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un Nov 14. 2024

꽃처럼 컬러풀하고 아름다운 사물로 가득한 공간, 꽃밭

극소규모 문화공간 겸 편집숍

극소규모 문화공간 겸 편집숍 꽃밭은 공간을 운영하는 김유진, 조아라 디자이너를 그대로 닮았다. 두 대표는 서로의 취향의 교집합으로 맥시멀리스트, 키치, 컬러풀, 그리고 빈티지를 설명하며 이를 공간에 녹여낸다. 꽃밭의 큐레이션을 통해 선보이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손길이 담긴 형형색색의 사물들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취향과 결을 같이한다. 한편, 다채로운 컬러를 품은 오브제가 아늑하게 밝혀진 조명 아래에 펼쳐지며 만드는 독특한 풍경은 깊은 시각적 잔상을 남긴다. 하나하나 개성이 너무 강해 서로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던 사물들이 두 디자이너의 감각적인 손길로 조화를 이루며 오색찬란한 꽃밭에 온 듯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이곳. 스토어 운영 외에도 개인 브랜드를 전개하며 다채로운 디자인 활동을 펼치는 김유진, 조아라 공동 대표는 꽃밭에 담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부 전경 © 꽃밭


Interview with 김유진, 조아라 

꽃밭 공동 대표


꽃밭을 운영하는 김유진, 조아라 디자이너님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유진 조아라 대표와 함께 극소규모 문화공간 겸 편집숍 꽃밭을 운영하고 있어요. 동시에 저와 조아라 대표는 각각 개인 브랜드 유포리아youphoria와 노피셜노피스NOFFICIALNOFFICE를 전개하고 있죠.

내부 전경 © 꽃밭

꽃밭이라는 브랜드명처럼 공간에서 소개하는 형형색색의 사물들이 먼저 눈에 띄어요.

아라 저희 스스로 꽃밭을 ‘극소규모 문화공간’이라고 소개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 이상의 공간을 지향해요. 다양한 작가와 디자이너분들이 전개하는 작지만, 개성 있는 브랜드를 우리 시선에서 선별하고 전시한다는 뜻이 담겨있죠.


유진 브랜드 네이밍에 꼭 한글 이름을 사용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조아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다 꽃밭이라는 단어가 번쩍 떠올랐어요. 그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꽃밭에 가면 다채롭고 예쁜 꽃들이 가득하고 함께 어우러져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잖아요. 꼭 무언가를 사지 않더라도 여기에 오면 마치 꽃밭에 온 듯 기분이 좋은 거죠. 우리 공간은 꽃처럼 컬러풀하고 아름다운 물건으로 가득하니까요. 꽃을 영문 타이포로 옮겨도 꾸밈없이 그 자체로 보기 좋았어요. 그래서 더 고민할 필요 없이 꽃밭이 됐어요. (웃음)

내부 전경 © 꽃밭

지난 2020년에 꽃밭이 문을 열었어요. 어떤 계기로 두 분이 함께 꽃밭을 만들게 되었나요?

아라 당시 저는 의류 브랜드 노피셜노피스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김유진 대표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었고요. 그때도 이미 서로 자주 만나 작업을 했어요. 종종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작업실을 함께 사용하자는 이야기가 오갔죠. 그런데 막상 작업실만 운영하면 지루할 것 같은 거예요. 결국, 작업실을 함께 쓰자던 아이디어는 디자인도 하면서 우리의 취향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면 더욱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확장됐죠.


유진 처음부터 꽃밭을 체계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후회는 전혀 없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정말 무모하고 우발적이었죠. 브랜드 준비부터 오픈까지 겨우 두 달이 채 안 걸렸으니까요. (웃음) 그 시기에 저희 모두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어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었죠. 그래서 정말 어딘가에 홀린 듯 순식간에 공간을 계약하고 스토어를 열었어요. 무모한 시작이었지만 지금은 적성을 찾은 기분이에요.

내부 전경 © 꽃밭

공간에서 두 분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나요?

아라 서로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아요. 제품 사진 촬영, 배송, 온라인 몰 운영 등 대부분의 매장 업무는 같이 하고 있어요. 다만, 전반적으로 꽃밭 브랜드 관리는 김유진 대표가 맡고 있어요.


유진 조아라 대표는 꽃밭의 이성적 판단을 하는 좌뇌 역할을 해요. 반면에 저는 직관적이고 감성적 사고를 하는 우뇌형 디자이너에 가깝죠. 제가 되게 막연한 꿈과 이상적인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풀어놓으면 조아라 대표는 그것들의 현실적 가능성을 판단해 줘요. 아무래도 조아라 대표가 오랜 기간 본인 브랜드의 사업을 해왔기에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상상에 이끌려 공중에 붕 떠 있을 때, 땅에 발을 딛게 해주는 역할이라고 할까요?

