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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디즈 콘텐츠팀 Sep 14. 2021

와디즈 콘텐츠 디렉터처럼 팔아보자

1,700개 펀딩으로 310억 모은, 와디즈 콘텐츠팀이 일하는 법 (2)


이 글을 다 읽으신다면 여러분도 콘텐츠 디렉터가 될 수 있습니다.


"멋있는 제품 사진도 있고, 열심히 상세페이지도 만들었는데 왜 안팔릴까?"하고 고민하고 계셨다면  잘 오셨습니다. 이번 글까지 모두 읽고 난 후에는, 여러분이 쓰는 상세페이지, 스토리, 그리고 모든 글들이 맛있게 변하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을겁니다.


밋밋한 상세페이지에 인사이트 솔솔솔 (네? 고수 빼달라고요?)

콘텐츠팀 브런치를 오픈하면서 작성한 첫 글에서는 앞으로 이런 내용들을 소개해 드릴 거라고 약속했었는데요.

하나, 고객(서포터)를 만드는데 있어서 할인율이 아니라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

둘, 내 제품에 맞는 상세페이지(스토리)를 쓰기 위해 제품을 바라보는 방법

셋, 잘 나가는 스타트업의 콘텐츠 디렉터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  

벌써 세번째 글입니다.  오늘은 와디즈 스토리에 뿌리는 비법소스들 - 스타트업의 콘텐츠 디렉터들이 상세페이지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 - 을 공유합니다.



바쁘신 분들을 위한 네 줄 요약


(하지만 전문을 다 읽으시는 걸 추천 드려요. 자신 있으니까)

1. 서포터(고객)은 너무 어려우면 떠나간다. 나한테 익숙하고 쉽다는 이유로 전문 용어를 고집하지 말자.

2. 세상에 뻔하고 당연한 건 없다. 나한테는 정말 당연한 제품의 특징들을 한 번 더 풀어서 설명하자.

3. 감성 터지는 제품명 짓고 뿌듯해하지 말자. 서포터(고객)들이 기억하는 건 감성이 아니라, 특징을 관통하는 제품명이다.

4. 피만 보는 저가 경쟁을 할 게 아니라면 우리 제품이 왜 이 가격인지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주자.




1. 너무 어려우면 떠나갑니다.


썸남썸녀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와 서포터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은아)

보기만 해도 잠이 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과제를 위해 읽어야 했던 수많은 논문과 지적 수준 향상을 위해 큰맘 먹고 펼쳐본 철학 고전 원서... 내 관심사와 너무 거리가 멀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지속적으로 나오면 우리는 빠르게 흥미를 잃게 됩니다.


스토리를 읽는 서포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요즘과 같이 모바일 화면을 통해 짧고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스낵컬처 시대에, 길고 깊이 이해해야 하는 어려운 글과 단어는 대중적인 매력을 뽐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품 제작과정에 깔려있는 남다른 과정과 어렵게 적용한 좋은 소재에 대한 설명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쉽고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낵컬처 (from 위키)
언제 어디서나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스낵(snack)처럼, 이동시간 등 짧은 시간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형식의 문화 소비 트렌드.
음......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RDS인증, 혹시 들어보셨나요? RDS는 윤리적리고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채취하고 제작된 구스다운에 주어지는 일종의 친환경 인증 마크입니다.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는 브랜드 에피그램의 공식 사이트에서는 RDS인증 다운으로 제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아래와 같은 카피와 함께 판매되고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와 방향성을 공감하는 매니아, 동물 복지나 비건 패션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모이는 에피그램 자사몰에서는 부족함 없는 카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대중에게는 조금 낯선 단어인데요. 이 카피를 와디즈 프로젝트 제목으로 그대로 사용했다면 RDS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RDS가 무엇인지, 왜 이런 소재가 사용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소재가 어떻게 좋은 것인지 알지 못한 채 프로젝트를 스쳐 지나가버렸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내게 꼭 필요한', '꼭 갖고 싶은' 제품을 찾아 스크롤을 내리겠지요.)


따라서 에피그램의 와디즈 프로젝트 스토리에는 프로젝트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동물 복지에 관심 있는 좁은 범위의 서포터가 아닌, 최대한 많은 서포터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카피를 넣었습니다.

서포터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품질의 제품 + 가치소비를 통한 만족감 “가심비”  

왜 사용되어야 하는지: 가볍고 따뜻하기 때문에  

‘가치 소비’라는 문구로 친환경적인 옷임을 가볍게 던지고, 제품의 기능성(경량성과 보온성)과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스토리 초반에는 RDS인증에 대한 디테일한 소개 대신, 왜 좋은 옷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콘텐츠로 스토리를 끝까지 읽어보도록 유도하는 콘텐츠에 힘을 실었습니다. 물론 옷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멋진 화보 컷과 함께요.

