내가 승진을 위해 사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닌데 그저 열심히 일한다는 것 만으로 승진에 목멘 사람이 된 것 같아 조금은 언짢다. 본인들의 승진에 대한 열망을 나에게 투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그저 한 아이의 아빠로, 남편으로, 가장으로, 그리고 직장인으로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예전이었으면 바쁜 일이 몰린 요즘 같은 시기에 주말에 일을 처리하고 있었겠지만, 이번 주말 나는 가족과 온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을 내려놓았다. '나의 능력이 닿는 대 까지만 열심히 하자. 나의 부족한 능력을 보고 회사가 실망한다면 어쩔 수 없지 뭐'라는 조금은 대담한 생각과 함께.


회사에서는 회사원으로서 열심히 일 하자. 다만,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앗아가면서까지 일하지는 말자. 퇴직하는 그 순간까지 회사에서의 성공에 목메며 상사 눈치나 보는 그런 아빠, 남편이 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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