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획이 더 재밌는 이유와 제품 출시, 토스 컨퍼런스 참여
1. 두 번의 워크숍
2. 요즘 기획이 재밌는 이유, 나는 어떻게 기획하는가
3. 기업 매칭 서비스 출시 준비
4. 토스 메이커 컨퍼런스 짧은 후기
7월에는 유독 ‘워크숍’이라는 키워드가 많았다. 성격이 다른 워크숍에 두 번 연달아 참석했는데, 덕분에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성장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첫 번째 워크숍은 새로 꾸려진 ‘실’ 단위의 조직 워크숍이었다. 이번에 새로 편성된 조직은 사업, 마케팅, 제품 조직이 통합된 구조로, 특히 사업팀(영업팀)의 비중이 가장 크다. 조직이 새로 편성된 만큼 이번 워크숍의 핵심 안건은 ‘하반기 사업 전략 및 목표 공유’였는데, 매출 목표/시장 점유율/핵심 파이프라인 같이 거시적이고 치열한 숫자 이야기가 많았다. 물론 나도 하반기 '구직자 플랫폼'의 KPI와 핵심 과제를 정리하여 공유했다. (해커톤처럼..) 밤샘 아이디에이션과 전략 구상이 힘들기도 했지만, 하반기 제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 주에는 ‘핵심인재’ 워크숍을 다녀왔다. 올해부턴 회사에서 핵심인재로서 리더 육성 코스를 밟고 있는데, 핵심인재들의 상반기 성과와 회고, 하반기 성장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룬 워크숍이었다. ‘나는 동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는 사람인가?’, ‘나의 어떤 강점이 조직의 성과로 이어졌는가?’, ‘하반기에는 PM으로서 어떤 역량을 더 키워야 하는가?’ 등 온전히 ‘나’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번 워크숍에서 느낀 포인트는 명확하다. '조직의 거대한 목표가 달성되려면 결국 개인의 구체적인 동기가 조직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 이는 비단 HR 조직만 힘써야 하는 게 아니다. 작은 조직 조직마다 하나의 유기체로서 이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생각한다. (그래서 이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일을 해야 하니까 한다보다, 어떠한 소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되면 좋겠다. 단순히 책임만 존재하기보다 즐거움이 함께하고, 혼자만의 성장보다 '함께 자라기'가 실천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요즘엔 기획이 더 즐거워졌다. 혼자 머리를 쥐어뜯던 시간이 줄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와 잘맞는 AI를 찾고, AI와 ‘페어 기획’을 시작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기획 프로세스를 돌아보면 꽤 외로운 편이었다. '기획팀'처럼 여러 명의 기획자가 모인 기능 조직에서 일하거나, 본인의 프로젝트를 터놓고 얘기하는 게 쉽지 않은 환경이기도 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며 아이디어를 펼치지만(발산), 뻗어나가지 않고 갇혀버리는(수렴) 한계점이 금방 찾아오곤 했다.
그래서 동료 기획자나 유관 부서와의 리뷰를 통해 새로운 견해를 얻기 위한 시도를 많이 했다. 물론 지금도 이 과정을 거치곤 있지만, 동료의 시간을 가져와야 하는 만큼 이런 시간을 자주 가지기엔 부담이 높은 편이다.
과거부터 내 기획 과정은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과 유사하게 흘러갔다(발산-수렴의 연속). 하지만 이제는 내 파트너가 된 여러 개의 AI 덕분에 이 과정이 더 심리스하고, 날카로워진 것 같다.
첫 번째 다이아몬드: '문제 발견'과 '정의'
과거에는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혼자 사용자 인터뷰 자료를 뒤적이고 데이터를 살폈다. 하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보고 떠오르는 의문, 현상에 대한 궁금증, 혹은 조직의 요청사항이 발생하면 현실의 맥락을 분석하고 혼자 발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AI에게 페르소나를 씌워 이들이 겪을 만한 문제 상황을 더 나이브하게 구체화하며 ‘발산’의 폭을 넓힌다.
이렇게 방대하게 펼쳐진 상황과 1차적으로 정의한 문제를 바탕으로 AI와 문제를 한 번 더 정의하는데, 이때 AI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문제 정의서’다. 내가 제시한 문제 정의서(혹은 PRD)를 위 맥락을 학습한 AI에게 넘기면, AI는 또 한명의 시니어 기획자처럼 이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설과 접근법을 제시해준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혜택은, '화면설계' 같이 첫 시안을 뽑는데 시간이 많이 드는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 가장 밑단의 해결방법에 대한 고민에서 해방되어, ‘이것이 정말 우리가 풀어야 할 본질적인 문제가 맞는가?’라는 질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두 번째 다이아몬드: 해결 방안과 구현
문제가 명확히 정의된 후의 시나리오는 간단하다. AI를 활용해 '동작 가능한 기능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곤 한다. 만약 시스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면 내가 주절주절한 자연어를 바탕으로 플로우차트를 만들기도 한다. 덕분에 과거보다 훨씬 퀄리티 좋고, 문제에 집중한 기획서를 바탕으로 실무자와 리뷰하고, 그들이 조금 더 잘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심리스해졌다.