시선을 사로잡는 감성 화보와 카피는 필수입니다.

스토리 후반부에는 쉬운 그림과 표현을 통해 “왜 친환경 RDS 구스를 입어야 하는지” 서포터의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배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의 톤앤매너가 깨지지 않도록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잔인한 동물 학대 사진은 사용하지 않고, 일러스트를 통해 윤리적 가치의 중요성을 풀었습니다.





2. 세상에 뻔하고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은아)

작은 단어 하나도 허투루 사용할 수 없는 와디즈 스토리에서는 커머스 상세페이지에서 한 단어로 짧게 설명하고 지나가 버리는 사소한 내용, '너무 당연해서 굳이 설명해야 하냐'라는 디테일도 열심히 구슬처럼 꿰어, 머릿속에 남는 콘텐츠로 만듭니다. 누구나 다 알아서 설명할 필요가 없는 내용은 없습니다. 말하지 많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모르면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 없으니까요.


다운 점퍼의 퀼팅 무늬(aka 쉬운 말로는 패딩의 줄무늬)는 기능성이나 점퍼의 전체적인 디자인에 비해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디테일로, 일반 커머스에서는 한 줄의 설명, 또는 한 컷의 이미지로 끝났을 부분입니다. 곡선형 퀼팅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는 에피그램의 다운 점퍼도 처음에는 단순히 '퀼팅 점퍼'라고만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저 또한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무늬가 다르네’ 정도로 지나쳤던 부분이기도 하죠.

에피그램 자사몰 유사 제품 상세페이지. 퀼팅에 대한 소개는 한줄의 문구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브랜드 미팅 과정에서 일반적인 다운점퍼의 직선 퀼팅과 다른 점, 제작 과정상의 까다로움, 울퉁불퉁 투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고자 했던 디자이너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설명을 듣고 나니 퀼팅 디자인이 눈에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그냥 단순히 찍어낸 옷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다소 비싸다고 느꼈던 제품이 그럴만한 가치 있는 제품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브랜드 측에 디자인 스케치나 작업 과정이 담진 자료를 요청해서 스토리에 활용했고, 화보 촬영도 곡선형 퀼팅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가이드하여 스토리에 담았습니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제게 울림을 주었던 브랜드의 철학과 고민을 서포터에게 전달하여 '가치있는 특별한 제품'임을 다각도로 보여주고, 나아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하나의 ‘읽어볼만한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3. 감성 터지는 제품명 짓지 마세요. 터지는 건 나 혼자니까.


(홍희)

혹시 최근에 쇼핑몰에서 옷 사보신 적 있나요? 그 옷의 이름이 뭔가요? 아마 바로 기억나시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 이런 느낌일 것 같으니까요.

제가 쇼핑몰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제품들에 어떻게 이름을 짓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쉽게 알 수 있는 건 쇼핑몰에서는 제품명을 제품의 특징과 연결 짓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DRS-0517의 경우 어찌어찌 DRS가 Dress의 줄임말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 뒤에 붙은 숫자는 도통 무슨 뜻인지 모르게 되는 거죠.


와디즈 펀딩에서는 절대 DRS-0517이라는 제품명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시 한 번 서포터에게 있는데요. 탐색형 소비자인 와디즈 서포터들은 읽어 보고 싶은 펀딩을 만날 때까지 끊임없이 와디즈 안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머릿속에 기억되는 어떤 강력한 한 방이 없다면 우리 펀딩을 기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경 삼아 들린 쇼핑몰에서 '그 하얀 원피스 기억나?'라고 물어보면 '하얀 원피스 어떤 거?'하며 친구가 되물어오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와디즈 펀딩에서는 내 제품을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품명을 기재해 주시면 좋습니다. SLTD의 경우 '순수코트'였죠. 이 이름은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캐시미어 10%에 울 90%만을 사용해 합성 원단은 '아무 것도 더하지 않았다'는 제품 특징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제품명을 고민하실 때 프로젝트 제목이나 프로젝트 요약을 제품명을 풀어서 설명하는 듯한 느낌으로 써주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이 시크한 향이 돋보이는 향수라고 생각해 볼까요. 여러 제품명이 가능하겠지만, 저는 아래와 같은 의식의 흐름으로 #봉주르향수란 제품명을 떠올렸습니다.