내부 전경 © 꽃밭

두 분의 조합이 찰떡궁합이네요. 기본적으로 빈티지한 꽃밭의 감성이 을지로와 잘 어울려요. 

아라 을지로가 지리적으로 남대문, 동대문과 가까워요. 패션 디자인이 본업이었던 저희에게 근방에서 여러 가지 원부자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을지로는 최적의 지역이었어요. 게다가 몇 년 전부터 을지로에 아티스트는 물론 새로운 것을 찾는 개성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잖아요. 그들에게 우리의 취향이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유진 조아라 대표와 제 취향의 교집합이 빈티지인데요. 을지로가 빈티지한 무드와도 잘 어울리니 저희 둘이서 꽃밭을 처음 시작하기에 괜찮은 곳이 바로 이 동네였어요.

내부 전경 © 꽃밭

인테리어는 어떤 콘셉트예요?

유진 저희는 맥시멀 리스트에요. 그리고 빈티지하고 키치한 감성을 선호하죠. 각국을 여행하며 수집한 물건, 온갖 빈티지 마켓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독특한 가구들로 공간을 가득 채웠어요. 기성품은 거의 없어요. 너무나도 무더운 나라에서 가져온 물건도 있고, 정말 겨울스러운 오브제도 있고요. 우리 공간에 들어왔을 때, 꽃밭은 어떤 계절인지 어느 나라인지 정확히 느낄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조화로운 무드를 연출하고자 했어요. (웃음) 저희의 취향을 하나 둘 공간에 들여놓으니 꽃밭만의 감성 가득한 쇼룸이 됐네요.


아라 기본적으로 채광이 부족한 공간이에요. 그래서 다른 가구보다 조명에 더 신경 썼어요. 따뜻한 톤의 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어요. 보시다시피 공간에 10개가 넘는 조명이 있지만 같은 것은 하나도 없어요. 고생하며 발품을 팔아 구했죠. 개별 조명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전체적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에요.

내부 전경 © 꽃밭

선보이는 상품의 종류가 정말 다채롭네요.

유진 주로 크래프트맨십, 공예적 미감이 느껴지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공산품은 최대한 지양하죠. 상품의 카테고리를 한정 짓지는 않아요. 우리와 취향의 결이 비슷하고, 그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을 때 꽃밭에서 소개하죠. 저희가 큐레이션 한 상품 대부분은 아주 컬러풀해요. 오색찬란한 물건들이 꽃밭에 조화롭게 놓인 모습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죠.

꽃밭에서 소개하는 브랜드 bys의 방울방울 시리즈 © 꽃밭
꽃밭에서 소개하는 브랜드 bys의 활짝 핀 꽃송이가 담긴 인센스 홀더 © 꽃밭

꽃밭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가를 소개해 주세요.

유진 레진 아트를 전개하는 작가 bys는 개인적으로도 정말 팬이에요.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인이 정말 대범해요. 과감한 컬러, 위트 있는 디자인, 키치한 무드가 꽃밭과 잘 매치되는 브랜드죠. 특히 bys의 시그니처 디자인 ‘방울방울 시리즈’는 작가만의 감각이 정말 잘 드러나요.

(좌)꽃밭에서 소개하는 브랜드 나인 투 식스9ine to 6ix의 인센스 홀더, (우)꽃밭에서 소개하는 브랜드 나인 투 식스9ine to 6ix의 구미베어 키링 ©꽃밭

아라 나인 투 식스9ine to 6ix도 꽃밭에서 소개하는 대표 작가에요. 인센스 홀더, 키링을 비롯해 유리 공예 기반의 아기자기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유리가 주는 독특한 질감과 색감에 많은 분이 찾으세요. 작가의 구미베어 키링은 꽃밭의 스테디셀러죠! 이렇게 자신만의 세계가 확실한 작가들을 꽃밭에서 소개하고자 늘 힘쓰고 있어요. bys와 나인 투 식스를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은 꽃밭뿐이에요.

노피셜노피스 © 꽃밭

두 분은 꽃밭 외에도 각자 개인 브랜드도 이끌고 있어요.

유진 유포리아는 제 취향을 한가득 담은 브랜드예요. 다른 누구의 시선에도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제 눈에 예쁜 것을 만들어요. 꽃과 다채로운 컬러, 그리고 반짝거리는 세상을 그래픽으로 표현해요. 색감이 강조된 패턴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죠.


아라 노피셜노피스라는 여성 의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어요. 시즌제가 아닌, 챕터로 진행을 해요. 매 챕터마다 콘셉트가 다르죠. 예를 들어, 이전 챕터가 귀여운 무드였다면 이번 챕터는 좀 더 힙한 느낌을 주는 거예요. 시즌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죠. 저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귀여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욕구를 세련되고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노피셜노피스의 메인 콘셉트예요.

