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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례] 마케팅 플랫폼의 전략

단순한 마케팅 플랫폼이 아닌, B2B SaaS의 성장 엔진을 만드는 법

by 기획하는 족제비


TL;DR

마케팅 사이트의 한계를 넘어, 과연 B2B SaaS를 위한 마케팅 플랫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단순히 잠재고객을 많이 모으는 도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 성장 동력으로서 마케팅 플랫폼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선 검증된 리드를 확보하고, 통합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며,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모든 과정이 플랫폼 내에서도 필요하다. 사내 HR 솔루션들을 위한 마케팅 플랫폼을 기획하며 이러한 전략적 접근이 어떻게 B2B SaaS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목차

1. 마케팅 플랫폼, 무엇이 다른가?

2. B2B SaaS 마케팅 플랫폼의 핵심 전략

3. 기획자로서 재밌는 것

4. '플랫폼 전략'이 비즈니스의 성장 동력이 되도록




필자는 2년 전 '인사평가 및 성과관리' 분야의 B2B SaaS 솔루션을 기획하기 위해 입사했고, 현재는 HR 솔루션의 잠재고객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통합 마케팅 플랫폼, 에이치닷의 기획 리드를 맡고 있다.


에이치닷.png 에이치닷 메인(편집: 327roy) ⓒ에이치닷


마케팅 플랫폼이라고 하면 보통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웹사이트 방문자 수를 늘리고, 이메일 캠페인을 돌리고, 소셜 미디어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는 그런 그림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B2B SaaS 업계에서 마케팅 플랫폼의 가치는 훨씬 복합적이며, 심도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잠재고객(Lead)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그 잠재고객의 '질'을 높이고 전환을 촉진하는 시스템적 접근이 그 예다. 여러 기획 썰을 풀기 전, 이번 글을 통해 현재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플랫폼의 핵심을 먼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마케팅 플랫폼, 무엇이 다른가?

다양한 SaaS 사이트.png B2B 마케팅 사이트 ⓒ토스페이먼츠, 플렉스, 네이버웍스, 시프티


단전인 예로, 기존 마케팅 플랫폼은 대부분 방문자와 클릭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보편적인 B2B 서비스의 마케팅 사이트는 특정 제품에 대한 고객사례, 제품 설명, 블로그 정도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에이치닷은 커뮤니티가 활발한 'HR 담당자' 풀을 겨냥하기 위해, 단순한 블로그 수준을 넘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무료로 사용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즉, 일반 B2B 서비스의 마케팅 사이트보다 훨씬 동적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HR 담당자 아이디에이션을 위한 도구, '플래너' ⓒ에이치닷
플래너.png HR 담당자 아이디에이션을 위한 도구, '플래너' ⓒ에이치닷



B2B SaaS 마케팅 플랫폼의 핵심 전략

이러한 이유로 에이치닷은 단순히 고객 유치를 넘어 훨씬 더 전략적인 목표를 가지고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플랫폼의 핵심가치는 아래와 같다:


1. 잠재고객의 질(Quality)을 검증한다.

단지 많은 리드를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케팅에서 확보한 리드를 1) MQL(마케팅 검증 리드)과 2) SQL(영업 검증 리드)로 나눌 수 있도록 리드를 숙성시키고 초벌 분류한다. 마케팅과 영업 팀 간의 전략적 협업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영업 담당자별로 변동성이 큰 ‘리드 품질 검증’을 시스템화하고, 이들이 계약을 완수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그들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게 목표다.


2. 통합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대규모 채용에 특화된 ATS, 역량검사, 인사평가 및 성과관리 솔루션, 재직자 진단과 교육 등 기존에 파편화된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했다. 이 덕분에 현재 고객은 이전보다 명확한 메시지를 받고 혼란 없이 브랜드를 인지할 수 있다. 이는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크로스셀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반 전략으로 활용된다.


3. 온라인 전환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다.

B2B SaaS 시장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계약 중심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돌아간다. (SaaS가 아니더라도, 기업 단위의 세일즈는 대부분 오프라인 계약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계약까지 진행되는 완결성을 확보하여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비즈니스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4. 제품 사용 경험을 극대화한다.

사용자의 초기 진입 단계부터 제품 사용 직전까지, 간소화된 인증과 강화된 보안을 통해 매끄러운 고객 여정을 제공한다. 이 부분 때문에 에이치닷의 ‘일반 회원’이 자연스럽게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 회원’으로서, 제품까지 사용할 수 있는 여정을 설계했다. (이 때문에 사업권, 정보보호 이슈 등으로 머리가 많이 아팠다.)



기획자로서 재밌는 것

관계도.png '제품-백오피스-에이치닷-CRM'의 관계도 ⓒ작가편집


일반 대중보다 타깃군이 ‘HR 담당자’라는 좁은 풀을 가지고 있는 만큼, 특화된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특히 재미있다. 제한된 타깃층을 위한 만큼 일반적인 마케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또한, 시스템적인 통합이 함께 엮여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단순히 소개 페이지를 만드는 것에서 끝났으면 재미없었겠지만, 사용자 트래킹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이를 활용한 추천 시스템을 만들거나, 기존에 운영 중인 제품과 계정을 연동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각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강력한 플랫폼이 탄생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특히 CRM, LLM 등 다양한 써드파티 툴, 사내의 여러 솔루션, 통합 DB 등 프로젝트의 규모가 작지 않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엮여 있어 질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플랫폼 전략'이 비즈니스의 성장 동력이 되도록

단순히 고객 유치를 위한 채널로서의 마케팅 플랫폼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과거의 마케팅 사이트가 블로그나 성공 사례 중심의 정적인 정보 전달에 그쳤다면, 이제는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역동적인 브랜드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플랫폼 전략'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마케팅 플랫폼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케팅 플랫폼이 단순히 트래픽을 늘리는 도구가 아니라, 비즈니스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해, '경험'하고, '계약'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잠재 고객이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플랫폼 내에서 직접 우리 솔루션의 일부 기능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게 하거나, HR 담당자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유용한 정보를 얻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우리 솔루션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 구축이며, 이 관계가 쌓여 장기적인 비즈니스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마케팅 플랫폼은 '마케팅'이라는 단어에 국한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 경험 자체를 혁신하는 전략적 도구로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마케팅 플랫폼을 설계하고 운영할 때, 단순한 고객 유치 창구를 넘어 비즈니스 성장의 강력한 엔진을 목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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