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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아 Apr 09. 2024

이야기를 파는 무비랜드

'모춘 모빌스 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야기

1. 4만 원짜리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비싼 운영비용과 협소한 공간, 그리고 지속가능한 콘텐츠 제작이 필요했습니다. 대출이자, 인건비 등을 고려해 보니 최소 2만 원은 돼야 했습니다. 1천 원이라도 낮추면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4만 원짜리 경험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럼 2만 원이 저렴해지는 거니까요. 경험은 총체적인 겁니다. 콘텐츠는 물론, 음악, 냄새, 위생, 심지어 직원의 미소 한 번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고객의 동선과 시야를 따라 요소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챙겼습니다. 특히 F&B와 기념품에 콘텐츠만큼이나 무게를 뒀습니다. 하나를 비싸게 주고 먹어도 맛있거나, 건강하거나, 혹은 패키지가 예쁘거나 하는 경험을 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패키지에도 모베러웍스만의 디자인을 입혔어요.



2. '이야기'에 철저히 집중했습니다.


무비랜드는 성수동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3층으로 구성했습니다. 넓지 않은 규모이기 때문에 무작정 많은 프로그램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심플하게, 작은 규모로 만들자 다짐했는데, 자꾸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무의식적으로 결과물에서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하게 됐습니다. 프로그램 아이디어도 한없이 늘어났어요. 더 이상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 아이디어를 취사선택하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영화 관람을 풍부하게 만드는 경험들로 공간을 구성했어요. 본질에 벗어나는 것들은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3. 큐레이터 자리에 브랜드를 초대했습니다.


원래 무비랜드의 상영작은 모베러웍스가 좋아하는 영화들로 구성하려 했습니다. 리스트를 쭉 뽑으니 고민이 되더라고요. 일단 저희 팀이 다 같이 좋아하는 영화가 없었고, 어떤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큐레이터를 모시기로 했어요. 우리가 궁금해하는 인물을 큐레이터로 선정하고, 그의 인생 영화를 상영작으로 걸었습니다. 그 작품이 왜 좋은지 라디오 콘텐츠에서 이야기하고요. 듣고 나면 영화가 달리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영화는 그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일과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확장성의 포인트라고 봤습니다. 큐레이터 자리에 브랜드를 초대하는 겁니다. 브랜드의 미션, 비전을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도 영화를 통해 브랜드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겠죠.  



4. 1000명이 1번 오는 곳보다, 100명이 10번 오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모베러웍스의 공간이라면, 극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집숍, 옷가게, 책방, 카페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극장을 던졌을 때 팀원 모두가 '이거다'했습니다. 저희는 제품이 아니라 메시지를 파는 브랜드고, 극장은 이야기의 총체잖아요. 그동안 그릇 안에 담기는 물건을 만들었다면, 이제 그릇을 만드는 겁니다.



5. 한 사람의 인생에 참여하는 과정이 브랜딩입니다.


모든 업에서 한 사람의 인생에 참여하게 된다는 본질을 간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더불어 그 업에서 전달하는 본질 또한 다른 표현에 사라지지 않도록 더욱 예리하게 다듬어져야 합니다. 결국 이 과정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견고히 하게 되는 브랜딩이 됩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7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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