유포리아 © 꽃밭

준비 중인 새로운 챕터를 살짝 귀띔해 주실 수 있나요?

아라 가제는 포켓걸이에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폴리포켓이라는 미니 장난감에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폴리포켓의 이미지를 재해석해 평면으로 옮기고 이를 다시 페이즐리 문양으로 만들고 있어요.


유진 조아라 대표가 선보이는 귀여움은 정말 개성 있는 귀여움이에요. 독특한 귀여움이죠.

유포리아의 Angela Black 시리즈 © 꽃밭

주로 어떻게 영감을 얻나요?

아라 대단한 비법은 없어요. 그냥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떠오르죠. 길을 걷다가, 자전거를 타다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거예요. 근데 이게 단점이 분명해요. 생각이 안 나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거죠. 단적인 예로, 제가 챕터마다 모자 같은 잡화도 함께 선보이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 준비하는 챕터에 모자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모자는 만들 수가 없어요. 좋은 영감이 떠오르는 말 그대로 좋은 거고, 떠오르지 않으면 그 챕터는 좀 힘들어지는 거죠. (웃음)


유진 유포리아는 항상 꽃과 색깔, 특히 여름에서 영감을 얻어요. 그래서 제가 더운 나라로 여행 다니는 걸 정말 좋아해요. 사실 겨울과 관련해서는 별로 하고 싶은 것도 떠오르는 것도 없어요. 저는 풀도 푸릇푸릇한 게 좋은데 겨울에는 꽃도 안 피고, 춥고, 해도 짧아요. 제가 좀 극단적으로 겨울을 좋아하지 않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도적으로 꽃밭이 어떤 계절인지 유추하기 힘들게 했다면, 유포리아는 언제나 여름이에요. 꽃, 해변, 그리고 야자수가 있는 여름이요. 다시 말해 꽃밭은 조아라 대표와 제 취향의 교집합이면서 좀 더 많은 분의 취향을 품을 수 있다면, 유포리아는 오로지 제 취향으로 채워져 정말 제 디자인을 예뻐해 주는 분들만 관심을 보여요.

내부 전경 © 꽃밭

개인 브랜드와 꽃밭 운영을 겸하는데서 오는 어려움은 없나요?

유진 작은 규모지만 꽃밭은 결국 사업이잖아요. 사업을 한다는 것. 마치 브레이크 고장 난 1톤 트럭에 올라탄 기분이에요. 멈출 수가 없어요. 트럭에는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가득 실려 있죠. 월세는 내야하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 보여줘야 하니 끊임없이 무언갈 채워야 해요. 정말 어려워요. (웃음) 하지만 공간을 운영하며 얻는 보람과 즐거움은 어려움보다 훨씬 커요. 이럴 때 정말 좋아요. 손님들이 꽃밭에 들어옴과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너무 예쁘다고 외치고, 사진도 많이 찍으실 때요. 우리가 예쁘다 생각한 물건을 보고 다른 분들도 함께 좋아하면 참 행복하더라고요. 

내부 전경 © 꽃밭

우발적으로 꽃밭을 시작했다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감각 있는 작가를 찾고 더 깊은 취향을 공유하기 위해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이 시간을 헤쳐온 게 보여요. 

아라 제 경우에는 막막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개인작업과 아카이빙을 멈추지 않았어요. 기회는 준비된 사람한테 오잖아요. 그 기회를 만났을 때 추진력을 얻으려면 힘들어도 멈추지 않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꽃밭은 저희에게 새로운 기회였어요. 단시간에 공간을 오픈했지만 그동안 나름대로 준비해온 것들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브랜드를 이끌 수 있었어요.


유진 우리가 좋아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그 안에는 취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어요. 본인의 취향을 잘 아는 게 중요하거든요. 단순히 ‘좋아한다' 만으로는 선보일 수 있는 게 한정적이기 때문에 깊이 있게 취향을 탐색해서 우리만의 꽃밭을 만들게 된 거죠.

내부 전경 © 꽃밭

꽃밭에서 펼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유진 큐레이션 하는 상품의 종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더 많은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일 수 있도록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할 계획이에요. 확장된 공간은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작가들의 작품 전시도 함께 이루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극소규모 문화공간이 될 거예요. 지금은 국내 작가들만 소개하지만, 2022년부터는 해외 아티스트의 작업도 꽃밭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요. 동시에 꽃밭에서 소개하는 상품들의 해외 판매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내부 전경 © 꽃밭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세요?

아라 다른 곳에서 접하기 어려운 특별한 물건을 사고 싶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을 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공간이요. 무엇보다 꼭 물건을 사지 않아도 꽃밭에 오면 여행을 온 것처럼 눈이 즐거운 공간, 그런 곳으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부산 로컬 굿즈를 한자리에! 부산슈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