시크하다 → 시크, 하면 떠오르는 사람 → 역시 파리지앵 아닐까 → 프랑스 파리 가고 싶다 → 프랑스어로 '안녕하세요'는 봉주르

여기서 핵심은 의식의 흐름이 내 제품과 관련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스스로가 제품의 핵심 특징인 '시크한 향'과 '봉주르'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만약 PRFM900920이나 '오월의언덕' 같은 향수 이름을 지으신다면, 왜 그렇게 지었는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발음이 좋아서, 다른 브랜드가 그렇게 하길래, 감성적이라서, 있어보여서 같은 건 이유가 되지 못해요.


시크한 향기를 PRFM900920라고 부르실 것이라면, 적어도 서포터(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어쨌든 제품명이 나왔으니 프로젝트 제목은 #봉주르향수를 풀어서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 좋겠죠. 시크한 향기라고 했으니, 저는 이 시크한 향기와 '봉주르', 곧 프랑스 파리가 연결되도록 아래와 같은 제목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봉주르 향수] 프랑스 안 가봤어도 알 거예요, 파리의 향기라는 걸


그러면 프로젝트 요약은, 이걸 한 번 더 풀어주는 느낌이면 되겠죠? 이 때 너무 시크한 향기만 강조되면 심심할 수 있으니 디자인이라던가 가격이라던가, 제품의 또다른 특징을 슬쩍 끼얹어 보겠습니다. 마치 SLTD의 순수코트에서 20만 원대 중반이라는 가격이 막판에 슬쩍 나왔던 것처럼요.

우리가 파리에 두고 온 그 향기를 담았습니다. 다녀온 분들도, 마음속에만 담아둔 분들도 맡는 순간 알 수 있는 파리의 향기. 전문 조향사가 직접 펀딩해 2만 원대로 소개합니다.


정리하면 이런 느낌이 되겠죠. 방금 여러분은 와디즈 콘텐츠 디렉터가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그대로 제품명과 프로젝트 제목, 요약까지 단번에 써내리셨습니다. (짝짝)




4. 왜 이 가격인지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홍희)

그래야 서포터들이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고 펀딩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서포터 분들이 우리 제품을 펀딩하려고 들어오신 분들이 아니라는 건, 제가 서포터 분들이 탐색형 소비자이기 때문이란 걸 백마흔 두 번 정도 말씀 드려서 이제 기억하실 겁니다.

한 번만 더 말하면 맞을 것 같아요


즉, 이 분들은 우리 펀딩 스토리를 끝까지 다 읽으셨을지라도 언제든 펀딩하지 않고 그대로 '뒤로 가기'를 누르실 수 있는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분들이 이왕 펀딩 스토리를 끝까지 다 읽으신 김에 펀딩까지 참여하실 수 있도, 우리가 이 가격에 펀딩을 하는 것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이 권법(?)을 골든베어라는, 2030을 타겟으로 하는 골프 브랜드의 골프 슬링백 펀딩 스토리에서 써먹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들이 포진하고 있는 골프웨어 시장에서 99,000원이라는 제품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나 우리 서포터 분들이 처음부터 '골프장에서도 쓸 수 있고 데일리백으로도 쓸 수 있는 가방이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와디즈를 들어오신 것이 아니라, 어쩌다 골든베어의 펀딩을 클릭해 들어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그런 분들께는 여전히 99,000원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래요. 이 돈이면 구내식당을 몇 번을 갈 수 있는지부터 머리를 굴리게 되더라고요.)


따라서 이 분들께 2가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하나, 이 가격은 절대 골프웨어 치고 비싼 가격이 아니다.

둘, 우리가 99,000원이란 가격으로 소개하는 건 돈도 좋지만 골든베어가 정말 골프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골프백이 99,000원인 것이 결코 비싼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정말 고가의 골프백이 많다는 걸 알리며 상대적으로 우리 제품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골프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가격으로 소개한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골프웨어 브랜드이기 때문에 골프를 향한 진정성을 드러내는 것도 필요했으니까요.


이 때 제가 선택한 건 골프가 국민 스포츠가 되길 바란다는 문장이었습니다. 골프를 즐기는 층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잖아요. 골프웨어 브랜드에서는 오히려 약점일 수있지만 역으로 활용해 보았습니다.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준다는 비법을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했으니 이제 콘텐츠팀 앞으로 의뢰가 들어오는 프로젝트 건 수가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콘텐츠 디렉터가 필요 없는 날을 위해 일한다고 했지만, 막상 백수가 되는 상상을 하니 행복하면서도 캄캄하네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비법 소스를 맛있게 뿌리고 비빌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콘텐츠팀의 4분기를 채워줄 프로젝트들이 팀 메일함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거든요.

이놈의 인기

오늘도 와디즈 콘텐츠팀은 스토리를 더 맛있게 만들어줄 비법 소스와 요리법을 연구하며 글을 씁니다. 와디즈가 미슐랭 3스타, 콘텐츠의 성지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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