물론 최종 의사결정과 우리 제품만의 철학을 담아내는 것은 여전히 기획자인 나의 몫이다. 하지만 AI 덕분에 버드 뷰(bird-view)로 문제를 조망하고, 프로젝트의 본질을 더 날카롭게 정의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기획이 더 즐거워진 가장 큰 이유다.
주로 아이디에이션과 문제 정의서 작성은 Gemini 2.5 pro
기능 프로토타입 제작 혹은 플로우차트는 Cladue Opus 4
시장 분석과 리서치는 Perplexity Pro
파이썬 코드 등 데이터 분석은 Gemini 2.5 pro를 활용한다.
7월에는 기업과 구직자를 ‘역량’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매칭하는 서비스, H.X의 출시를 준비했다.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매칭 서비스가 학력, 경력, 프로젝트 이력처럼 눈에 보이는 스펙을 기준으로 한다면, H.X는 뇌과학 기반의 역량검사로 강·약점, 분석 성향, 성장 추구, 긍정성 등 다양한 축을 측정해 매칭한다. 현재 국내 채용과정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 역량검사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제품, '역량검사'의 스핀오프격. 그 특성을 인재 추천 영역으로 확장한 형태다.
이 방식의 장점은, 헤드헌팅 시장에서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고라도 얻는 ‘정성적 검증’을 기술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스펙 매칭을 넘어, 기업이 원하는 문화·성과 적합성을 데이터로 제안할 수 있다.
인재 추천 로직은 내부 데이터 엔지니어·사이언티스트 팀이 개발하고 있다. 해당 로직을 요청·테스트하는 과정이 꽤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기에, 히스토리를 팔로업 중인 나로선 아직까진 속도감 있는 협업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전 고객 테스트 단계에 참여한 기업의 데이터를 보면, 이미 “원하는 인재를 더러 만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초기 지표 치고는 고무적인 신호다.
사업기획 측에서 제안한 전략의 방향은 내가 상상한 그림과 다소 다르긴 하지만, 나보다 더 분석하고 고민한 동료들이기에, 그들의 선택을 믿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제품 구현과 시장 요구사항 정리·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1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뛰어난 개발자가 함께하기에, 크런치 모드 속에서도 잘 버티고 있는 듯.
PM으로서 이번 달을 돌아보면, 다양한 성장 포인트가 있었다. 속도감 있는 기획, LLM이 적극 활용되는 만큼 안정성과 목표 달성 검증 방식, API를 활용한 자체적인 검증 자동화 등. 다음 달, H.X가 시장에 첫발을 내디딜 때, 이 과정을 함께한 사람들과 함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7월 23일(수), 워크숍 일정을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가 토스 메이커 컨퍼런스 네트워킹 세션에 합류했다. 마침 궁금했던 TUBA(Toss User Behavior Analyzer) 플랫폼 PO의 질의응답 세션이어서, 짧았지만 꽤 인상 깊은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나도 에이치닷의 플랫폼을 담당하며 'TUBA'같은 시스템을 꿈꾸며, 사용자 행동 데이터 추적 시스템('UBTS'라고 불렀다.)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후 확장성과 관련하여 궁금한 게 많았다.
질의응답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한 참가자가 “메인 부서가 여러 곳이면 중복 실험이 발생할 텐데,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PO의 답변이 명확했다.
거버넌스를 중앙화하면 업무 흐름과 맞지 않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동시에 많은 실험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신 ‘버킷’을 나누어 점유 현황을 실험 세팅 시 보여준다.
예를 들어 1~100번 버킷을 점유하면, 다른 팀은 101번부터 사용한다. 이렇게 실험 간 간섭을 최소화한다.
다만 에이치닷과 토스의 차이점이라면 토스는 2,000만 MAU를 가진 만큼, TUBA에서 사용자 코홀트를 원하는 만큼 나누어, 1~100채널은 A 실험, 101~200채널은 B 실험 처럼 한번에 여러 팀이 여러 개의 실험을 병렬 진행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정돈 아니라는 것? 에이치닷은 자사 제품을 위한 마케팅 플랫폼이었던 만큼, MAU가 X만 단위에서 머물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데이터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은 게 인상 깊었다. 나도 이상적으로는 1) TXT TO SQL 방식을 통해 실험자(주로 마케터)가 실험을 세팅하기 위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하고, 2) 마케팅 플랫폼을 돌아다니는 AI Agent를 쉽게 추가 및 실험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꿈꾼다. (토스의 '인텔리전스 매니저'와 비슷함)
지금은 제품에 다시 집중하는 방향으로 설정하여, 마케팅 플랫폼에 대한 영향력은 계정/결제/보안 쪽에 집중할 것 같지만, 이런 시스템이 잘 구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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