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시보가 해제되다
어느덧 내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도 5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드디어 시보가 해제되어 정식 공무원이 되었다. 나로서는 큰 성장이자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나는 지금껏 우물 안 개구리에 가까웠다. 부모님께 의지만 한 채 혼자 해보려는 노력을 시도해보지 않았다.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부터 조금씩 진전은 있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여러모로 걱정이 컸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오만가지 잡생각이 들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보다 시보가 해제될 때까지 출퇴근이나 할 수 있을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시보 해제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시보가 해제되기까지 나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유난히 소심한 성격 탓에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집에 돌아와 남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고, 작년 10월에는 코로나에 걸려 한동안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 번은 민원인분과 전화로 언성이 높아진 적이 있었는데, 누구와도 거의 다퉈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오랫동안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 힘들 때마다 나를 지탱해 준 것은 주위 동료분들이었다. 내가 임용된 지 얼마 안 되어 인사 발령으로 아쉽게 떠나가신 분들도 계시지만, 지금도 종종 연락하고 지낼 정도로 찰나의 인연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 팀 구성원은 나까지 총 5명이다. 팀장님은 엄청나게 꼼꼼하신 성격이라 팀원들에게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하실 때도 있지만, 누구보다 우리 팀을 먼저 생각하시는 자상한 분이다. 나머지 세 주임님들도 나를 정말 많이 챙겨주신다.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 특히 내가 신체적인 제약이 있다 보니, 주임님들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점심시간에 교대하는 날에는 포장을 해서 사무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다른 주임님들이 고생해서 가져오시는 것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무튼 우리 팀원들 덕분에 힘들고 지치는 직장생활 와중에도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특히 두 사수분들이 업무적으로도 잘 알려주셔서 큰 실수 없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물론 우리 팀분들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만난 과 사람들도 너무나 좋은 분들이다. 휠체어를 탄 동료는 처음일 텐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게 여러모로 배려해 주셔서 매번 마음이 따뜻해진다.
평소에는 쑥스러워서 못 했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좋은 사람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